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아프리카 탐사단

알고 보면 익숙한, 고대 왕국의 도시 악숨.

africa club 2013. 9. 14. 21:53

 

알고 보면 익숙한, 고대 왕국의 도시 악숨.

 

 

오랜 시간 버스를 달려 악숨(Aksum)에 도착했다. 악숨이라.. 우리나라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악숨이라는 도시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 나도 이번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악숨은 에티오피아 북부 지역에 터를 잡고 로마 제국, 페르시아 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번성했던 “악숨 왕국”의 수도였고, 그 악숨의 고고유적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라고 한다. 또한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악숨 왕국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들어봐도 내겐 익숙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악숨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보니, 사실 우리는 이미 악숨의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모세의 십계명, 오벨리스크, 솔로몬 왕, 헨델의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시바 여왕의 도착>,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살면서 이들 중 적어도 두 개쯤은 다들 들어본 기억이 있지 않을까? 설령 그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는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 정도면 악숨이라는 도시에 대해, 또 악숨 왕국이라는 역사 속 왕국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기에 충분하다는 말이다.

 

 

악숨 왕국은 기원 전 10세기 경에 세워져 기원 후 7세기 경에 쇠퇴하였다. 로마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이 위세를 떨치던 시기에는 아프리카 동북부에서 중요한 무역 국가로 큰 정치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악숨 왕국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던 상아, 노예 등을 수출하고, 이집트로부터 의복, 유리 제품 등을, 인도에서는 철과 면포를 수입하면서 교류와 무역이 왕성했다. 7세기 경 이슬람 세력에 의해 쇠퇴하긴 했지만, 번성하던 시기의 악숨 왕국은 그 위세가 대단해 지금의 수단이나 예멘, 그리고 아라비아 반도에 까지 이르는 영토를 가졌다 하니, 지금은 항구도 없는 내륙국가인 에티오피아에 비하면 꽤 잘 나가는 왕국이었음이 틀림 없다. 또, 그렇다 보니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 악숨 왕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한다. 우리 나라만 해도, 만주 지역을 넘어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렇게 융성한 왕국이다 보니, 왕들은 자신의 권력을 드러내기 위해 거대한 돌기둥을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오벨리스크 이다. 그렇다. 유럽의 광장이나, 이집트에서나 있는 줄 알았던 오벨리스크가 악숨이라는 도시에는 수 백 개나 존재하고, 그 규모는 이집트의 것보다 웅장하다. 대부분은 화강암으로 조각되었고 그 지하에는 무덤이 존재한다. 가장 큰 오벨리스크는 길이 33m에 무게는 100톤에 이를 정도이지만, 이탈리아의 침략 당시 붕괴되어 쓰러져 있다. 다음으로 큰 오벨리스크는 침략 전리품으로 이탈리아에서 약탈해 갔었는데, 2005년에 반환되었다. 우리 나라도 얼마 전 ‘외규장각 의궤’가 반환되는 경사가 있었는데, 의외로 공통점이 많아 보이기도 한다.

앞서 말한 솔로몬 왕이나 헨델은 대체 어떻게 악숨 왕국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직은 감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이 악숨 왕국이 건국 되던 당시의 아주 흥미로운 역사와 관련이 되어있다.

 

솔로몬 왕은 다들 알다시피 무척이나 현명했다. 두 여인이 서로가 아이의 어머니임을 주장하자 “저 아이를 반으로 갈라 나눠주어라.”라는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판결을 내린 솔로몬 왕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솔로몬’이 ‘지혜로운’이라는 형용사처럼 여기저기에 쓰이고 있으니 더욱 익숙하다. 이 솔로몬 왕이 “지혜의 왕”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시절, 이웃 나라였던 시바 왕국에는 매혹적이기로 유명했던 시바 여왕이 있었다. 시바 여왕은 솔로몬 왕의 유명세를 듣고서는, 그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보물을 잔뜩 챙겨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시바 여왕의 화려한 방문은 후에 “음악의 어머니”인 헨델에 의해 음악으로 화려하게 표현되었는데 헨델의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시바 여왕의 도착>이 그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여왕은 솔로몬 왕을 시험하기 시작했고, 성경에 나오는대로1)  솔로몬 왕은 시바 여왕의 시험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의 매력에 이끌려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로맨스의 결과, 시바 여왕은 아들을 얻게 되는데 그 아들이 바로 악숨 왕국을 건설한 메넬리크 1세이다.

 


악숨에서는 시바 왕국의 궁터와 왕국의 주인이었던 시바 여왕의 목욕탕을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그 배수시설이나 설계 구조가 아주 뛰어나다고 한다. 일행들과 시바 여왕의 솔로몬 왕과의 러브스토리를 재구성하면서 돌아보았더니 더욱 흥미로웠다.

흥미로운 출생의 비밀을 가진 메넬리크 1세는 우리가 악숨에서 반드시 찾는 또 하나의 유적지를 만들어내는데, 바로 성모 마리아 시온 성당(Saint Maria of Zion)이다.

 

메넬리크 1세는 에티오피아 중북부의 타나 호수에서 엄청난 물건을 찾아 악숨으로 돌아오니, 그것이 바로 모세의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 원본과 석판을 보관하는 성궤였다.2)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등으로 유명한 바로 그 십계명! 그리고 영화 속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죽을 힘을 다해 찾아 헤맸던 바로 그 성궤! 메넬리크 1세가 찾아온 이런 엄청난 물건들이 바로 성모 마리아 시온 성당에 보관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두 개의 성모 마리아 시온 성당들 사이에 있는 성궤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다. 전설 속 이야기라, 또 성스러운 물건이 보관된 성스러운 장소에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그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인들은 이 이야기를 사실로 여겨, 악숨은 그들에게 성스러운 도시라고 하니, 에티오피아를 찾는 사람에게 악숨은 고생스럽지만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참고문헌

1. Wikipedia

2. 성경

3. Stuart Munro-Hay. Aksum: A Civilization of Late Antiquity. Edinburgh: University Press. 1991.

4. Yuri M. Kobishchanov. Axum (Joseph W. Michels, editor; Lorraine T. Kapitanoff, translator). University Park, Pennsylvania: Penn State University Press,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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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바의 여왕이 주의 이름에 관해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 와서 어려운 문제들로 그를 시험하고자 하여 많은 수행원과 향료와 심히 많은 금과 보석을 실은 낙차와 함께 예루살렘에 이르렀더라. 그녀가 솔로몬에게 나아가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다 말하매 솔로몬이 그녀의 묻는 말에 다 대답하였으니 왕에게 드러나지 아니하여 왕이 그녀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더라..’

열왕기 상 10장 1~3절

 

2) 메넬리크 1세가 십계명과 언약의 궤를 아버지인 솔로몬 왕에게서 받아왔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