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재미있는 Africa 이야기 II

아프리카인들의 소유개념. ‘잠시 빌려다 쓴다.’ 나의 메이드 셀리나

africa club 2012. 7. 17. 21:31

 

 

아프리카인들의 소유개념. ‘잠시 빌려다 쓴다.’ 나의 메이드 셀리나

 

 

 

셀리나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나의 메이드였다. 내가 남아공에서 유학하는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와서 청소와 빨래를 하여주었다. 거의 4년 가까이 메이드로 지냈으니까 남아공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현지인중 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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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두 아인의 엄마였으며 남편은 직업이 없어 집에서 놀고 있었다. 가냘픈 몸매지만 단아했다. 마치 잘 살았던 집이 몰락하여 어쩔 수 없이 메이드 일을 하게 된 사람처럼 조용하고 고집도 있는 사람이었다. 정확한 시간에 출근을 하였고 제시간에 퇴근하였다. 혹시 토요일에 일을 좀 할 수 없냐고 이야기하면 수입이 생길텐데도 단호히 일을 하지 않는 날이라고 잘라 말했다. 

 

내가 묵고 있는 집은 하우스에 딸린 메이드 방이었는데 개조해서 나에게 세를 내주었다. 방하나, 욕실하나, 거실 겸 식당으로 우리나라의 원룸형태였다. 주인집과는 뚝 떨어져 있었고 학교와의 거리가 차로 10분 거리도 안되기 때문에 언제나 집에 가서 밥을 먹곤 했는데 혼자 먹기도 지겨웠고 마침 셀리나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서 하루는 같이 먹자고 했다. 그랬더니 한사코 나중에 먹겠다고 하였다. 긴 설명 끝에 같이 먹게 되었는데 그녀는 같은 테이블에서 먹지 않고 조금 떨어진 바닥에서 먹겠다고 하였다. 그것만은 말리지 못할 것 같아 같이 먹게 되었는데 그 광경이 정말 우스웠다. 유학 살림이 다 그렇듯이 초라하기 그지없었고 반찬도 한 두가지였는데 두 사람이 각기 떨어져서 밥을 먹고 있는 광경이라니...

 

아마도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인종차별정책이 셀리나를 이렇게 만들었으리라. 1994년 이전에는 흑인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타운쉽(Township)에서 아침 7시 30분정도에 출근하여(남아공은 모든 업무가 8시에 시작됨)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모두 백인들의 도시에서 나가야만 했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흑인들이 이용하는 화장실과 수도꼭지까지도 백인들과 달랐으니 나하고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아공은 도시구조가 참 특이하다. 이것도 과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백인들의 도시가 만들어지면 약 7-15km 떨어진 곳에 타운쉽이 들어선다. 또 그 사이에 칼라드와 인도인들의 주거지가 작은 규모로 만들어진다. 백인들의 집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수영장과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는 정원을 갖춘 곳으로 꽃이 피어있는 정원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간다. 인도인들의 거주지는 백인들의 집만큼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원도 있고 넓게 지어져 있다. 반면에 흑인들의 거주지는 집이라고 하기 보다는 슬럼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구할 수 있는 모든 재료 - 철판, 종이박스, 합판, 양철 등등 심지어는 도로표지판을 잘라다 사용한 경우도 있음 -를 가지고 집을 지어놓았는데 정말 힘껏 밀면 넘어갈 것 같다. 1994년 이전에는 전기, 수도, 전화 등 전혀 없었으나 1994년 이후에는 주택공급사업에 따라 비록 작지만 벽돌로 지은 집이 보급되고 있고 전기가 가설되었다. 수도는 아직까지 공동수도를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생산시설이라고는 전무하고 오직 백인들이 사는 도시에 나가 하급 노동자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흑인들을 실어 나르는 미니버스가 항상 붐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분이 나에게 커피잔 세트를 선물로 주고 가셨다. 꽃무니도 있고 세트로 상자에 담겨 있어서 제법 폼이 나는 물건이었다. 혼자서 생활하다 보니 쓸일이 없어 부엌의 찬장 꼭대기에 깊숙이 보관하여 놓고 있었다. 무심코 열어보았는데 두개가 비어있었다. 누가 오는 사람도 없었고 부엌살림을 하는 사람은 셀리나 밖에 없었다. 불러서 보여주고 엄중히 추궁하였으나 완강히 부인하는데 달리 도리가 없었다.

 

또 수업료 냈구나!!!

 

어떤때는 아는 한국인의 운동화를 들고 가는 흑인을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분명히 그분 운동하였다. 그래서 추궁하였더니 베시시 웃으면서 도로 가져다 놓은 일도 있었다. 

 

아프리카인들은 남의 물건을 가져다 쓰는 것을 전통적으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 물건은 돌아다니는 것이고 잠시 빌어쓰는 것일 뿐 헤지거나 없어지면 그만이다. 음식도 항상 나누어 먹고 물건도 같이 사용한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소유나 도둑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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