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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타협을 통한 과거청산 -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 TRC)

africa club 2012. 7. 17. 22:17

 

 

화해와 타협을 통한 과거청산

 -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 TRC)

 

 

 

남아공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 TRC)야 말로 남아공이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로부터 화해를 타협을 통한 국가건설과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변화의 상징으로서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남아공의 변화는 분명히 ‘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TRC는 이 기적의 전형적인 상징적인 사건으로서 인식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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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은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다양한 사회(multi-racial, multi-cultural society)이다. 인종, 언어, 종교, 계급 등에 따른 분열과 차별은 20세기에 들어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시행으로 그 정점에 다다랐다. 특히 인종집단간의 깊은 분열은 올바른 역사의식, 국가의식, 또는 국민의식의 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1995년 국민적 통합과 화해 증진법(Promotion of National Unity and Reconciliation Act)에 의해 설치되었다. 주된 목적은 진실을 밝힘으로서 국민들의 화해와 단결을 증진시키는 것이며 조사기간은 1960년 3월 샤프빌(Sharpeville)사건이 발생한 시기부터 1994년 5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1995년 말에 만델라 대통령에 의해 17명의 위원이 임명되었고 1995년 12월 1일부터 활동이 개시되었다. 의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대주교가 맡았으며 부의장은 보라이너(Alex Boraine)박사가 임명되었다. 모두 3개의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권폭력 위원회(Committee on Human Rights Violations), 사면 위원회(Committee on Amnesty), 그리고 보상과 복권 위원회(Committee on Reparation and Rehabilitation)로 구성되어있다. 위원회의 기능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인권의 침해와 남용을 조사함은 물론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조사하게 하였다. 살인, 납치, 고문, 불법적인 감금 등 과거에 분쟁과 정치적 이유로 발생된 광범위한 인권남용에 대한 조사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1996년 4월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TRC는 2년여에 걸쳐, 지난 30여 년간에 걸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인권유린에 대해, 1백 60회의 청문회와 희생자 2만 1천 여명으로부터 증언을 듣고 백인들이 저지른 암살, 고문, 실종들의 실상을 조사하였으며 백인들의 인권유린뿐만 아니라 흑인들의 인권유린상황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다.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결과는 1998년 10월 29일 인권남용 사례를 담은 2천7백50쪽 짜리 5권의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한 뒤 만델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인종간의 갈등, 정치적 분쟁, 말해지지 않은 고통과 불평등으로 대변되는 남아공의 경험은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위로부터의 민주화 이행과 국민화합을 실현함으로서 국가건설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정치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주요한 정치집단들이 정치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화에 대한 제도적 정착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둘째는 인권남용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를 진실에 대한 조사와 사면 및 복권을 명시한 TRC라는 기구를 통해서 밝힘으로서 역사를 청산하고 국민적 화합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TRC의 근본적인 취지가 보복이나 복수가 아니라 화해와 이해, 그리고 보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TRC는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인종주의자의 통치로부터 민주주의를 향한 남아공의 변화의 과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남아공의 변화는 타협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시기에 인권남용에 대해 사면을 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TRC는 상징적인 사건으로서 남아공이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로부터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변화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TRC는 국가건설과 화해에 기초한 ‘복구적인 모델(restorative model)'을 제시하고 있는데 세계의 다른 예와는 달리 진실을 말하게 하고 사면과 보상을 시행하는 유일한 제도이다.

 

 

과거에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졌던 인권남용의 가해자들에게 행했던 일방적인 사면과는 다르게 남아공의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가해자들에게 사면을 부여함은 물론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나아가 보상과 명예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구나 인권남용에 대한 사면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은 중요한 기준을 다양하게 두고 있는데 특히 관련된 사건의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전체적인 평가는 TRC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종족간의 화합을 가져옴으로서 짐바브웨나 유고슬라비아 같은 인종․종족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공되었으며 화합을 이끌어낸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를 정리하여보면 첫째로 TRC는 정치적 실용주의 모델로서 가해자나 피해자나 국가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로 인식되고 또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아파르트헤이트의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가해자로서의 권력을 포기하고 민주적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전감을 갖게 해 주었다. 둘째로 준법(quasi-legal)적 조정자 역할을 하였다. 인권남용과 폭력에 대해 가해자를 밝히고 책임을 지게 하였으며 도덕적 강제기능까지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심각하게 분열된 국민들에게 과거사를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셋째, TRC는 국가건설의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인종적 가해자와 피해자들 사이에 용서와 화해를 가능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뉘른베르그식의 보복적인 승리자의 정의와 역사적 망각사이에 또 다른 길 - 즉 용서와 화해, 그리고 협력을 통한 국가건설과 새역사의 창조 - 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넷째, 인권남용에 대한 예방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효과로 인해 TRC는 인권남용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킴으로서 인권문화의 발전을 꽤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TRC가 남아공의 변화와 발전에 중요하면서 상징적인 촉매역할을 했다는 것일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도 지역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태이며 일제잔재의 청산과 과거 민주화과정에서 저질러진 인권남용에 대해 조사하고 정리해야 할 때이다. 나아가 통일이후에도 남북간의 이념적 문화적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런 문제를 일단락 짖지 못하고 간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끊임없이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시일 내에 어떤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국민적 공감대 위에 이런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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