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 285

아프리카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아프리카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good man)"은 어떤 사람들일까? 물론 좋은 사람은 사회와 자연 사이의 섬세한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사람이며 다산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 도덕적 명령은 어른들은 존경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의 직계집단에서 이런 존경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졌다.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배웠다. 그들은 어른들에게 말 할 때 항상 정형화된 방법으로 말해야 했고 어른들이 얘기할 때 끼여 들면 안 되었고 그들에게 소리치면 안 되었다. 잘못 행동하는 자식이 있는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린 동생은 형이나 누나를 존경해야만 했고 직계 집단의 구성원들을 존경해야 했다. 맥주 마시는 날이나 축제 때에는 다른 연배 집단과의 혼합은 없었다. 각각의 집단..

아프리카인의 문화적 정체성은 구전전통

모든 사회는 그들의 문화적 유산과 인간적 경험을 다음세대에게 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아프리카 문화에서, 물려받은 인간적 경험의 집합체인 통찰력과 관습은 말을 통해 전달된다. 구전으로 전달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인 구전 텍스트들은 구전전통이라 부른다. 구전전통의 가장 특징적인 사항은 입을 통해 적어도 한 세대 이상 전해진다는 것이다. 구전전통 텍스트는 지난 사건과 관습을 배타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몇몇 동시대의 아프리카 사회에서, 그 주민들의 주요한 부분과 구전전통과의 관련성이나 타당성은 동시대의 유럽과 미국 사회에서 쓰여진 역사적 증거보다 훨씬 더 높다. 역사가, 인류학자, 그리고 사회학자들은 그들의 작업을 편찬하기 위해 구전을 사용한다. 구전은 보존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기록이다. 역사를 재구성하..

아프리카인들이 생각하는 시간개념

아프리카인들에게 시간은 이차원적인 현상이다. 즉 긴 ‘과거’와 ‘현재’만이 있을 뿐 실제적으로 미래가 없다. ‘실제적인 시간’이란 현재의 시간이며 과거의 시간이다. 일단 일어난 사건은 이제는 미래를 향하지 않고 현재와 과거 속으로 전개해 나간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뒤로 움직이는 것이다. 반면에 ‘잠재적인 시간’이란 미래에 틀림없이 일어날 사건, 또는 자연현상의 불가피한 리듬 안에 있는 것을 가리키고 일어나지 않은 것, 혹은 곧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은 비시간(No-time)의 범주 안에 속한다. 미래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미래 속에 있는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며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도 그들의 마음을 미..

아프리카인들이 무서워하는 ‘말’

아프리카인들은 말을 대상화하지 않고 지시체의 실재에 속하는 것으로 여겼다. 이들은 언어를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존재의 통합적 특성이 발화의 힘 속에 체현된 것으로 보았다. 이런 점에서 말은 단지 학습된 형식의 효과적인 정교화가 아니라 개인이 가진 발성되는 힘이었다. 그리하여 발화는 개인의 지위에 따라 상대적 무게를 가진다. 말의 힘은 세상에 적극적으로 행위하는 인간의 능력으로 간주되어 저주, 주문, 기도와 같은 ‘위대한 말들’은 무기로 사용되었다. 이들의 문화에서 말하고 명명하는 것은 경험을 창조하는 것, 곧 실재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미체계는 구체에서 추상의, 사물에서 말의 명쾌한 분리에 실증적 지식이 있다고 보았던 19세기 유럽인의 경험주의적 인식론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언어에도 특..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과 약속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은 어떨까?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한 가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케냐의 나이로비에 갔을 때 친분이 있는 나이로비 대학 교수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저녁 6시였는데 그는 7시 30분쯤에 나타났고 전혀 미안한 표정도, 왜 늦었는지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저녁은 우갈리과 차파티 그리고 수쿠마위키등 비교적 간단한 식사였는데 저녁 10시 30분에야 먹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화가 너무 났었지만 나중에는 아주 지쳐서 화내는 것도 포기하였다. 결국 숙소에는 11시 30분에야 돌아왔다.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과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약속을 하면 제시간에 일이..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역사․문화적 정체성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반쯤 벌거벗은 이상한 복장을 하고 알 수 없는 주술을 행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아프리카(Primitive Africa)로 인식되고 있거나 아니면 열대우림의 정글과 야생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야생의 아프리카(Wild Africa)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좀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발전되지 못하고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아, 가난, 질병, 내전, 구데타, 부정부패 등 아프리카는 희망이 없는 비관주의(Afro-Pessimism)를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들은 아프리카를 정확하게 보고 있지 못하고 일부분만 보는 것으로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우리..

아프리카에서는 나이 많으신 어른의 말씀이 곧 법이다.

아프리카 사회에서 나이서열(age ranking)은 아주 중요하며 연령질서(age order)는 사회조직의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아프리카 언어들은 영어에서 발견될 수 없는 장자(eldest son), 차자(second son) 또는 장녀(eldest daughter)같은 단어들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가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아이들은 나이어린 아이들보다 더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쿠랑코(Kuranko)족은 연장자가 나이어린 사람들을 ‘소유(owns)' 또는 ’통제(rule)'한다고 말한다. 나이지리아의 이보(Igbo)족은 가족 구성원들이 고기를 배분하는데 나이순으로 한다. 나이든 남자는 머리부분을, 다음의 연장자는 목 부분을 먹게 된다. 즉 동물의 몸이 상징적으로 나이계급에 따..

아프리카는 어른을 공경한다.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동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마타투(matatu)라는 버스를 타고 시골지역으로 연구차 들어가면서 겪었던 일은 나에게 지금까지도 ‘경험 많은 어른들’이 아프리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곤 한다. 마타투라는 버스는 우리나라의 봉고와 같은 승합차이며 아프리카인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마타투라는 말은 3을 의미하는데 차비가 과거에 우리 돈으로 3전하던 차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요즈음에는 “빨리 타”, “빨리 가”, 그리고 “빨리 죽어”라는 3가지의 별명을 가질 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운송수단이다. 마타투는 외국의 관광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차에 탔을 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신기한 듯이, 그리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