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남아공의 사회와 문화

남아공의 에이즈(4) - 남아공 정부의 대책

africa club 2004. 7. 4. 19:02
제가 말씀드린 남아공의 에이즈 정책의 우수성은 여타 다른 아프리카지역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는 훌륭한 인프라 시스템, 아프리카 국가속에서 유럽국가라고 불리는 선진국형체제 등등에 대해 이야기 한 것입니다.

현재 남아공은 정치개혁을 필두로 사회-경제적인 개혁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부정부패와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추진미흡등 남아공의 에이즈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배경은 아프리카속에서 그들의 위상에 걸맞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다음 내용을 읽어보시면 어떤 문제로 인해 남아공의 에이즈 정책이 문제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92년 10월, 남아공 정부는 흑백간의 정권이양을 앞두고 범 국가 차원의 회의를 통해  HIV/AIDS에 관련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남아공 AIDS 조정 위원회”(NACOSA)를 결성했다. 이 정책의 골자는 각 정당과 노동조합 그리고 산업 분야, 시민 사회, 교회, 학계, 정부 등 각종 기관과 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NACOSA는 집중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초안은 1993년에 나왔다. 내용은 HIV 감염과 사회적 충격 완화, AIDS에 대항하기 위한 지방, 국가, 국제적 자원의 활용 등을 골자로 하는 야심만만한 것이었다.

1994년 흑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NACOSA의 전략은 박차를 가해 NACOSA의 초안은 국가 AIDS 계획으로 이전되었고 예산과 기부금이 전년 대비 두 배 많이 할당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NACOSA는 AIDS를 단순히 개인적인 질병의 차원에서 접근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 정부가 안고 있는 현안 문제들, 예를 들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불균형을 재조정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형편에서 관료주의자들의 나태함은 NACOSA의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작용했다. 중앙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지역 정부간에 예산 할당을 놓고 벌이는 관료주의적 행태는 AIDS 개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NACOSA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WHO의 “지구촌 AIDS 계획”(GPA)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NACOSA의 정책과는 또 다른 노선을 취하는 등 남아공의 AIDS 정책은 혼선을 거듭하게 된다. 정부차원에서의 야심에 찬 AIDS 계획이 2년째 벽에 부딪치면서 HIV 감염률은 1994년의 7.6%에서 1996년에는 무려 두 배에 가까운 14.2%로 뛰어 오르게 된다.

여기에 더해 각종 스캔들과 부정부패는 정부의 AIDS 계획의 신뢰성에 결정적으로 금이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중에게 AIDS에 대한 홍보를 하기 위해 만든 사라피나 II(Sarafina II)라는 오페라였다. 사라피나 II는 1천 4백 2십만 랜드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오페라였지만 예산 집행의 방만함과 부패로 인해 국가적인 실패로 돌아갔다.

HIV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AZT의 대체 의약으로 알려진 비로딘(Virodene PO58)에 대한 남아공 정부의 대응도 관료주의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잇권 다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로딘은 AZT와 마찬가지로 항암제로 개발되었으나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되어 오던 중 HIV와 같은 종양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특허권 문제를 둘러싸고 연구진과 정부 부처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연구 개발은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1999년에 그 동안 HIV에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명된 AZT라는 약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포를 했다. 당연히 이에 따른 찬반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남아공의 보건부 장관 쥬마(Zuma)은 정부에서 AZT를 금하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값이 너무 비싸다. AZT는 미국의 Glaxo-wellcome이라는 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약으로 그 동안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 3세계에서 AZT를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재에 나서 Glaxo-Wellcome사는 남아공 정부에 약값의 70%를 할인해 제공할 의사를 비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정부는 AZT를 사들이는데 예산이 8천만 랜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둘째, AZT가 효과를 보았다는 실질적인 자료가 없다. 이 주장은 곧바로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집중 포화를 맞았다. 미국과 태국에서 행한 조사 결과 AZT는 산모-아이로 이어지는 HIV 전염 경로를 차단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캐나다, 영국과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AZT를 이미 실용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10년간 남아공에서 AZT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AZT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셋째, AZT는 암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지 HIV와는 무관하다. AZT는 사실 1960년대에 암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AZT는 암을 치료하는데 실패해 사용을 거의 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AZT가 HIV를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AZT가 상용화된 것이다. 만일 AZT가 안전하지 않다면 남아공 정부는 왜 지난 10년간 AZT의 사용을 방관했겠는가. 남아공 정부는 지나치게 AZT의 부작용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AZT가 산모-아이의 감염경로를 50-75% 정도 차단해 왔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남아공 정부, 정확히 말해서 남아공 보건부가 이처럼 AZT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배경에는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그 동안 서양 과학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AIDS 과학”에 전반적인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급기야 음베키는 대통령 직속으로 “아프리카의 HIV/AIDS에 관한 국제 과학자 분과”를 설치했다. 이 분과 위원회는 AIDS는 가난과 영양결핍 등과 같은 생활 패턴에서 비롯되는 질병이며 HIV는 AIDS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음베키는 서방 국가의 원수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아프리카의 AIDS는 “아프리카적 재해”이기 때문에 서양의 과학과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덧붙여 남아공의 임무는 “HIV/AIDS에 관한 아프리카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남아공의 대주교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타보 음베키에게 HIV에 감염된 임산부에게 AZT를 투약할 것을 허락해 줄 것을 종용하는 요청에 대해서 음베키는 “남아공의 많은 사람들이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일하기 위해 모든 지식을 희생하고 있는데 놀랐다”라고 응수하고 있다.

음베키의 정확한 의도가 그가 주창하는 아프리카 르네상스에서 비롯된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인의 손으로”라는 슬로건을 실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지 AIDS에 관한 서양의 지배력에 저항하기 위해서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남아공 정부가 HIV/AIDS문제를 놓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AIDS로 죽어가고 HIV에 새로 감염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