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김영희) Africa 음식이야기

19. 망고나무 아래서 - 열대 과일과 채소 2

africa club 2003. 12. 15. 12:55


2)과일
탄자니아는 지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실 모든 과일이 생산 가능하다. 주로 나는 과일 중 파파야, 바나나, 파인애플은 항상 볼 수 있고 오렌지, 망고, 아보카도, 패션푸룻, 수박 등은 철이 있다. 잭프룻, 커스터드 애플, 과바 등은 철에만 잠깐 볼 수 있다. 두리안, 람부탄 등 동남아에서 많이 나는 과일은 주로 잔지바르섬에서 난다.  

아프리카에는 원래 과일을 먹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나 먹는 군것질 정도로 생각했고 어른이 먹으면 창피하게 여겼다. 지금도 식사 후 후식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식사의 일부이거나 식간의 간식거리 개념이다.  

. 파파야
원산지는 중남미로 알려져있다. 탄자니아에서 가장 흔한 과일이 파파야이다. 파파야 나무 꼭대기에 열매가 끊임없이 달려서 차례로 익기 때문에 파파야 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과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겉으로 봐서는 잘 알기가 어려우나 쪼개면 분홍색 파파야와 노란색 파파야가 있는데 분홍색 쪽이 더 달고 맛있다. 과일 가운데에는 작고 동그란 까만 씨가 잔뜩 들어있다. 약간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소화를 돕고 위장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파파야는 고기를 녹일 만큼 강력한 소화력이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남자들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파파야는 열매는 과일로 먹고 씨와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 잎은 비누가 없을 때 세제로 쓰였다고 한다.
  
.망고
동남아가 원산지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망고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키가 크게 자라며 수령이 길다. 6년째부터 열매가 달리기 시작해서 40년간 1년에 두 번 씩 과일이 달린다. 잎이 우리나라의 밤나무 비슷하고 꽃도 역시 밤꽃 비슷하다.
탄자니아에서 망고철은 11월12월 1월이 가장 피크이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6월에 비가 오면 망고가 익으라고 비가 온다는 뜻에서 망고비라고 한다.
개량종과 재래종 망고가 있는데 시장에 주로 나오는 것은 개량종이다. 재래종인 개망고는 달고 맛은 있으나 너무 작아서 먹을 것이 없는 게 흠이다 시골이나 버스 터미널에 가면 아이들이 이 재래종 망고를 채반에 잔뜩 담아 머리에 이고 팔러 다닌다.  
잘 익은 망고는 껍질이 노란 색으로 과일 안에 크고 단단한 씨가 들어있다. 껍질과 씨 사이의 과육을 먹는 것인데 단맛, 신맛, 떫은맛이 조화가 되어 아주 맛있다. 아프리카 망고는 아시아 망고보다 대체로 섬유질이 더 많다.

.오렌지
오렌지 철인 5, 6월  산지에 가면 곳곳에 오렌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볼 수있다. 그러나 탄자니아에서 나는 오렌지는 신맛이 강해서 과일로 먹기가 어렵고 대부분 쥬스로 마신다.
우리의 귤에 해당하는 탄저린도 난다. 탄저린은 맛이 좋아서 그냥 먹을 수 있다.

. 아보카도  
아보카도 역시 5, 6월에 많이 나온다. 초록색의 딱딱한 아보카도를 며칠 두면 숙성하여 점점 말랑말랑해지면서 껍질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과육은 초록색이고 가운데에는 동그랗고 단단한 씨가 있는데 씨는 쉽게 빠진다. 과육에 기름기가 많아서 마치 초록색 버터 같다. 소금을 약간 뿌려서 그냥 파먹거나 요리에  이용된다. 과일 중에서 올리브 다음으로 기름기가 많은 것이 아보카도이다. 아보카도에 들어있는 기름은 혈액속의 콜레스트롤을 줄여준다고 한다.

. 패션프룻
남미가 원산지이다. 패션프룻은 덩굴로 자란다. 옆에 나무가 있으면 휘감고 올라가는데 빨리 자라고 잎이 무성하다. 담쟁이 넝쿨처럼 벽을 타고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패션푸룻의 넝쿨이 뱀을 부른다 하여 집 벽에는 기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과일은 약간 타원형의 노란 껍질 속에 마치 개구리 알 같은 씨가 과즙과 섞여 있어 씹는 맛이 각별하다. 단맛 신맛이 섞여있고 새콤한 향이 좋다. 쥬스로 많이 이용한다. 껍질이 보라색도 있는데 이는 쥬스 용이다.

. 파인애플
파인애플은 남미가 원산이다. 아프리카에도 야생 파인애플이 자라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파인애플이 생산된 것은 식민지 시대에 환금작물로 집약적 재배를 하면서 부터이다.
파인애플은 잘 익은 것을 고르면 향기가 좋고 즙이 많아 맛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한 맛이 있어서 입안이 얼얼해진다. 파인애플도 고기를 녹이는 성질이 있다. 과일을 짜서 쥬스로도 마시고 요리에 쓰인다.

. 수박
탄자니아에서는 긴 수박은 잘 볼 수 없고 주로 동그란 수박이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수박을 그냥도 먹지만 물을 짜서 마시기를 좋아한다.
탄자니아 남쪽 지방은 건조하기 때문에 수박을 중요하게 여긴다. 수박물을 짜서 밥을 짓는다.

. 커스터드 애플
겉이 초록색의 올록볼록한 모양인데 익으면 말랑말랑해진다. 속에는 솜같은 부드러운 흰 과육이 들어있고 사이사이 검은 씨가 촘촘히 박혀있다. 씨를 뱉어야 하기 때문에 점잖게 먹기는 어려우나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매우 맛있다.

. 잭프룻
마치 고슴도치처럼 겉에 가시가 촘촘히 나있고 큰 것은 자루만 하다. 쪼개면 속에 노랗고 넙적한 알맹이들이 그곳에 씨를 담고 들어있다. 씨를 빼고 매끈거리는 노란 알맹이를 먹는다.

.빵나무
잔지바르 섬에는 향신료를 비롯하여 본토보다 오히려 나무들이 다양하다.빵나무도 그 중의 하나다. 둥근 공처럼 생긴 열매가 달린다.  
빵나무가 다 있다니! 이름만 듣고는 나무에 빵이 달리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호기심에 하나 얻어와 잘라보았으나 익지 않은 과일처럼 맛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븐에 굽거나 삶으면 빵 맛을 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에는 나와 있지 않은 것을 보면 탄자니아에서는 널리 애용되는 열매는 아닌 것 같다.    
  
. 소세지 나무
소세지 나무를 본 것은 세렝게티 평원의 끝자락에서였다. 큰 나무에 정말 소세지처럼 생긴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나무에서 소세지가 열리다니 복도 많은 땅이구나 생각하며 가까이 가보니 실제 열매는 소세지보다 훨씬 커서 긴 박 같았다.
사실 회색빛의 소세지나무 열매는 과일로는 먹을 수 없다. 원숭이나 코끼리의 먹이가 될 뿐이다. 사람이 과일로 먹을 수는 없지만 열매는 전통술을 빚을 때 발효제로 쓰인다. 또 약용으로 널리 쓰이는데 즙을 바르면 습진에서부터 피부 암까지 모든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다려 먹으면 말라리아, 당뇨, 폐염, 기생충 구제 등에 좋다. 화장품으로 얼굴에 바르기도 한다.
 
. 바오밥 나무
바오밥 나무는 아프리카의 가장 특징적인 나무이다. 거대한 나무가 하늘을 향해 산발한 가지를 뻗치고 서있는 모습은 기괴하다 못해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2,3백년이나 5백년 정도는 보통이고 천년을 넘게 산다고 한다. 오래된 나무는 그 둥치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거대하다.
‘거꾸로 선 나무’라는 별명이 있는데 나무둥치 위로 솟아있는 가지들이 마치 뿌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신이 노해서 바오밥 나무를 뽑아 거꾸로 세워놓았다는 설화가 있다. 한편으로는 바오밥나무에 정령이 산다고 믿어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어왔다. 마을 근처의 바오밥 나무에는 흔히 빨갛고 노란 천이 둘러쳐지고 그 앞에서 치성을 드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오밥 나무는 너무 물러서 목재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한다. 바오밥 나무가 몇백년이고 마음놓고 자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바오밥 나무가 아주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바오밥 나무에도 열매가 열리는데 작은 빵덩어리 처럼 생긴 타원형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속이 흰 이 열매에는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있다고 한다. 탄자니아에서는 우부유라고 하여 바오밥 열매 속을 빨갛게 물들여서 판다. 이것을 물에 타서 음료로 사용하고 아이들은 그냥 빨아먹기도 한다. 또 바오밥 나무의 껍질은 찧어서 밧줄이나 매트레스를 만들고 새로난 잎은 삶아서 먹는다고 한다.  

. 사탕수수
설탕을 추출하는 사탕수수를 과일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사탕수숫대는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어 과일을 대신할 만 하다. 우리의 남대문 시장격인 다레살람의 가리야쿠 시장에 가면 사탕수숫대를 무더기로 쌓아놓고 판다. 이것을 토막내서 껍질을 벗기고 씹으면 단물이 나온다. 시장이나 관광지에서는 먹기좋게 토막내서 껍질을 벗긴 사탕수숫대를 팔기도 한다. 또 잔지바르에서는 길거리에서 사탕수숫대를 즉석에서 쥬스로 짜서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