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리벨라-그들의 성지, 우리의 유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면서 동시에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달력 체계인 에티오피아력1) 은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오력보다 약 7년 9개월 정도가 느린데, 이는 예수가 태어난 시기를 그만큼 느리게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에티오피아에서는 예수와 그가 창시한 종교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종교는 조금은 독특한 기독교인 에티오피아 정교(Ethiopian Orthodiox)이다.

 

에티오피아 정교는 기독교의 일종으로 동방교회(Oriental church)에 속한다. 기독교는 로만카톨릭(천주교)과 개신교, 그리고 동방교회로 나누어지며 동방교회에는 그리스 정교, 우크라이나 정교, 러시아 정교 등이 속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신교나 천주교의 경우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부분이 많은 반면, 동방교회는 천주교나 개신교와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점2) 을 보이고 동방교회에 속하는 정교들 간에도 일치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이것은 동방교회가 주로 그 지역의 특성에 맞춰 토착화된 기독교이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정교의 교회 중 가장 크고 위대한 것이 바로 지금부터 살펴볼 지역인 랄리벨라의 11개의 암벽 교회이다. 천사가 와서 지어주었다는 전설을 믿고 싶을 만큼 거대한 암벽 교회군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에티오피아 지역은 악숨제국3)  이전부터 유대교를 믿긴하였으나 그보다는 Astar라는 신을 섬기는 토착신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기독교가 정식으로 인정받고 지금처럼 큰 영향력을 미치게된 것은 4세기경 에자나왕 때부터이다. 삼촌, 형과 함께 에티오피아로 항해하던 어린 프루멘티우스를 싣은 배가 홍해 근처에 멈춰 악숨제국의 노예가 된 프루멘티우스와 그의 형은, 운좋게도 죽임을 당하는 대신 과부인 왕비에 의해 어린 왕위계승자인 에자나의 교육을 맡게 된다.

 

어릴적부터 프루멘티우스에게 교육을 받았던 에자나는 왕이 된 후 서기 324년 기독교로 개종하고 그것을 국교로 선포하였다.4)  그 결과 에티오피아는 이집트가 주변 국가로 (역시 기독교의 일종인) 곱트교 선교단을 보내던 시기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이집트를 거치지 않은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후에 이 지역의 기독교는 이집트에서 들어온 곱트교의 영향과 지역적 특색을 더한 에티오피아 정교로 재탄생하였다. 형은 떠났지만 프루멘티우스는 이 지역에 남아 에티오피아에 파견된 초대 주교이자, 에티오피아 정교의 초대 수장으로써의 역할을 하였다.

 

에티오피아 정교의 자부심은 그들에게 전해져오는 여러 전설을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악숨제국을 설립자인 메닐리크 1세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시바여왕과 솔로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고 한다. 그가 솔로몬의 아들이라는 증거는 악숨에 있는 언약의 궤5) 로 오늘날 왕들의 유물과 함께 보관되어 있다고 전해진다.6)  이 전설은 오랫동안 이들의 종교적 정통성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했고 20세기에 나타난 아주 먼 후대인 하일레 셀라시에 1세7) 까지 영향을 미쳐 그가 스스로를 위대한 솔로몬 왕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도록 하는 근원이 되었다.

 

 

960년 경 요디트(Gudit)?? 여왕8) 에 의해 악숨이 완전히 무너지고 그 자리에 자그웨왕조가 생겨났다. 자그웨(Ze-Agaw)는 게즈어로 ‘아그웨족(Agaw)의 왕조’라는 뜻이다. 거대한 암벽 교회군이 있는 도시인 랄리벨라는 자그웨 왕조의 7대 왕인 랄리벨라 왕의 이름을 본 딴 지역이다. 왕이 된 랄리벨라는 수도를 당시 로하(Loha)라고 불리우던 지금의 랄리벨라 지역으로 이전했다. 이 것은 600년경 말 신흥종교로 나타나 점점 성장하고 있던 주위의 이슬람 세력을 피해 좀 더 내륙의 지방으로 피신한 것이기도 하다. 이슬람 국가들이 에티오피아에서 예루살렘까지 가는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성지순례는 점점 어려워졌고 독실한 신자였던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랄리벨라에 새로운 예루살렘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랄리벨라의 거대한 암벽 교회를 지은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 랄리벨라 왕 또한 비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일반적인 왕위계승서열인 전대왕의 아들이 아닌 이복동생이었다. 랄리벨라가 어릴 적 벌들이 떼지어 모여 그의 요람 주위를 돌고 그가 행복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모습을 본 랄리벨라의 어머니는 동물들이 그가 왕이 될 인물임을 알았다9) 고 생각해 ‘벌들이 이 아이가 왕이 될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의 랄리벨라로 이름지었다고 한다. 이러한 소실을 들은 형이자 자그웨왕조의 6대 왕이었던 하르바이는 더욱더 애가 탔고 그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동생을 암살하려고 여러번 시도했다. 하지만 암살시도는 번번히 실패했고, 어린 랄리벨라에게 독약을 먹였을 때에도 그는 죽지 않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는 사흘간의 혼수상태에 빠진 후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 동안 천사들의 도움으로 하늘로 옮겨져 지냈으며 신이 그에게 돌아가 로하에 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교회를 지으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하르바이는 랄리벨라 암살을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그가 그 다음 왕이 될 것을 인정하였다고 한다.

 

랄리벨라의 거대한 암벽 교회는 총 11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교회들은 서양의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성인들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그 중 마지막으로 지어진 성 그레기오스 교회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져 온다. 랄리벨라는 암벽 교회 10개를 완성하고 더 이상 지을 계획이 없었는데 어느날 밤 그의 꿈에 성 그레기오스가 나타나 ‘왜 나를 위한 교회는 지어주지 않느냐!’고 말해 그를 위한 교회를 지은 것이 위에서 보았을 때 십자가10)  형태를 한, 매우 독특하며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 그레기오스 교회라고 한다.

 

이 위대한 11개의 교회들은 120년에 걸쳐 지어졌고 이것을 어떻게 건설하였는지는 오늘날의 건축기술로도 알수 없어 사람들은 천사의 도움으로 바위를 조각해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랄리벨라의 중심을 흐르는 강은 예수가 세례받은 요르단 강이 되었고, 교회 옆의 언덕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올라갔다고 전해지는 무덤언덕인 골고타 언덕이 되었다. 새로운 성지 건설은 지쳐있던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재기를 위한 큰 힘이 되었다.

 

이 후 에티오피아는 유럽의 주변 국가 식민지화, 짧은 이탈리아 식민지 등을 거치면서도 종교적 특색을 계속 간직하여 지금도 에티오피아 정교의 유산과 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절반 조금 안되는 정도가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이고, 이슬람 신도들이 40% 정도로 예전처럼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가 많지는 않다. 또한 종교간 갈등이 과격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해 2011년에는 과격 무슬림 청년들이 50여개의 에티오피아 교회들을 불태우고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 한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과 기아 등 생활고 속에서도 에티오피아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굳건히 지키며 그들의 새로운 성지인 랄리벨라에서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영판 (+재인용도)

종교별 신자의 비율은 주 에티오피아 한국 대사관 참고

13월의 태양이 뜨는 나라, 에티오피아

처음 읽는 아프리카 역사

John G. Hall, Ethiopia : in the modern world, chelshia House Publisher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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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즈력(Ge’ze calendar)라고도 한다.

 

2) 심지어 크리스마스의 날짜도 다르다! 그레고리오력에서는 12월 25일이지만,  에티오피아력으로는 1월 7일(윤년의 경우 8일)이 크리스마스이다. 로만카톨릭에서는  동방교회의 교회력과 어느정도 통하는 부분을 만들기 위해 이날을 동방박사들이 예수를 방문했다고 하는 날짜로 교회력에 넣었다.

 

3) 800여년간 지속된 북아프리카 지역의 매우 강성한 제국이다. 다른 아프리카의 국가와 달리 게즈(Ge`ez)어라는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4) 사실 프로멘티우스가 악숨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고 싶어했던 것은 이 곳에 들어오는 기독교 상인들의 거래를 위함이었다.

 

5) 모세가 받은 십계명이 새겨진 돌을 보관해놓았던 상자라고 한다.

 

6) 언약의 궤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보관되어 있어 존재유무조차 확실히 파악할 수 없어, 있다고 ‘전해진다’.

 

7) 거룩 삼위일체의 힘이라는 뜻. 재위 기간 : 1892-1975. 하일레 셀라시에 1세의 대위식을 보고 감명받은 사람들이 그의 왕자시절 이름을 딴 라스타파리교를 만들기도 하였다. 자메이카 출신 레게 가수 밥 말리가 신도인 것으로 유명하다.

 

8)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불명확한 반-전설적인 존재이다.

 

9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동물 세계가 위대한 인물의 출현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동물들이 미래의 중요한 일을 알려줄 수 있다는 민간신앙을 가지고 있다.

 

10) 우리가 생각하는 십자가와는 다른 모양으로 어느 쪽으로도 같은 길이를 가진 +형태이다. 동방교회에서는 많이 나타나는 모양으로 그리스 정교 또한 이러한 모양의 십자가를 사용한다.

 

Posted by 올아프리카 africa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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