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손영민) 케냐 리포트

아프리카인에 대한 시각

africa club 2003. 3. 25. 20:02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시각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보고자 한다.

첫째, 가난하고 어렵게 산다고 생각하며 갖는 동정심
둘째, 피부색깔로 인한 인종적인 우월감
셋째, 현지에서 오래 산 사람들을 통해 들은 경험을 무조건 신봉하는 것

위의 시각들은 단기 여행자나 온 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종종 갖게되는 시각들이다.  

아프리카인들을 처음 대할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호감 속에는 동정심이 내재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보다는 잘 살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자의 경우,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좋은 것만 보려 하고, 현지인들도 좀 더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그만큼 대접을 해준다. 그러나 문제가 생길 경우 일순간에 정반대의 적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아프리카에는 잘 사는 사람들도 많다. 가난한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단지 그 수가 좀 더 많을뿐....

예로부터 우리는 흑인들을 '깜둥이'라 부르며 검은색에 대해 비하적인 사고를 하여온 것이 사실이다. 백인에 대해서는 열등감이 흑인에 대해서는 우월감이 생긴다. 색깔에 대한 편견일 것이다. 항상 선과 악, 밝음과 어두움, 순결과 불결이 백과 흑으로 대표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어린시절 '뿌리'의 흑인노예 쿤타킨테를 기억하며 흑인은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요즈음의 영화에서도 흑인들은 늘 범죄의 중심에서 활동하거나 슬럼가의 뒷골목에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흑인들 스스로도 색깔에 대한 열등감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백인들 앞에서는 주춤거리지만, 흑인들 앞에서는 늘 당당하다.

현지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온 지 얼마 안된 사람들에게 마치 군대에서 고참이 신병에게 군대생활을 이야기 하듯이 여러가지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들려준다. 물론 거의 충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무조건적으로 믿고 현지인들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산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인 확신을 갖게되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의 말은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편견을 갖고 현지인들을 대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그 정보에 일상에서 겪는 자신의 경험을 하나하나 끼워맞추어 가며 공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시각이 올바른 것인가?

우선,
그들도 인간이고,
그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으며,
우리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는 것도 이해하려는 것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난하다고 하여 나 자신에 비추어 동정하는 것은 오만이며,
왜 저럴까? 자존심도 없나?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답답해 하는 것도 우월감이다.
그들의 삶을 평가하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사실상 무리다.
그냥 그들의 모습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산다고 그들을 저급한 인간으로 취급해서도 안되며, 그들의 삶을 위에서 내려다 보아도 안 된다.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그들은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고 우리는 서비스가 필요하여 고용관계가 형성되는 것일 뿐 인간적으로 우리는 평등하다. 단지 서비스와 그에 대한 보수를 지불할 뿐 더 이상의 기대를 하다가는 서로간에 상처를 입게 된다. 주위 한국사람들의 경우를 비추어 봐도, 정이 많은 한국사람들이 처음에는 과하게 잘해주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크게 실망하고 적대적으로 돌변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라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서구의 개인주의적인 생활방식이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인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듯이 모두가 그렇게 순진하지도, 선량하지도, 아둔하지도 않다. 그들을 감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 스스로 감상적인 아프리카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아닌 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