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일반

짐바브웨의 국가존립은 가능한가?

africa club 2003. 11. 18. 13:02
짐바브웨의 국가존립은 가능한가?

<남부아프리카의 가장 선진화된 국가 중의 하나였던 짐바브웨가 최하류의 국가로 추락하고 있다.  현대통령인 무가베의 퇴진만이 국가를 살릴 수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내전과 종족간의 알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프리카의 정치적 안정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서부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정과는 달리 남부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전의 권위주의 정권이 물러나고 다당제하의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정권들이 들어서고 있다.  남아공에서 흑인들이 백인정권을 평화적인 방식으로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으며 잠비아에서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여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인 한 국가로는 짐바브웨를 들 수 있다.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대통령은 지난해 불법적인 대통령 선거를 통해 대통령 자리를 다시 움켜짐으로써 1980년 짐바브웨가 독립한 이래 계속 집권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민주적인 장기집권은 남아공과 함께 남부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경제모범국이었던 짐바브웨를 하루 아침에 혼란과 경제적 붕괴 등으로 인해 가장 후진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가베의 대통령직 사임이 최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무가베가 현재 사임을 가장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임이후 그의 정적들에 의해 신변안보를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에 있다.  따라서 야당인 ‘민주적 변화를 위한 운동’과 야당대표인 츠방기라이(Morgan Tsvangirai)도 무가베 대통령에게 믿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되고 멀리 내다보는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현재 지난해 선거를 구실로 삼아 그의 권력을 연장하려는 무가베의 행태는 어리석고도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대통령 선거의 후보였던 야당 대표 츠방기라이를 내란 선동죄로 기로하였다. 츠방기라이는 2주 후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었지만 무가베의 이러한 행태는 현재 짐바브웨의 제1당인 야당 ‘민주적 변화를 위한 운동’을 탄압하려는 것이다. 또한 무가베 정권에 반대하는 논지를 표방한 신문사들을 폐간 시킴으로써 언론에 대한 탄압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짐바브웨 경찰은 짐바브웨정권과 유일하게 맞서싸우는 일간지인 데일리 뉴스(Daily News)의 사무실을 점령하고 신문사를 폐간시켰다. 데일리 뉴스의 근로자들은 무장 경찰이 수도 하라레 중심에 있는 신문사를 급습하여 그날 발행될 신문의 첫 번째 편집이 끝난 직후 남아있던 18명의 언론인들과 사무요원들을 구금하였다고 전했다. 이 신문사는 폐간된지 한달이 지났었다. 4시간 후 근로자들은 풀려났으나 그들은 신문사에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그러나 만약 무가베가 계속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야당과 언론을 탄압한다면 국가적인 파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짐바브웨는 극심한 기아에 직면하고 있는데 전체인구 1천1백60만명 중 약 8백만명이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아는 HIV바이러스에 허약한 면역체계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짐바브웨 정부의 통계수치에 따르면 현재 하라레(Harare)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약 70%가 에이즈와 관련된 환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근 짐바브웨의 경제는 파탄 직전까지 도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8월말까지 426.6%에 달하던 인플레이션이 10월 말까지는 500%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것은 연료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리비아에서 원유를 제공하였지만 리비아에서 원유공급을 중단한 이후 심각할 정도로 연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더욱 비참한 것은 짐바브웨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구매력의 상실 또한 크게 떨어지고 있어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12월까지는 100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까지의 인플레이션은 399.5%로 8월에만 27.1%의 증가를 보였다.
소비가격지수에 나타난 대부분의 상품 가격들 상승은 짐바브웨 화폐의 평가절하로 인해 발생하였다. 짐바브웨 제조업자들과 공급자들은 원료가격의 상승으로 제품가격을 급격히 상승시켰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율을 살펴보면 식료품 가격이 164.5%의 상승을 보였고 비 식료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262.1%의 상승을 보였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짐바브웨의 외화부족이 주요인이다.  외화부족은 외국으로부터 물품수입을 중단시켰고 특히 석유수입의 부족은 국가 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경제성장도 계속 하락하여 2002년에는 -12.8%의 성장에서 2003년에는 -13.1%로 예상되고 있다. 짐바브웨의 현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며 또한 외화확보가 가장 우선시 되고 있다.

이처럼 짐바브웨는 정권연장의 야욕으로 인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국가의 파멸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최우선적으로 무가베의 퇴진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무가베 대통령이 계속 그의 권력에 집착한다면 라이베리아, 콩고민주공화국 그리고 소말리아와 같은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라이베리아는 최근까지 내전으로 인해 인권유린과 국가경제가 파탄이 났으며 콩고민주공화국 역시 내전과 종족간의 싸움으로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소말리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여 국가가 군벌들로 나뉘어져 있으며 누가 소말리아의 공식적인 대표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최근 일련의 정치적 불안을 제기한 원인은 짐바브웨 토지의 비정상적인 분배로 인해 발생하였다. 짐바브웨가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해 토지문제는 정치적 안정을 해치는 요소로 계속 등장하였다. 무가베는 2002년 그가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대표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에 토지문제를 들고나와 흑인들을 자극하였다. 무가베 대통령은 2002년 9월초부터 백인지주들의 농지를 강제 환수해 흑인농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흑인농민 100여만명이 경작하는 1600㏊의 농토는 작물재배가 불가능할 정도로 나쁜 데 백인지주 5000여명이 소유한 1100만㏊는 비옥한 농토”라며 “8월 말까지 백인지주들의 농지를 환수해 흑인 농민 35만명에게 나눠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정책은 주로 짐바브웨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퇴역군인들을 선동하여 강제적으로 백인들을 토지를 강탈하였다.

이와 같은 백인토지 강제 몰수와 부정적인 방법으로 무가베가 대통령 당선되었지만 국제사회는 본격적인 무가베 정권퇴진을 추진하였다. 짐바브웨 주재 유럽 국가들의 대사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하지 않았고 영연방 국가들은 짐바브웨에 제공하던 무상원조 및 경제협력을 철회하였다. 미국도 무가베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미국내 짐바브웨 자산을 동결하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는 국내에서 백인농장의 폐허로 인한 농산물 산출 감소 등과 함께 짐바브웨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켜 오늘날 8백만명의 짐바브웨 국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짐바브웨는 케냐에서 그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케냐도 1978년부터 장기집권한 모이대통령으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과 함께 1990년 중반이후 경제적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IMF나 세계은행은 케냐에서 정치적 안정과 부패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1990년말부터 자원지원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케냐는 지난해 모이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야당이 정권을 잡는 독립이후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무가베도 국가와 국민들의 생존이 무엇인가를 안다면 그가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할 지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