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아프리카의 민족과 문화

아프리카 성년의식과 할례(割禮)

africa club 2001. 10. 29. 19:20
아프리카인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의식 중의 하나는 성년의식이다. 이 성년의식의 의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유아적 상태로부터 벗어나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는 것 외에 사회적으로도 성인의 자격을 인정받게 됨으로서 개인 뿐만 아니라 공동체 사회에서도 축복받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성년의식은 종족에 따라 상이한 면이 있지만 성년의식이 주는 의미는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의식의 첫 번째 의미는 육체적인 변화와 충격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전통 부족들은 4세에서 15세 사이에 할례라는 성년의식을 치루게 된다. 할례의식은 남자와 여자 모두가 받게 되는데 남자의 경우 할례(Circumcision)를 그리고 여자는 음액절제(Clitoridectomy) 수술을 받게 된다. 즉 소녀가 초경을 치르면 음핵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이로써 아내가 남편에게 더 충실하게 되고, 부인들 간의 싸움이 없어진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공동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교육을 받게된다. 이 의식 기간에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단체인 또래집단들이 격리된 숲에서 일정기간을 생활하면서 미리 성인사회에서 겪을 일들을 배우게 된다. 즉 그들은 공동체생활에 필요한 지혜와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구성원으로서의 덕목을 체득하게 된다. 또한 이 기간동안 고통을 견디는 참을성을 배우게 되며 서로 함께 사는 법을 체험하고, 순종하는 미덕, 남녀관계의 신비와 비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철저하게 교육받는다.
세 번째는 일정기간 가정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가 부모와 친척에게 다시 되돌아가 재결합하게 됨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상징적 경험을 갖게 된다. 또한 이같은 의식은 자기 자신이 새로운 존재, 새로운 인격이 되었음을 강조하는 의미도 가진다.
네 번째는 성년의식 과정을 모두 마친 청소년들은 이제부터 공동체 사회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지니도록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공동체 사회는 이들에게 그 사회의 새로운 임무 수행을 기대하게 된다.
이와같은 성년의식을 통과하지 않은 경우 그는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아프리카 전통사회에서는 성인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즉 아프리카의 성인의식은 통과의례의 성격이 강하며 이 의식을 거친 후에 진정한 그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마사이족은 젊은이들이 12살이나 16살될 때까지 4년 혹은 5년에 한 번씩 할례를 행한다. 그리고 함께 할례를 받은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 일생동안 지속되는 동년배집단을 구성하고 새로운 특별한 이름을 짓는다. 이 의례의 준비로는 모든 입후보자들은 온몸에 흰색 진흙을 바르고,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채 함께 모인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두 달 동안 여러 지방을 옮겨 다닌다. 의례가 행해지는 전날이 되면 소년들은 찬물에다 온몸을 씻는다. 그것이 끝나면 할례를 치르는데, 그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황소 가죽에 담아서 소년의 머리 위에 붓는다. 그 다음에 나흘동안 이들을 격리해 두었다가 나흘이 지나면 여자 옷을 입고, 흰 진흙을 얼굴에 바르고, 타조 깃털로 손을 장식한다. 한 두 주일 후 할례받은 성기가 치유되면 머리를 삭발하게 되는데 이 머리가 다시 자란 후에 비로소 '모란'(전사)이 되는 것이다. 이 의식의 과정에서 고통을 참아 내는 시험을 받기도 한다.
여자의 경우에는 성기의 일부를 자르거나 뚫는다. 그들은 특정한 나무(죽은 야자수)의 잎이나 풀로 머리를 장식한다. 그리고 나서 상처가 치유되면 이제 결혼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삭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 의례의 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은 유년기로부터의 단절과 성년에로의 결합이다. 성기를 단절하거나 뚫는 것, 머리를 깍는 것 등은 모두 하나의 존재양태를 단절하고 다른 존재양태로의 이입하는 것을 상징한다. 얼굴을 흰 진흙으로 얼룩지게 하는 것은 새로운 출생,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의례를 마치면 남자들은 하나의 전사로서의 생애를 시작하게 되고, 여자들은 결혼을 하게 되며, 때로는 이 의례가 끝나는 즉시 실제로 결혼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세대의 리듬은 극화되고 연출된다.
함께 통과의례를 격은 사람들은 여생을 신비스러운, 그리고 제의적인 유대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사실상 그들은 한 몸이고, 한 집단이고, 한 공동체이며, 한 백성인 것이다. 그들은 온갖 일을 서로 돕고 살아간다. 한 사람의 아내는 같은 연령집단의 다른 남자들의 아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집을 방문하면 그 집의 남자는 그 찾아온 사람에게 자기 아내와 동침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그 남편이 집에 있든 없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이것은 집단의 연대성을 긍정하는 깊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각 개인은 "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즉 우리가 있다. 그러므로 나가 있는 것이다" 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연대성은 안정감, 일체감, 협동적인 실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창조하고 제공한다.
위의 성년의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할례의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 의식은 오늘날, 특히 여성들이 '여성할례는 인간파괴'라고 주장하고 이것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유엔인구기금 (UNPF)의 명예대사 자격으로 전세계를 돌며 아프리카 여성인권을 호소하고 있는 슈퍼모델 출신의 워리스 디리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도 아프리카에선 매년 2백만명의 소녀들이 야만적이고 비위생적인 할례의식 때문에 죽어갑니다. 저도 한 여성으로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갖은 학대에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여성을 도웁시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가난한 유목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 겪은 고통속으로 뛰어들어 '잘못된 전통'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섯 살 나던 어느 날 밤, 그녀는 어머니 손에 끌려 마을 주술사의 집에 도착했다. 주술사의 녹슨 면도날은 어린 소녀의 성기 한 부분을 도려냈다. 상처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핏자국과 고름 범벅인 채 커져만 갔다. 한달 동안 누워 지내야 했다. 찢어지는 아픔에 잠도 이룰 수 없었다. 비위생적인 수술로 인해 그녀의 여동생과 두 조카는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같은 병페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전통사회에서는 여전히 할례의식을 중요시하며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이 전통의식이 수세기 동안 이어져 왔으며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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