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그리고 나이로비

 

 

by 기웅

 

아프리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덥다, 검다, 못산다, 야생, 열악하다, 불쌍하다. 이런 단어들은 아닌지. 그러면 케냐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사파리? 마라톤? 혹시, 덥다, 검다...?

 

 

 

 

 

나이로비는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케냐의 수도이다. 엥카레 나이로비(Enkare Nairobi)라는 마사이어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그 뜻은 차가운 물이다. 나이로비의 기후도 그 이름처럼 그다지 덥지 않다. 적도에서 남으로 150정도 떨어진 열대 지역이지만, 1,676m 정도의 고원에 위치하기 때문에 연평균 기온이 약 18도 정도로 선선하다. 오히려 아침저녁으로는 긴팔이 꼭 필요할 정도로 쌀쌀하다. 나이로비에 처음 들어서면, 낮게 깔린 구름과 멀리까지 보이는 지평선,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져 깨끗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시내에는 충분한 녹지와 공원들이 배치되어 있어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깨주는 도시이다.

 

 

 

<하늘에서 본 나이로비>

 

 

나이로비는 원래 그 주변지역과 마찬가지로 마사이, 키쿠유 족 등과 야생동물들이 노니는 초원이었다. 지금도 유목민족인 마사이족이 때때로 소떼를 몰고 나이로비 근처에 주둔하거나 도시를 통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1895년 영국이 몸바사에서 빅토리아 호수 연안의 키수무까지 철도를 놓는 공사를 시작하며 전진기지인 나이로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907, 나이로비는 영국령 동아프리카의 수도가 되었고, 1950년에 시로 승격되었다. 이후로도 발전은 거듭하며 동아프리카의 중심 도시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나이로비는 다른 대륙에서 아프리카로 들어오는 관문도시이자 사파리를 시작하는 사파리 수도로의 역할도 수행한다. 도시가 생긴지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인구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곳이 어느새 케냐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도시로 자리 잡았다. 19191만 명 정도였던 나이로비의 인구는, 194812, 독립 후인 1969년에 51, 1979년에는 83만으로 급증했고, 현재는 250만 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당신은 이러한 나이로비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 아프리카에 대해 품고 있는 선입견으로 나이로비를 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로비는 세계의 다른 수많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현대적인 대도시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어쩌면 상당히 일반적인 대도시이다. 물론 나이로비에 흑인들이 많이 살지만, 식민시대 건너온 백인들의 후손들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이로비에 거주하는 백인, 인도인, 중국인 등 다양한 생김세의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빼꼭히 들어선 나이로비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야생 동물들의 고향인 와일드아프리카가 버젓이 살아있다. 하지만 나이로비도 세계 어느 도시처럼 빈민촌이 있고, 그들의 생활환경은 열악하며 때로는 불쌍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는 도시의 일부일 뿐이다. 양복을 갖춰 입고 시내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저녁에는 친구들과 냐마초마(nyama choma : 스와힐리어로 구운 고기라는 뜻이다. 쇠고기나 염소고기를 숯불에 구워 소금에 찍어 먹는 전통 요리이다.)에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잠시 아프리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일단 대도시 나이로비에 어떤 삶이 있는지 알아보자.

 

 

나쿠마트 (Nakumatt)

 

나쿠마트는 우추미(Uchumi, 스와힐리어로 경제라는 뜻이다) 등과 더불어 케냐의 대표적인 마켓 체인이다. 케냐 전역에 17개의 매장이 있으며, 나이로비에서도 시내를 다니다 보면 나쿠마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각 매장은 약 5만 가지 정도의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이는 식료품에서부터 화장품, 가구, 음반, 문구류, 전자기기,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를 모두 포함한 숫자이다. 나이로비 시내의 한 매장의 경우, 나쿠마트는 세 개의 층을 사용하고 있다.

 

 

<나쿠마트 외관> 마트의 상징인 코끼리가 그려져 있다.

 

 

1층에서는 고기 과일, 과자 등 각종 식품을 판매하고, 2층은 문구류, 음반, 식기 등 생활용품을, 3층에서는 컴퓨터 용품, 가구, 자전거 등 고가품을 진열해놓고 있었다. 이름만 다를 뿐 상품의 종류나 가짓수, 진열방식 등에 있어서 한국의 대형할인마트와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나쿠마트 내부>

 

다양한 상품이 구비되어 있다. 와인과 베이커리 코너의 모습.

 

 

이처럼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기 때문에 케냐인과 외국인 모두 나쿠마트를 즐겨 찾는다.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경우 나이로비에 올 기회가 있으면 이러한 대형 마트에 들러, 근무지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들을 구입해가는 경우도 있다. 간혹 마사이들이 고유의 붉은 의상을 입고 정말 현대적인 공간인 나쿠마트로 쇼핑을 오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나이로비 대학 (University of Nairobi)

시내 중심에 메인 캠퍼스를 두고 있는 나이로비 대학은 케냐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대학으로 1954년에 개교하였다. 처음에는 독자적으로 학위를 수여할 수도 없는 단과대학에 불과했다. 하지만 1963, 나이로비 대학은 우간다의 마케레레, 탄자니아의 다르에르살람 단과대와 통합하여 동아프리카 대학을 이루게 된다. 이어서 1970년 동아프리카 대학이 분리되며 종합대학으로 거듭났다. 의학, 수의학, 농학, 공학, 법학, 교육학, 경제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학부가 있으며 케냐타칼리지를 산하에 두고 있다.

 

 

<나이로비 대학> 녹지와 건물이 잘 어우러진 캠퍼스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공부한다.

 

 

나이로비 대학의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표정이 상당히 밝고 자신만만하다. 사회의 엘리트다운 자부심과 당당함이 행동과 목소리에 묻어난다. 실제로도 이들은 케냐 전역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어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이다. 자기 부족의 말과 스와힐리 그리고 영어까지 세 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동아프리카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엘리트들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학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잔디밭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기도 하고, 놀러 나가기도 한다.

메인 캠퍼스를 방문하면 익숙한 인물의 동상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인도의 영웅인 마하트마 간디이다.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이 그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간디 기념 도서관이고 그 안에 간디의 동상이 있는 것이다. 케냐와 간디가 바로 연결은 되지 않겠지만, 인도계 사람들이 간디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란 배경을 알면 납득이 될 것이다. 나쿠마트의 경영자도 인도계인데, 영국 지배시절 케냐로 많이 건너온 인도인들은 케냐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도서관 1층의 서점에서는 스와힐리 문학작품에서 각 학과의 전공 서적들까지 다양한 책을 판매, 대여한다. 이 중 몇몇 교재는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많이 보는 교재여서 세계화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노포크 호텔 (Norfolk Hotel)

나이로비 대학과 케냐 국립극장 맞은편에는 유서 깊은 호텔이 있다. 나이로비가 생긴지 몇 해 지나지 않은 1904년 문을 연 노포크 호텔이 바로 그곳이다. 노포크 호텔은 식민시대 지배자였던 영국인들을 위한 호텔답게 영국식으로 꾸며진 고풍스러운 외관을 지니고 있으며, 98/99년의 개선 공사를 통해 시설도 깨끗하게 재정비되었다. 호텔의 설립 초기에는 사파리나 연구, 사냥 등의 목적으로 케냐를 찾는 손님들이 많이 묵었으며, 케냐에 정착한 백인들 간의 사교의 장으로도 활용되었다. 미국의 26대 대통령 루즈벨트도 1909년 사냥의 목적으로 케냐를 방문했을 때 노포크에 머물렀고, 영화 촬영을 위해 케냐에 온 배우들도 노포크를 즐겨 찾았다.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인사들이 노포크를 찾는데, 최근의 예를 들자면,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출연진과 스텝들이 묵어갔다. 하루 숙박에 200달러 내외로 비싼 편에 속하지만 인기가 높은 것은 역사와 시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서비스 때문일 것이다.

 

 

<노포크 호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풍스러운 외관.

 

 

사파리 파크 호텔 (Safari Park Hotel)

파라다이스 그룹의 창업자인 고 전락원 씨가 운영했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사파리 파크 호텔은, 도심 속의 휴양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지만,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주변 환경이 도시와는 다른 모습으로 확 바뀐다. 아프리칸 방갈로 스타일의 낮은 집들이 10만 평의 녹지 사이에 띄엄띄엄 들어서 있고, 건물의 외관에서 작은 인테리어까지 자연의 냄새가 나는 재료들을 택하여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온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로비가 있는 건물도 쥬라기 공원에서 본 듯한 자연 친화적인 모습이다.

호텔에는 쇼핑 빌리지와 각국의 음식을 다루는 6개의 레스토랑, 카지노 등 흥미를 끄는 많은 시설들이 있다. 몸바사, 잔지바르 등 동아프리카지역의 엔틱 조각에서 현대 조각까지 다양한 아프리카 토산품을 파는 상점, 대형 화덕에 구운 악어, 타조, 멧돼지 등 각종 고기들을 맛볼 수 있는 냐마쵸마 식당 등은 어느 곳에도 뒤쳐지지 않는 만족을 제공한다.

 

 

<사파리 캐츠 쇼>

 

힘이 느껴지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동작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냐마쵸마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사파리 캐츠 쇼(Safari cat's show)를 볼 수 있다. 동아프리카 최초의 본격 전문 민속 무용단이 공연하는 사파리 캐츠 쇼는 아프리카의 힘과 생명력, 역동성을 잘 표현한 공연이다. 프랑스에서 초빙된 감독이 아프리카 전통의 무용에 현대 무용을 가미하여 만든 작품으로, 감독이 떠난 현재에도 재창조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남여 배우들의 균형 잡힌 몸매와 놀라운 움직임도 감상에 즐거움을 더한다. 공연은 5분 정도마다 내용이 바뀌며 1시간가량 계속된다. 아프리카의 부족들이 예로부터 춰온 춤으로 시작되어, 바구니 등의 소품을 이용한 춤으로 이어진다. 20명가량의 배우들이 무대 앞에 쭉 앉아서 박수치는 공연도 있고, 무용이라기보다 곡예에 가까운 장면들도 연출된다. 남여배우 한 명 씩 나와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도 화려한 개인기를 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의 정치, 경제와 문화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도시이다. 아프리카에 있는, 우리의 도시와 영 다른 그 어떤 미개한 곳이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와도 견줄 수 있는 현대적 도시이다. 나이로비의 경제력, 젊은이들의 생각, 역사와 문화 그 어느 것도 뒤쳐지지 않는다. 케냐 사람들과 아프리카 대륙의 특징이 그 안에 녹아 들어가서 나이로비만의 색을 내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53개국이 있는, 지구 육지의 20%를 차지하는,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는 큰 대륙이다. 물론 불행한 착취의 역사를 지워버릴 수는 없겠지만, 아프리카의 아름다움 또한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첫 여행지였던 나이로비의 변해가는 도시 풍경은 아프리카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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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올아프리카 africa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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