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의 시간개념 - 폴레 폴레(Pole Pole) -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관념은 어느 정도일까? 한마디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늦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하다고나 할까!!!
1992년 겨울방학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나이로비 국립대학의 스와힐리어과의 케네네와 무티소(Kineene wa Mutiso)교수로부터 식사초대를 받게 되었다. 이 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어과 초빙교수로 재직한 적도 있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어 한국말도 꽤 잘하고 한국문화에도 익숙한 분이었다. 물론 시간관념도 정확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약속하기 전날 필자가 묵고 있는 숙소에 직접 찾아와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시간약속을 하였다. 약속시간은 저녁 7시. 다음날 숙소의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지칠때쯤 되어, 아니 정말로 화가나서 입에서 육두문자가 고개를 들고 삐져나올때쯤 그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오다가 교통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 1시간 30분 동안이나 오기를 기다렸다. 정말 무슨 사고나 일이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약속장소에 나타나는 그의 표정은 우리의 얼굴과 표정과는 정반대였다. 너무나 여유롭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더욱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것은 약속시간을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약속시간에 왜 늦었는지 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리를 인도하여 그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면서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폈던 것을 까많게 잃어버리게 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세상에 저녁은 몇 시에 먹었느냐고? 정확히 저녁 11시 30분에 저녁식사가 끝났다. 식사가 만찬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생각하겠지만 정말로 간단했다. 한국음식에 비해서. 차파티(우리나라의 부친개같은 종류, 단 기름으로 후라이판에 튀겨서 하는 요리가 아님)와 카랑가(고기스튜) 그리고 맥주등...
이 시간 이후로 아프리카인들이 약속을 하면 항상 장소에 늦게 나타났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왜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왔느냐고 책망을 들은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나보다 일찍 나와서 기다린 경우가 내 기억에는 몇 번 안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할까?
한마디로 아프리카의 교통수단중 비행기는 정확히 출발하고 정확히 도착하지 않을까? 아니다. 연착하는 것은 예사고 그것도 정확한 안내나 그 안내가 또 정확히 이루어지는 경우도 없다. 2-3시간 늦으면 물어보기도 하지만 그냥 인내하며 기다린다. 이러한 이유는 기계적인 고장이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나라 같으면 문제가 심각해서 승객들이 항의하고 난리가 날 정도이다. 기본적으로 문화적으로 정확한 시간관념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아프리카처럼 공동체의식을 중요시하고 정적인 사회에서는 시(時 : Time)보다는 상(相: Aspect)를 중시하게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비행기가 아프리카의 교통수단중 가장 정확한 편이다. 즉 가장 세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것이 미덕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항상 정확하게 빠르게 그리고 더 멀리라는 구호처럼. 과연 이런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행복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말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생활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라는 것과 같은 질문일 것이다.
우리는 바삐 보내고 있다. 짜장면을 시키고도 빨리 달라고 말이다.
동아프리카에서는 빠른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빨리 하는 모습을 보면 동아프리카의 스와힐리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폴레 폴레 은디오 무웬도(Pole pole ndio mwendo.) - 천천히 해도 결국은 간다.
하라까 하라까 하이나 바라까(Haraka haraka haina baraka.) - 빨리 빨리는 복이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또 하나의 속담을 만들어 내어 아프리카인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하라까 하라까 이나 바라까(Haraka haraka ina baraka) - 빨리 빨리는 복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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