‘아프리카의 카멜롯’ 곤다르

 

 

2012년 2월 1일, 우리가 인천공항에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집트 행 비행기를 탄 날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하루가 느리니까 2012년 1월 31일이겠지? 그런데 에티오피아 기준에서는 2005년이다. 무슨 말이냐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여 1월 1일을 새해로 맞이하는 데 반해, 에티오피아는 아직도 율리우스력을 사용해서 그레고리력에 비해 약 7년이 늦다. 즉, 우리는 2000년 1월 1일에 밀레니엄을 기념했지만, 에티오피아에서 밀레니엄은 2007년 9월 12일이었던 셈이다.

 

에티오피아의 새해는 “보석 선물”을 의미하는 Enkutatash라고 불린다. 시바 여왕이 예루살렘에 있는 솔로몬왕을 방문한 뒤 돌아왔을 때, 신하들이 보석을 잔뜩 선물해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봄에 열리는 이 축제의 막바지에 비가 내리면, 모든 마을에서 춤과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양에서 굉장히 크게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에티오피아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로, 리뎃(Lidet)이라고 불린다. 서양과 달리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이 날에는 교회에서 신도들이 여러 교회를 옮겨다니며 기도를 드리는 행사를 거행한다.

 

 

크리스마스 2주 뒤인 1월 19일, 그리스도의 세례의식을 기념하는 성대한 팀켓(Timket) 축제가 시행된다. 이 축제는 3일간 진행되는데, 팀캣 전날 에티오피아의 각 교회에서는 신자들과 성직자들이 모여 흥겨운 음악에 춤을 추면서 시가 행진을 하고, 당일 아침에는 요르단 강에서의 예수의 세례를 기념한다. 팀켓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데, 특히 곤다르에 있는 파실라다스 왕의 풀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된다.

 

곤다르(Gondar), 어린 시절 ‘반지의 제왕’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아라곤의 도시이자 왕의 도시라 불린 곤도르를 기억하시는지? 바로 이 곤도르의 모델이 되는 도시가 에티오피아에 있는 곤다르이다. 곤다르는 에티오피아 북서쪽에 위치한 암하라 주에 있는 도시로, 아디스 아바바에서 북쪽으로 약 500km 거리에 있다.

 

곤다르 왕궁은 영국의 전설적인 왕인 아서왕의 카멜롯 성에 비유되어 ‘아프리카의 카멜롯’이라고 불린다. 성채도시인 곤다르는 파실라다스 황제와 그 후계자들이 수도를 이전한 1855년까지 약 2세기 간 살았던 곳으로, 파실라다스 왕의 궁전 외에도 법원, 도서관, 수도원, 목욕탕 등이 들어서 있다.

 

 
1543년에 벌어진 유대교와 기독교 사이의 전쟁에서, 기독교 진영을 돕기 위해 파견된 포르투갈 군대는 타나 호수 근처의 지역에 머물렀다. 당시 그 곳을 다스리고 있던 황제는 Susneyos였는데, 포르투갈 군대는 그를 기독교로 개종시켰다. 이후 Susneyos 황제는 에티오피아의 그리스 정교 신도들을 탄압했고, 수 천명의 신도들을 살해했다. 그 결과 국민들의 신임을 잃은 Susneyos 황제는 결국 1632년에 아들인 Fasilades 에게 왕위를 넘겨주어야 했다. Fasilades 황제는 1635년에 에티오피아의 첫 수도로 곤다르를 세우고, 성과 7개의 교회를 지었다.

 

곤다르 왕궁은 돔 형식 탑 4개가 있는 아치형 성문을 한 3층짜리 궁전인데, 1층은 연회장과 공식 접견실로 이용되었으며 2층에는 파실라다스 황제의 기도실이 있고, 3층에는 왕의 침실이 있다. 지붕 위는 황제가 연설하는 장소 및 종교적인 행사장이었다고 하는데, 탑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타나 호수가 보인다고 한다.

 

파실라다스 궁전 옆에는 파실라다스 황제의 손자인 이야수 1세 황제가 세운 이야수 궁전이 있다. 이야수 궁전은 3층으로 되어 있으며 지붕 모양이 말안장과 비슷한데, 내부 장식이 화려하여 과거에는 솔로몬의 성보다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1864년 화재 이후 수단의 무슬림 등에 의한 여러 번의 침략으로 곤다르는 몰락하게 되었다. 게다가 1936년 이탈리아의 정복 이후, 곤다르는 이탈리아의 지배하에 놓였고, 1943년 2차 세계대전에서 아디스 아바바를 점령한 영국 군대에 대항하기 위한 이탈리아 게릴라의 활동 중심지가 되면서 유적 대부분이 소실된 상태이다.

 

 

성에서 나와 천장벽화로 유명한 데브레 베르한 셀리시에(Debra Berhan Selassie) 교회에 갔다. 이 교회는 17세기에 이야수 1세가 건립한 교회로, 곤다르에 있는 44개 교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교회다. 교회 안은 온통 다양한 색의 벽화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천장에는 머리에 날개가 달린 천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80개의 천사들의 표정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정면의 벽에는 십자가에 못 밖힌 예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다른 벽에는 에티오피아 성인과 순교자들이 그려져 있으며, 이야수 1세 황제의 초상화도 그려져 있다.

 

 

200년 간 수단과 이집트, 아랍세계를 연결하는 거점으로서 번성했던 곤다르, 과거 화려했던 왕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올아프리카 africa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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