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역공동체

동부아프리카 관세동맹-경제성장의 새로운 촉매제

africa club 2004. 7. 16. 11:38
그동안 많은 기대를 모았던 동부 아프리카 관세 동맹 협약(East African Customs Union Treaty)이 올해 3월 최종적으로 서명되었다. 이 협약을 통해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의 3개동맹국은 동부 아프리카 지역 내 무역 장애를 제거하는 관세 체제 설정에 동의하였다. 동맹국들은 동일 외부 관세 및 지역 제조업 발전 지원계획에 동의하였고, 특히 케냐는 동부 아프리카 공동체(East African Community; 이하 ‘EAC’)내 자국 수출에 대한 부가요금 지불에 찬성하였다. 한편에서는 동부 아프리카 통합을 위한 이러한 단계적 접근방법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요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점진적 접근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더 유익할거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EAC 사무국은 이 동맹의 중요 목표가 동부 아프리카 시장의 실질적 통합을 통한 생산, 투자 및 지역간, 또는 지역 무역, 그리고 국제 무역의 촉진에 있다고 보고, EAC 관세 동맹체결로 동부 아프리카의 각종 경제적 기회 창출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필수적 요건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동부 아프리카 지역 협정의 경우와 같이 이 협약은 탄자니아 북부의 아루샤(Arusha)에서 서명되었는데, 이 곳은 EAC 본부의 탄생지이기도 하면서, 앞으로 새로운 동부 아프리카 의회와 EAC 관련 기관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1999년의 EAC 협약(EAC Treaty)은 관세 동맹이 2003년도 말까지 실행되도록 규정하였는데 현재까지의 진행 상태를  보면 예정보다 크게 지연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지나온 길

협약 서명식에서 케냐의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과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 그리고 탄자니아의 음카파 대통령은 이 관세동맹을 동부 아프리카 지역 통합과 경제 발전의 진정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자축하였다. 아직 각국 의회의 비준을 기다리는 단계이지만 이 역시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EAC의 사무총장인 아만야 무쉥가 총장은 그동안 어렵사리 지나온 길을 회상하며 이 협약 서명은 EAC 발전에 중요한 획을 그은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의 몇몇 세부 사항은 지난 해 6월 나이로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졌는데, 대부분 소규모 협의로 이루어졌고, 해당 공무원들이 조를 이루어 협약 내 세부 주의 사항 등을 재검토하였다. 외부 관세 일치와 내부 관세의 철폐를 통한 단일 시장 건설로 3개국 경제는 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것으로 보인다.

3개 동맹국의 GDP 합산치는 255억 달러에 이르며 총인구는 9천3백만명에 달해, 아프리카의 최대 규모 무역 블록의 하나로 꼽히게 된다. 지역 내 재계 지도자들은 관세동맹이 창출할 기회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탄자니아 주조회사의 관리 부장인 아놀드 킬레워씨도 관세 동맹 의정서가 동부 아프리카 기업 발전에 바탕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다.

초기의 EAC는 급속한 통합을 추진하다가 결국은 주변의 반대 및 잘못된 신념, 그리고 3개국의 입장 조절 실패로 인해 결국 제대로 운영될 수 없었다. 그러나 1977년부터 동아프리카 지역 내 정치적 협력 시도가 중단된 이래, 1999년에 이르러 비로서 새로운 EAC가 천명되었다.

1970년대 동부아프리카의 통합 노력은 대규모 무역 수지 불균형으로 많은 타격을 받았다. 현재 이 지역내 무역 수지 불균형은 70년대 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상태이기 하지만 아직도 제조업 부분에서 케냐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탄자니아와 우간다는 무역 장벽을 제거할 경우 밀려드는 케냐 수입품의 위협을 감지하고 있다.

이제 보다 점진적인 접근방법의 채택으로 케냐 정부는 7월부터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수입품에 대해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데 동의하였다. 그리고 위 2개국은 앞으로 5년간 자국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상태이다. 그 기간동안 케냐 상품은 초기의 10% 수입세를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5년의 조정기간동안 이를 0%로 삭감하게 될 전망이다. 탄자니아 산업 연합의 총책임자인 크리스틴 킬린두씨는 위 3개국의 발전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시장 개방에도 시간적 차이가 있다며, 탄자니아의 경우 이러한 수준 격차로 기업계는 성장과 혁신 및 변화를 추구할 시간을 갖게 되었고, 시장이 최종적으로 개방되게 되면 자신들 역시 경쟁대열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자니아 주조회사의 킬레워씨는 케냐의 제조업체들이 탄자니아 제조업자들에게 케냐로 보다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렇게 하여 케냐의 제조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 관세제도

현재 협약의 중점은 동부 아프리카의 제조업 및 가공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7월부터 EAC 외부로부터 오는 수입품에 붙는 동일 외부 관세는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설정될 것이다. 즉 원료는 무세율을 적용하고, 준가공품은 10%세율을, 제조품에 대해서는 25%대의 세율을 매기는 것이다.

  준가공품에 대한 세율은 지난해 관세 동맹 초안에서 동의된 것보.다 약간 낮은 수치이다. 동맹국들은 새로운 세율 구조로 동부 아프리카 제조업자들에게 어느 정도 보호책을 공급하는 한편. 원료 수입을 희망하는 지역 회사들의 비용 최소화를 도모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동부 아프리카 기업 협회의 회장인 제임스 물와나씨는 기업이 새로운 세제에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래를 위한 계획

동부 아프리카 관세동맹이 아프리카 지역내 지배적인 무역 블록으로 입지를 굳히기 까지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위 3개국은 각각 남부 아프리카 개발 공동체(SADC)와 동남부 아프리카 공동시장(Comesa)의 회원국이기도 하여 앞으로 올 규제적 변화에 대해 혼선이 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EAC 회원국간 무역량은 위에 언급한 두 조직의 무역량보다 훨씬 규모가 커서 잠재적 이익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새로운 체제 적응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인센티브가 부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AC는 위의 두 무역 블록이 결여하고 있는 정치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보다 폭 넓은 자유 무역은 EAC의 확대와, EAC와 다른 자유 무역 블록간 거래 결과에 따라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EAC 사무국 대변인은 3개국이 다른 지역 조직에 회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EAC 관세동맹은 다른 무역 블록 및 자유 무역 협정에 진입하기가 용이하고, 또한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본다면 먼 장래에 더 규모가 큰 무역 블록과 합병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대에 오른 관세동맹

관세 동맹이 제대로 실행되는지를 알려면 동맹체제내의 무역량 증가 속도와 경제적 이익 공
유 정도, 그리고 GDP 성장 추이를 지켜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우간다는 그동안 매년 경제성장률이 10%를 구가했는데, 이에 대해 과거 이디 아민(Idi Amin) 체제의 부패상황으로부터 재도약한 결과일 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최근 케냐는 경제적으로 다소 정체한 감이 없지 않지만, 탄자니아의 경제는 지난 5년간 놀랍게 발전하였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 역시 긍정적인 발전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케냐 경제가 정체하면서 나머지 2개국과의 경제 격차가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동부 아프리카 지역 내 무역 증가로 인해 고용 창출 및 국민 생활수준 제고라는 실질적 혜택을 보게 되면 3개국은 이와 동시에 5% 이상 경제성장률 성취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세한 케냐의 공업이 동부 아프리카 지역의 공업을 장악하게 될 위험성과,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기업 성장이 방해 받을 것이라는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케냐의 기업들은 자국 공장을 위 2개국에 설치함으로써 이러한 부정적인 전망을 불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케냐 기업들은 동부 아프리카 지역내 고용 창출을 통해 순수 케냐 기업이라기 보다 ‘동부 아프리카 기업’의 하나로 인식되게 될 것이다. 또한 9천 만명이 넘는 시장 장악으로 인해 다른 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서게 된다.

이 관세 동맹 협약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자유 무역 지대가 형성될 것이나, 진정한 공동 시장 구축을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행의 세부 사항들은 특정 문제가 가시화될 때마다 계속 수정될 필요가 있지만 전체적인 골자는 확실히 세워져서 이전상태로의 회귀는 없을 것 같다.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도 경제통합을 위한 여러 계획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많은 국가들은 실패에 대한 위험성과 외국 지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직 이를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동부 아프리카 관세동맹은 잘 실행되기만 한다면 동부 아프리카 지역만이 아니라 앞으로 아프리카의 지역 공동체 수립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황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