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200

아프리카의 장로정치와 경험의 중요성 - 연장자중심의 씨족중심사회

2. 아프리카는 연장자 중심의 씨족중심사회 씨족과 가계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집단들이다. 씨족과 가계는 개인보다는 결국 이러한 조직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 법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법인집단(corporate groups)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개인들이 토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씨족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에게 땅을 처분할 권리는 제한된다. 씨족의 전설과 신화는 역사의 중요한 자료이다. 그리고 씨족 조상들은 현재 살아있는 구성원들의 일상의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영혼의 신, 살아있는 사자(living dead)로서 존재할 것이다. 씨족 조상들은 현존하는 사람들에게 사후에도 중요한 존재로서 실존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씨족 구..

아프리카의 장로정치와 경험의 중요성 - 들어가는 글

1. 들어가는 글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동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마타투(matatu)라는 버스를 타고 시골지역으로 연구차 들어가면서 겪었던 일은 나에게 지금까지도 ‘경험 많은 어른들’이 아프리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곤 한다. 마타투라는 버스는 우리나라의 봉고와 같은 승합차이며 아프리카인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마타투라는 말은 3을 의미하는데 차비가 과거에 우리 돈으로 3전하던 차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요즈음에는 “빨리 타”, “빨리 가”, 그리고 “빨리 죽어”라는 3가지의 별명을 가질 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운송수단이다. 마타투는 외국의 관광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차에 탔을 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신기한 듯이, 그리고 경계하는 ..

아프리카인에게 민간신앙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아프리카인에게 민간신앙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장용규 아프리카는 종교적 역사가 깊은 땅이다. 에티오피아에는 기원 후 1세기경부터 아랍지역에서 들어 온 기독교가 정착돼 에티오피아 정교회(Ethiopian Orthodox Church)가 형성되었다. 동부아프리카와 북부아프리카에도 이미 기원을 전후로 해서 아랍지역의 이슬람 문명과 꾸준한 교류가 있었으며, 기원 후 7세기를 시점으로 빠른 속도로 이슬람교가 침투해 들어 왔다. 18세기에는 수많은 유럽의 선교사들이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밀려들어오는데 특히 남부아프리카에서의 파급효과가 커 기독교는 남부아프리카의 최대 종교로 성장해왔다. 이런 역사적 정황으로 볼 때, 북부와 서부아프리카에는 이슬람이, 중부와 남부아프리카에는 기독교가 크게 영향력을 행사..

아프리카 민족에 대한 단상

아프리카 민족에 대한 단상 장용규 민족은 이해집단이다. 민족은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유지해 오던 정체성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이해를 추구한다. 프레드릭 바쓰(Barth, F.)가 주장한 민족의 영역(boundary)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은 아프리카라는 맥락 안에서 의미가 있다. 바쓰는 한 민족이 타 집단과의 경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문화적 상징들, 예를 들어, 종교, 정치, 언어, 역사 등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관심을 보인다. 민족 정체성은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온 고정된 문화적 산물이라기보다는 융통성 있는 사회조직의 특성이라는 것이 바쓰의 입장이다. 특히 바쓰는 민족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주어진 환경’에 ..

아프리카의 성과 결혼 : 신화와 현실

아프리카의 성과 결혼 : 신화와 현실 장용규 솔로몬의 지혜 남아공 유학시절, 학교 앞에서 같이 자취를 했던 분투(Buntu)라는 학생으로부터 들은 재미난 이야기 한 토막. 코사 ‘전통’에서 사춘기가 지난 사람들이 이성교제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지. 오히려 사춘기가 지났는데도 이성친구가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 뭔가 부족한 바보가 아니고서야... 우리 또래에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거든. 남녀 간의 교제에는 일편단심이 통하지 않아. 뭐,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만날 수도 있고, 반대로 한 여자가 여러 남자를 사귈 수도 있는 거지. 그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야. 단 우리 ‘전통’은 남자와 여자의 이성교제는 허락하되 성관계는 엄격하게 금하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남자와 여자가 사귀..

아프리카의 시간개념과 약속-결론

5. 결론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직선적인 시간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서구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낯선 개념이다. 현대사회에서 시간은 생산성과 떼어놓을 수 없다. 24시간의 시간은 생산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쪼개고 또 쪼개서 효율적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용된다. 어떤 의미에서 현대인은 시간의 노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인의 시간은 언제나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 수 있는 개념으로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매순간을 따지며 지내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시, 분, 그리고 초까지도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는 일과 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면서 그날의 시간..

아프리카의 시간개념과 약속-사건과 자연현상을 통한 시간개념

4. 아프리카인들은 사건과 자연현상을 통하여 시간을 계산 이러한 음비티의 주장은 에반스-프리차드(Evans-Pritchard)나 보해넌(Paul Bohannan)의 연구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에반스-프리차드는 뉘르(Neur)족의 시간개념을 연구한 후 뉘르족은 시간을 세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하였다. 1년이 12개월의 단위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뉘르족은 그것들을 한 단위의 단편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마도 어느 달에 한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추상적인 숫자 기호에서 일어난 사건들 간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그들은 완전한 시간의 단위보다 활동들이나 활동의 성과, 그리고 사회 구조와 구조적 차이들로..

아프리카의 시간개념과 약속-현재와 과거를 중시

3. 아프리카의 시간개념은 현재와 과거를 중시 아프리카인들에게 시간은 이차원적인 현상이다. 즉 긴 ‘과거’와 ‘현재’만이 있을 뿐 실제적으로 미래가 없다. ‘실제적인 시간’이란 현재의 시간이며 과거의 시간이다. 일단 일어난 사건은 이제는 미래를 향하지 않고 현재와 과거 속으로 전개해 나간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뒤로 움직이는 것이다. 반면에 ‘잠재적인 시간’이란 미래에 틀림없이 일어날 사건, 또는 자연현상의 불가피한 리듬 안에 있는 것을 가리키고 일어나지 않은 것, 혹은 곧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은 비시간(No-time)의 범주 안에 속한다. 미래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미래 속에 있는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며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구성할 수 ..

아프리카의 시간개념과 약속-시간개념에 대한 이해

2. 시간개념에 대한 이해 우리는 시간을 인간의 삶 속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우리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것일까? 아마 누구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시간은 고정불변의 것이라기보다는 문화집단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문화적 구성요소로서 시간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며 아울러 인간정신의 산물로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현재, 혹은 미래에서 사건을 배치하는 것은 우리의 기준 틀에 달려있다. 언제 한 사건이 우리의 일시적인 삶 속에서 일어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가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사이와 같이 사적인 사건들의 익숙한 연속선상에서 어떤 시점에 사건을 배치시키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비즈니스의 세계 속에서 우리의 ..

아프리카의 시간개념과 약속-들어가는 글

1. 들어가는 글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은 어떨까?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한 가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케냐의 나이로비에 갔을 때 친분이 있는 나이로비 대학 교수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저녁 6시였는데 그는 7시 30분쯤에 나타났고 전혀 미안한 표정도, 왜 늦었는지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저녁은 우갈리과 차파티 그리고 수쿠마위키등 비교적 간단한 식사였는데 저녁 10시 30분에야 먹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화가 너무 났었지만 나중에는 아주 지쳐서 화내는 것도 포기하였다. 결국 숙소에는 11시 30분에야 돌아왔다.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과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약속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