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일반

아시아·아프리카정상회담과 아프리카의 현실

africa club 2005. 5. 30. 11:41
아시아·아프리카정상회담과 아프리카의 현실

아시아·아프리카의 연대를 표명한「반둥 회의」(1955년)가 올해로 50년을 맞이하였다. 반둥회의는 1955년 4월 18일 구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독립을 실현하고 있던 아시아·아프리카의 정상들이 인도네시아의 반둥에 모여 「아시아·아프리카 연대 회의」를 개최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국가들이 연대하여 자립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아시아와 아프리카 정상들이 제3세계의 단결과 비동맹운동을 촉구했던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이후 50년 만에 다시 모여 반세기 전의 정신을 확인했다. 양 대륙 89개국 대표들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4월 22, 23일 이틀 동안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고 상호 정치, 경제 및 문화적 협력을 늘린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아시아·아프리카의 전략적 협력’ 선언문을 채택했다. 또한 2년마다 외무장관 회의를, 4년마다 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 처럼 양 대륙이 5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미래를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50년 이전에 공유한 정신을 다시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아프리카는 고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빈곤, 분쟁,HIV/AIDS 등 이대로는 아프리카가 2015년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시한 UN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UN 밀레니엄 개발 목표는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 인구를 반감하고, 보건·교육에의 접근 확대를 제시하였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은 밀레니엄 개발 목표가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개발을 막는 부정적 요인들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인들이 산재하여 국가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그 부정적인 요인들을 살펴보면 먼저 에이즈 문제로, 에이즈에 의한 사망의 70% 이상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집중하며 남부아프리카 국가들의 평균 수명은 에이즈에 의하여 10세 이상이나 하락하고 있다.
UNAIDS의 추계에 의하면 2004년말 현재 세계의 HIV 감염자는 3,940만명(3,590 ∼ 4,430만명)으로 증가하였고 같은 해 신규 감염자는 490만명(430 ∼ 640만명), 그리고 에이즈에 의한 사망자수는 310만명(280 ∼ 350만명) 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에이즈 문제의 최근 특징으로는 경제 성장과 소득 격차가 현저한 중국이나 인도에서 에이즈 감염자의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이다.
2004년 말 현재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있어서 HIV 감염자수는 2,54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13%를 차지하는데 지나지 않는 이 지역에 에이즈 감염자 수는 세계 감염자의 약 2/3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여성의 경우 3/4). 특히 아프리카지역의 성인 에이즈 감염률(7.4%)은 보합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은 사태의 개선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신규 감염자와 에이즈에 의하여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중에서도 심각한 지역은 남부아프리카이며, 세계 인구의 약 2%가 생활하고 있는 아프리카 남부 9개국의 HIV 감염자 수는 전 세계 에이즈 환자 수의 약 30%가 집중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보츠와나는 2003년 성인이 감염률이 37.3%에 이르고 있고, 30 년전에 56.1세이던 평균수명이 현재는 39.7세 까지 하락하였다.
다른 남부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스와질랜드의 에이즈 성인 감염률이 38.3%, 평균수명은 34.4세이며 레소토에서는 각각 28.9%와 35.1세, 나미비아는 24.6%, 33.1 세 등이다. 이밖에 말라위, 모잠비크, 잠비아와 위의 3개국을 포함한 아프리카 남부 6개국에서는 성인 2,600만명 중 500만명 이상이 HIV 감염자로 추측되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한 노동력의 상실은 새로운 경제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은행은 2003 년9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 에이즈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말라위의 경우 2005 년까지 숙련 노동 인구의 약 절반이 에이즈로 사망할 우려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2년 전 세계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약2,000 억 달러가 소비되었던 반면 아프리카의 에이즈 대책 예산은 불과 10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아프리카 에이즈 대책이 무관심한 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지역분쟁으로 이 역시 아프리카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에 걸쳐 콩고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났던 내전으로 인해 약3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아프리카 경제의 후진상황과 빈부 격차의 확대에 의해 많은 빈곤층이 충분한 음식이나 물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다음은 현재 아프리카의 곤경을 알려주는 주요 지표들이다.
․ 아프리카 평균 수명은 58세이며 18개국은 평균 수명이 50세 이하 그리고 시에라리온의 경우 평균수명이 37세이다.
․ 아프리카 전체 인구 중 절반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을 하고 있다.
․ 전세계 34개 최빈국 중 아프리카 29개국이 최빈곤 국으로 지정되어 있다.
․ 18개국의 여성 중 절반이상이 문맹이다.
․ 아프리카 28개국에서 5세이하 어린이들 중 1천명당 140명이 사망하고 있다.
․ 아프리카 전체인구의 58%는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왜 아프리카는 세계의 불행한 대륙으로 남아 있는 것인가. 가장 우선시되는 문제는 지난 50년간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선정(good Governance)결여 등 정치적 불안정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특히 냉전시기를 중심으로 구미 선진국은 아프리카의 광물·농산 자원이나 이권의 확보, 지정학적인 전략적 관점에만 우선시하고, 부패나 인권 침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독재자 등에 대한 군사 원조를 포함한 정치적 원조를 계속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에는 막대한 금액의 원조가 투하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생의 향상이나 경제 성장에는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프리카의 위기 극복 노력들
현재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존」자체가 과제로 안고 살아 나가고 있다. 그러나 생존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의지가 점점 강화되고 있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에이즈에 관해서도 21세기 들어 아프리카인들 스스로 예방이나 교육 그리고 각국 정부들의 보건시설 강화 등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경제면에서도 아프리카인들은 생존을 위해 중소·영세 기업 등의 경제 활동이 현저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편,21 세기에 들어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 있어 분쟁이 점차 감소하여 정치적 불안정도 개선되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AU)의 결성이나 아프리카 자신의 상호감시 체계의 실시 등 아프리카 스스로의 이니셔티브에 의한 분쟁해결이나 관리 강화의 프로세스가 진전되고 있다.AU는 2002년 7월 출범하였다. AU는 아프리카의 숙원인 '분쟁 종식'과 '빈곤 추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을 목표로 하고 있다. AU의 조직으로는 각국 수반으로 구성되는 아프리카 의회를 비롯해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되는 평화안보위원회, 사법재판소 등이 있고 재정 관련조직으로 아프리카 은행(The African Bank), 아프리카 통화기금(The African Monetary Fund)과 아프리카 투자은행(African Investment Bank) 등이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를 본떠 15개국으로 만든 평화 안보리는 대륙의 분쟁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임무를 맡게 된 AU의 핵심부분이다.
또한 21세기에 들어 아프리카는 분쟁, 교육, 보건 등에 관하여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고, 의욕적인 출발을 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아프리카의 노력은 단순히 아프리카만의 노력에 의해서 만으로는 이룩할 수 없으며 지금 이야 말로, G8 등 선진국들이 본격적인 아프리카 지원에 나서야 할 때 이다.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선진국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원조자금(ODA)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으로 아프리카의 주요 ODA 공여국인 일본의 경우에도 전체 총 ODA의 삭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원조가 국가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원조의 방법에 대해서도 정부만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 주체적으로 참가여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 일본의 경우 ‘반둥 회의’ 50주년에 즈음하여, 일본 정부의 아프리카 원조에 관하여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였다. 일본의 아프리카 원조는 일본 ODA 전체의 불과 8.8%에 지나지 않으며 G7 국가들 중에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첫째, 국제 공약을 지키고,ODA를 GNI(국민총소득)의 0.7%로 증액하는 것.
둘째,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ODA 배분을 전체 35%까지 끌어올리는 것.
셋째, 대아프리카 원조의 목적을 밀레니엄 개발 목표의 달성과 빈곤 삭감과 격차 시정에 두고,「아프리카 일본 연대 기금」을 설립하여 대 아프리카 원조를 동 기금으로 일원화되는 것.
넷째, 동 기금의 운영에는 시민사회가 참가하며 또한 기금의 40%는 시민사회의 집행에 맡기는 것으로 한다.
다섯째, 위의 내용들을 2010년까지 실현한 것 등이다.
이 처럼 일본을 비롯하여 선진국들은 GNI의 0.7% ODA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일부 국가들에 한정되어 있어 선진국들의 자발적인 원조확대가 필수적이다.
또한 원조와 더불어 아프리카의 빈곤을 감소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아프리카 경제의 회생을 막고 있는 외채의 경감이다. 세계은행과 IMF 정책결정자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빈곤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보다 나은 정부의 구성과 무역을 보다 용이하게 접근하기 위해서 외채를 줄이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외채 유지는 만약 외채문제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된다면 단지 그것을 유지만 시킬 뿐이며 개선은 할 수 없다"라고 이 두 국제기구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2년 전 IMF와 세계은행에 의해 발표된 부채과도 빈곤국가(HIPC) 22개국들은 현재 총 340억달러의 외채경감의 혜택을 보았다. 다른 쌍무협정을 통한 외채 경감까지를 포함하면 그 액수는 530억달러에 달한다.
13개 국가들은 현재 외채 경감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 부채과도 빈곤 국가들에 대한 부채경감 프로그램은 비정부기구들에 의해 신랄하게 비판받고 있는데 이는 그 경감규모가 너무나 적고 또한 너무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외채경감 비정부기구는 4월 초 IMF와 세계은행이 세계의 가장 빈곤한 국가들의 모든 부채를 경감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IMF와 세계은행 정책결정자들은 지난 4월 말 외채경감은 신중한 차입과 개인기업 부문, 교육 그리고 보건을 지원하는 정책들 펼치는 경제 관리에 개선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에게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장래는 밝다
최근 아프리카의 차드, 적도기니, 나이지리아, 가봉 등 일부 산유국들의 경우 고유가로 인해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잊혀진 세계」, 아프리카의 석유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9 월11일 미국 동시 다발 테러와 이에 맞춰 미국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급지인 중동 불안을 초래하였고,EU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략의 재평가를 강요한 에너지 안전보장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확인 석유 매장량 800억 배럴로 아프리카는 향후 5년내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이라크전쟁 시작 전 2002년 9월에 앙골라, 가봉을 방문하였고,2003 년 7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아프리카5개국(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우간다, 나이지리아)을 방문하여 석유와 관련하여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현재 세계에서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원유 생산의 비율은 10% 이상에 이르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은 약 240 만 배럴/ 일(2004 년)을 기록하고 있으며 확인 매장량도 343억 배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유 메이저 회사들은 나이지리아의 개발되지 않은 지하 천연 자원의 이권 획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엑슨 모빌(ExxonMobil)은 아프리카 원유 증산 계획을 내세우고 있고,2004년 발표된 연차 보고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생산량이 1위를(23.5%) 차지하였다. 또한 엑슨 모빌 그룹은 2005년 1월 18일 나이지리아 국영 석유 회사(NNPC : Nigeria National Petroleum Company)와 제휴하여 LNG 플랜트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2010년부터 조업 시작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는 메이저 석유 회사로는 엑슨 모빌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셰브론 텍사코(Chevron Texaco)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향후 5년간 총액 200억 달러의 아프리카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지난 1월 13일에는 영국 가스 회사(BG)와 제휴하여 나이지리아 LNG 플랜트 건설(2009년 조업 시작 예정)을 발표하였다. 이 밖에 영국의 BP 등이 나이지리아에서의 탄화수소 부문의 개발에 참가하고 있다.
이 처럼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일부 산유국들을 포함하여 대륙전체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 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4에 이어 2005년에도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적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특히 2005년의 경제성장 전망을 보다 좋게 보고 있다.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배포된 전망에서 IMF는 아프리카의 국내총생산이 2003년 3.7%의 성장에서 2004년에는 4.6%의 성장을 그리고 2005년에는 5.8%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것으로 거시 경제적인 안정면에서도 현재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고가 상품에 대한 강한 수요와 외채 부담에 대한 완화 그리고 산업시장에 대한 접근의 개선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원유수출 국가들은 지금까지 가장 큰 순 이익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면 국제 원유가격의 고가로 인해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는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아프리카 정책입안자들은 상품가격들에 대해 유연성을 두어 원유가격이 고가일 때 ‘예방적 저축’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IMF는 아프리카 정부들의 경제에 대한 간여를 줄이고 기간산업과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며 뿌리 깊게 남아있는 제도적 개선도 이루어져 향후 보다 나은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충고하였다.
반둥회의 50주년을 맞아 아시아․아프리카 정상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만나 초기의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지만 50년이 지난 현재 두 대륙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면에서는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중국 같은 국가들은 매년 아프리카국가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있으며 동등한 위치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수혜를 베푸는 입장에서 대하고 있다. 이것은 원조 공여를 받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며 두 대륙이 동등한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이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