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김영희) Africa 음식이야기

11. 새우가 무섭다?

africa club 2003. 11. 25. 15:17


탄자니아는 동쪽이 인도양에 면해있고 서쪽은 빅토리아 호수, 탕가니카 호수, 냐사 호수 등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바다와 호수에서 다양한 생선이 풍부하게 나는 편이다. 정어리, 멸치, 나일 퍼치, 틸라피아, 참치, 조기, 갈치, 병어, 우럭, 가자미, 바닷가재, 새우, 오징어, 문어, 조개 등이 난다.

그러나 워낙 나라가 넓다보니 생선을 한번도 못보고 자란 사람도 많다. 또 내륙지방 사람들은 민물고기는 봤을지라도 바닷 생선과 해물 특히 새우 바닷가재 게 오징어 문어 등은 일찍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고 못먹을 것으로 치부한다.
이처럼 지리적인 조건에 따라 기호도 형성되어 탄자니아에는 생선을 전연 안 먹는 부족도 있고, 먹어도 겨우 민물고기 몇 가지만 먹을 줄 아는 부족이 많다. 요리법도 발달하지 않아 숯불에 굽거나 기름에 튀기는 정도이다.

한번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먹음직스러운 새우 요리에 손도 안대는 탄자니아 사람에게 나중에 슬쩍 이유를 물어봤더니 긴 수염이 나고 발이 많이 달린 새우가 무섭게 생겨서 싫다며 진저리를 치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 새우를 지네의 사촌쯤으로 여기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사람이 바닷가재를 회로 먹는 것을 보면 이들은 몬도가네식 엽기적인 식사법으로 여겨서 질겁할른지 모른다.  

사실 바닷가재를 회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은데 탄자니아의 수도 다레살람이 그 중의 하나이다. 아직 냉장 냉동시설이 없기 때문에 바로 앞바다에서 고기잡이 하는 어선들이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생선시장에 나가면 펄펄 살아서 움직이는 가재, 게, 새우, 문어, 오징어, 우럭 등을 만날 수가 있다. 다레살람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이런 해물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탄자니아 사람들이 먹을 줄 모르는 덕이기도 하다.  

수쿠마 족 출신으로 빅토리아 호숫가 무완자(Mwanza)가 고향인 냘랄리 부인은 “우리가 좋아하는 생선은 빅토리아 호수에서 나는 민물고기로서 사또(틸라피아), 쌍가라(나일 퍼치), 닝구, 쏘감, 캄바레 맘바(악어같이 생긴 것 이라는 뜻)  등인데 대개 튀기거나 굽거나 끓인다. 우리는 냄새가 나는 바닷생선은 좋아하지 않고 특히 새우나 오징어 바닷가재등은 싫어한다.” 고 한다. (틸라피아를 무완자에서는 사또라고 하는데 한 일본인 고위인사가 그곳에 가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사또라고 소개하자 모두들 웃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해안지방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도양에 면한 해안출신이나 잔지바르 섬사람들은 바다 생선을 매우 좋아하고 새우 바닷가재 오징어 문어 조개 등도 즐겨먹는다. 특히 잔지바르사람들은 코코넛 즙과 향신료를 넣은 다양한 생선요리가 발달해 왔다. 잔지바르에서는 산모에게 문어죽을 먹이는데 문어죽을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고 한다.

오징어 게 새우 조개 그밖의 생선을 가장 신선하게 먹는 법은 숯불위에 구워서   소스에 찍어먹는 것인데 소스는 레몬쥬스, 고추 썬 것, 소금을 약간 데운 것을 섞은 것이다. 해안지방에서는 싱싱한 생선에 소금을 발라서 딱딱해질 때까지 햇볕에 여러 날 말려서 마른생선을 만든다.

탄자니아의 재래시장에 가면 우리와 비슷한 말린 멸치가 있어 흥미롭다. 사실 이는 호수에서 나는 멸치이다. 키고마에서 나는 호수 멸치가 유명하고 소금을 묻혀서 말린다. 냐큐사 호수에서도 멸치가 나는데 이쪽은 더 기름이 많기 때문에 일단 삶아서 말린다. 멸치는 우갈리에 곁들여 먹을 수 있고 고기보다는 값이 싸기 때문에 널리 이용된다.

*멸치 요리
1. 머리와 내장을 뗀다.
2. 끓인 물에 멸치를 약 5분 정도 담가놓아 모래와 먼지를 씻어낸다.
(키고마 지역에서 오는 멸치는 탕가니카 호수에서 나는 멸치인데 말릴 때 그냥 모래 위에 말린다.)
3. 멸치를 다시 10분 정도 끓인다. 이때 필리필리 음부지 라는 작은 꽈리처럼 생긴 고추를 함께 넣는다.
4. 남비에 기름을 많이 두르고 먼저 양파를 썬 것을 넣고 갈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다음은 토마토 썬 것, 마늘 다진 것을 넣고 기호에 따라 소금 후추 등을 넣는다.
5. 여기에 멸치 끊인 것을 넣고 라임쥬스를 넣는다.
6. 잘 식히고 기호에 따라 코코넛 밀크를 넣는다.
7. 시골에서는 기름이 비싸서 못사므로 땅콩을 갈아서 넣는다.
* 혹은 멸치와 오크라와 바나나를 같이 요리하면 맛이 있다. 이것은 주로 이링가나 음베야, 싱기다 지방에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