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손영민) 케냐 리포트

KENYA TODAY(2005년 5월 11일) - 어미개가 버려진 아기를 구하다/ 영부인의 역할

africa club 2005. 6. 7. 17:54
<어미개가 버려진 아기를 구하다.>

최근 케냐에서 생활고로 인해 영아를 유기하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이로비의 경마장 근처에 사는 개 한 마리가 숲에 버려진 아기를 구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의 먹이를 찾아 헤매던 어미개 한마리가 아기를 감싸고 있던 낡은 반바지를 물어서 주인집으로 옮겼다고 하는데요. 모성본능인지 아기를 강아지들 사이에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숲으로부터 주택가까지 혼잡한 도로를 지나 주인집의 가시철사 담장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아기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개주인에 의하면,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개들 사이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가 보았더니 강아지들 사이에 아기가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생사가 확실치 않고 두려워서 이웃들에게 알리자 놀라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아기가 숨 쉬는 것을 확인하고는 감싸고 있던 더러운 옷을 벗긴 뒤 따뜻한 물에 씻기고 우유를 먹였다고 하는데요. 아기의 탯줄은 작은 구더기들로 가득했으나 여전히 살아있었다며 신의 은총이라고 말했습니다.

5살인 어미개는 현재의 주인집에서 태어났고 특별한 훈련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합니다. 한편 'Angel'로 이름 붙여진 이 여자아기는 생후 2주 가량 되었으며 버려진 채로 숲에서 이틀 정도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응급치료를 받고 난 아기는 약간의 열을 제외하고는 건강한 상태라고 합니다.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구한 개에게 평생 먹이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남아공과 일본 등 외국에서 까지 아기를 입양하겠다고 하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어미개의 주인은 병원비가 없어 최근에 둘째 딸을 잃은 경험이 있고, 현재 4살인 큰 딸은 동생이 돌아온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합니다.        


<영부인의 역할에 대한 뜨거운 논의>

모이 전대통령의 이혼으로 오랫동안 영부인이 없었던 케냐에서 최근 키바키 현대통령의 부인인 루시여사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케냐 정부는 물론 많은 케냐인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웃에 사는 월드뱅크 케냐 책임자의 송별파티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영부인이 직접 가서 항의를 하고 관할 파출소에까지 가서 그들을 체포하도록 촉구했다고 하는데요.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케냐의 유력일간지 기자가 이를 기사화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접한 영부인이 아이러니컬 하게도 ‘세계 언론자유의 날’에 한밤중에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신문사를 찾아가 4시간여 동안 또 다시 소란을 피우며 항의를 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차기대선에 대해 언급하고, 공식석상에서 특정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등 그동안 지나친 오버액션으로 국민들의 눈길을 끌었던 루시여사의 이번 사건으로 영부인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부인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임명이 되지도 않은 자리이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자리로서 정부관리가 아니므로 정부의 일에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통령일가에 대한 면책특권도 관례상 주어지는 것이지 법에 규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일반인들처럼 법을 따라 행동해야 하며 초법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임기동안 가족을 통제하고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일부에서는 영부인의 기사를 신문에 대서특필하여 외부에 케냐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오히려 신문사를 비판하면서, 케냐에 대통령과 영부인의 권력에 대해 제한하는 법 또한 없다면서 모양새가 좋지 않은 일에 굳이 힘을 낭비하지 말고 경제와 교육, 신헌법 제정 등 더 중요하고 긴급한 사안들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프닝에 대해서가 아닌 기사내의 사실에 대해서 오히려 신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송별파티에는 누가 왜 참석했는 지, 그리고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월드뱅크의 책임자가 왜 하필이면 대통령 소유의 주택을 임대했는 지를 밝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와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아프리카 사회 속에서 루시여사의 언론에 대한 도전과 언행이 새로운 여성의 입지와 관련하여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는 있지만, 역시 영부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남편을 잘 보조하고 행사에서 자리를 빛내주는 상징적인 위치라는 것이 대다수 케냐국민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영부인의 신문사 습격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요. 신문사에서 허락없이 자신을 찍는다고 영부인에게 맞았던 카메라맨이 한주동안 영부인의 사과를 기다렸지만 없었다면서, 변호사와 함께 영부인을 상대로 고소를 한 것입니다. 경찰에서 적절한 조사를 하지 않을 경우, 민사로 간다는 방침인 가운데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도 법위에 설 수 없다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근무 중인 언론인을 방해하는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