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아프리카 34

[Nigeria] Kano (3)

카노는 수 세기동안 사하라 횡단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사하라를 건너온 카라반들의 발길이 1000년 이상 끊이지 않은 서아프리카의 가장 오래된 고도(古都)이며, 가장 활발한 상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라는 역사적 배경이 말해주듯 볼거리도 다채롭고 풍성하여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양고기를 꼬치에 꿰어 매콤한 양념을 얹어 화덕에 굽는 수야라는 음식이다. 케밥이나 샤슬릭 등의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많이 먹는 양고기 꼬치 구이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양념은 무척 독특하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이용되는 '뻬뻬'라는 이 양념은 지역별로 다양한 특색이 있다. 구이 음식을 먹을 때는 어디에 가나 그것부터 찾게 된다. 한국인의 입맛에 정말 잘 맞는 양념이다. 뻬뻬를 발라 수..

[Nigeria] Kano (2)

코끼리, 소, 독수리 등의 뼈를 파는 상인이다. 각종 뼈들과 동물가죽 따위는 토고의 페티쉬(fetish) 시장에 널려 있던 것들과 비슷하다. 부두(Boodoo) 신앙이 널리 퍼져 있는 서아프리카의 기니만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것으로,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아이템 중 하나이다. 상인이 팔고 있는 동물의 잔해는 주술적 힘이 있다고 믿는 일종의 부적과도 같은 전통 약재이다. 칼을 들고 있는 주인과 흥정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왠 외국인 하나가 와서 물건을 산다고 다짜고짜 떠드니 신기한 모양이다. 물건을 사려던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한 흥정이었다. 어렵사리 Naira 200(약 1.5불)에 흥정해서 열 컷 정도를 찍었다. 사진으로 돈 몇 푼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 자존심 때문에 ..

[Nigeria] Lagos_Victoria Island

라고스에서 잠시 지내던 빅토리아 아일랜드(VI)이다. 새로 개발된 지역으로 대사관과 다국적 기업의 사무실이 몰려 있는, 비교적 치안이 확립되고, 깨끗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 이곳에 도착해 입에 달고 산 말이 '개판'이다. 중앙 행정력의 부재와 대다수 국민들의 저급한 의식 수준을 드러내는 모습이 어디서나 보인다. '이건 왜 이럴까, 저건 또...'하는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라고스의 매케한 가솔린 매연은 그냥 이곳의 향기라 생각하시라.'고 했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교민의 말이 인상적이다. 10년 넘도록 나이지리아에 살며 기반을 잡으신 이 분은 어느 정도의 인내 혹은 무감감의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타문화를 조금이라도 ..

[Benin] Cotonou_City in the 3rd World

일요일 오전,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향한다. 베넹의 경제 중심지 코토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지경이다. 로버트 카플란은 세계의 주변부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제3세계를 여행했다. 서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최초 관심은 그의 여행기를 통해서였다. 그의 명저 [The Ends of The Earth]에 인용된 어느 학자의 말이다. "집 없는 거지들이 사는 뉴욕의 구명 패인 길거리를 달려가는 늘씬한 리무진을 생각해 보라. 리무진 안에서는 북아메리카, 유럽, 환태평양, 일부 라틴 아메리카와 그 밖의 일부 지역 등 에어컨이 설치된 후기산업사회 지역들이 무역정상회담을 벌이고 컴퓨터 정보고속도로를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 인류는 그 바깥에서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가 여행하고 싶어한 곳..

[Nigeria] Balogun Market (2)

인구 천만 이상의 라고스에서 자수직물 거래가 가장 많은 시장, 혼돈 그 자체이다. 초행자는 혼자서 절대 길 못찾는다. 수없이 발에 채이고, 흙탕물이며 갖가지 오물이 튄다. 온갖 것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냄새는 그냥 나이지리아의 향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안어울리는 존재였을까? 검은콩 안에 노란 콩 하나 섞어놓은 꼴이 아니었나 싶다. 멀리 모스크의 미나렛이 보인다.

[Nigeria] Balogun Market (1)

서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중심 도시 Lagos에서 자수 및 직물 거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내륙의 많은 상인들이 이곳에서 물건을 가져가고 Cameroon, Benin 등의 주변 ECOWAS 국가들에서도 많은 상인들이 오간다. 아프리카의 여느 시장처럼 이곳도 활기에 넘친다. 미로를 따라 쏟아지는 수많은 사람들에 밀려 가판대를 따라 진열된 다양한 공산품들을 구경한다. Lonely Planet의 West Africa 편에는 Cairo의 Egyptian Bazarr에 견줄만한 미로라고 써있다. 샘플 가방을 좌우로 둘러메고 상인들을 찾아 나선다. 컨테이너 주문을 할만한 능력이 되는 Bigman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일거다. 정신을 차리..

노예 무역

서아프리카의 대표적 노예무역항 중 한 곳이었던 베넹의 Ouidah 해변이다. 야자수 출렁이는 황톳길, 불과 100여년 전까지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고통에 울부짖으며 이 길을 걸었고, 대서양 너머로 팔려갔다. 16세기 무렵부터 포루투갈인에 의해 시작된 노예 무역은 17, 18세기를 거치면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유럽국가들이 그들의 식민지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가세하여 그 절정에 달했다. 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사탕수수, 담배, 면화 재배를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이익을 위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해안에 상륙한 상인들은 부족간의 전쟁을 일으키게 하여 생포된 노예를 총 등의 유럽에서 생산된 물건과 교환하였고, 이러한 교환은 더욱 많은 부족간의 전쟁을 불러왔다. 이렇게 팔려..

[Benin] "The Point of No Return"

토고에서 베넹 국경을 넘어 하룻밤을 쉬어간 도시 Ouidah는 베넹 Voodoo 토속신앙의 중심지이다. 인구 10만이 채 안되는 이 작은 도시는 1800년대 서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중심 항구 가운데 하나였다. 여인이 서있는 해변에는 'The Point of No Return'가 써진(물론 불어로 써있다) 추도비가 있다. 이곳에서 많은 노예들이 대서양 건너 미국, 브라질, 아이티 등지로 실려갔다. 수십만의 아프리카인이 이곳을 넘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Bronze Casting

서아프리카의 전통 공예에서 손꼽히는 것이 청동 조형물이다. 사진은 가나에서 토고, 베넹을 지나는 동안 하나 둘씩 사서 모은 것들이다. 돈이 없어 antique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나 큰 것은 못샀지만, 이 앙증맞고 조그만 각각의 캐릭터들은 나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청동(bronze)과 놋쇠(brass)는 합금의 혼합이 다르지만 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제작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밀납(wax)으로 조형을 한다. 요즘에는 밀납 대신 더욱 세밀한 조형이 가능한 라텍스(latex)를 많이 쓴다고 한다. 만들어진 밀납 조형물을 진흙이나 침적토(silt)에 담근다. 조형물이 마르면 점토(clay)를 둘러싸서 단단한 주형틀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형틀에 열을 가하므로써 내부에 있는..

음식 이야기 (2)

눈물나게 맛있었던 치킨이다. '뻬뻬'라는 매콤한 양념을 얹어 화롯불에 슬쩍 구워낸 치킨에 토마토 야채스프를 곁들여 접시밥 하나와 함께 해치우고 맥주로 마무리를 할라치면 산해진미가 결코 부럽지 않다.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자주 치킨을 먹지는 못한다. 실은 현지인들에게 이런 음식은 대단한 사치이다. 레스토랑 종업원 월급이 미화 50불 가량이니 6달러나 하는 이런 식사는 결코 싼 것이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먹고 나른함과 포만감을 함께 느끼며 배를 두드려 보는 것이 내게도 역시 사치이지만, 가끔은 그렇게 좀 있어보이는 레스토랑에 가서 혼자 폼잡고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