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이것이 아프리카다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은 왜 여러 대의 핸드폰을 들고 다닐까?

africa club 2018. 3. 9. 17:09


아프리카인들에게도 핸드폰은 신분과 부의 척도를 나타내는 상징이며 모든 생활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앱을 깔아 결재를 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아날로그든 스마트폰이든 관계없이 핸드폰을 통해 돈을 보내고 받는 은행기능까지 사용하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우리보다 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게 핸드폰은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얼마나 핸드폰이 중요하게 되었는가는 길거리의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광고는 코카콜라에서 지원한 광고가 주를 이루어 온통 붉은 색이었으나 요즘은 통신회사에서 지원한 광고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 1>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거리에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핸드폰은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다. 2014127일 필자 촬영



아프리카에서는 일반적으로 핸드폰이 부의 상징으로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알 수 있어 그 사람의 정체성까지 결정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에피소드가 지금도 생각난다. 아프리카인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여자 친구를 만날 때도 좋은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였다. 소개나 미팅을 할 때는 물론이고 처음 만날 때 어떤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키아와 삼성이 가장 인기가 많은데 비용이 약 50만원에서 60만원 정도 하니까 결국 이런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는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1000만원 정도하는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당시 중국제 가짜 전화기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와서 놀란 점 중 하나가 사람들이 핸드폰이 기본적으로 2-3개 가지고 다닌다는 점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통신이 불안정해서 한 통시사의 번호만 가지고 있으면 통신사가 문제가 있을 경우 다른 통신사의 번호로 전화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한가지 이유는 같은 통신사끼리 전화를 하면 비용이 아주 저렴하고 다른 통신사의 번호로 하면 아주 비싼 요금체계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유엔이나 NGO, 정부 고위관료들은 명함을 받을 때마다 전화번호가 4개에서 5개까지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한 대의 핸드폰도 운영하기가 어려운데 콩고민주공화국인들은 보통 2-3대가 기본이고 4대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전화번호를 여러 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핸드폰에 심카드를 2개씩 넣을 수 있는 중국산 핸드폰을 이용하기도 한다. <사진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통화' 버튼이 두개가 있는 핸드폰으로 통화버튼 1은 첫 번째 심카드를, 통화버튼 2는 두 번째 심카드를 사용하는 통화버튼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마타디(Matadi)에서 35세의 회사원이 쥘(Jule)과 핸드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다.

 


<사진 2> 예언자 시몬 킴방구의 여정 2014126일 필자 촬영



한 번은 기업노조연합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거기엔 다수의 외국인들이 있었는데 다들 핸드폰을 책상에 올려놓았죠. 아니나 다를까 다들 스마트폰이었어요. 저는 전화가 오면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계속 끊어버렸죠. 창피했어요. 저도 나름 회사대표로 참석 했는데 말이죠. 저도 전화가 오면 액정을 밀어서 전화를 받고 싶어요. 하지만 스마트폰은 너무 비싸요. 제 한 달 급여를 다 투자해도 살 수가 없는 금액이에요. 몇 달 모아서 사고 싶지만 당장 월급은 마누라한테 다 들어가니마누라 몰래 급여를 가불 받아서 일단 사고 싶은데 그랬다간 아마 이혼당할지도 몰라요.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물건 1순위는 누가뭐래도 스마트폰이에요. 뭐랄까 좀 다른 느낌이니까 제 핸드폰이 제가 조금 잘나가는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그러기까지는 콩고민주공화국에 들어와있는 외국인들의 역할이 컸어요. 너도 나도 스마트폰이니. 우리가 최고로 보는 핸드폰은 삼성이나 아이폰이에요. 하지만 비싸죠. 보통 중고시장도 형성되어 있지만 중고도 비싸요. 하지만 중고 삼성 스마트폰은 저희가 아예 접근도 못할 가격은 아니에요. 중국인들이 중고 스마트폰을 많이 가져오는 것 같더라고요. 핸드폰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 이유는 통신사별로 통신상태가 안 좋을 때가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보다콤이 안 터질 때 에어텔은 터지고, 에어텔이 안 터질 때, 보다콤은 터지는 식이죠. 그래서 통신사별로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어요.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은 3G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에요. 아직 가격이 비싸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진 않지만 글쎄요. 조금씩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게 되겠죠?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으니까. 페이스북 같은 거 해야 하잖아요.


저도 너무 스마트폰이 가지고 싶어서 중국산 짝퉁을 산 적이 있었어요. 기능은 잘 모르겠고, 어쨌든 밀어서 전화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다만 한 달도 안 되어서 고장 나더라고요. 중국산 짝퉁은 정말 비추천이에요. 저희는 보통 몇 백 프랑에서부터 오천 프랑까지 선불카드를 사서 핸드폰 요금을 충전해요. 통신비가 싸지 않으니 자주 통화를 하지도 못 하죠. 급한 일이 있는데 제가 요금이 없을 때는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고 끊어요. 그렇게 여러 번 하면 그쪽이 전화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고 뭐 급한 사람이 우물 파는 거죠

 

1998년 초만 해도 킨샤사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로 일부였다. 2015년 현재 핸드폰은 통신수단으로, 편지와 문자, 음악감상, 동영상, 카메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는 은행역할을 함으로서 현대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모토롤라(Motorola)와 노키아(Nokia) 전화기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아주 부유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선전신을 주로 이용하였다. 5년 뒤에 삼성, 엘지(LG), 애플 등 다른 회사 전화기들이 시장에 나왔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모토롤라와 노키아를 선호했다. 최근에는 아이부터 어른할 것 없이 좋은 품질의 핸드폰을 선호하고 있다.


2005년 초에 중국의 이중 심카드 전화기가 출시되어 킨샤사에 보급되었는데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비록 중국제품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메모리카드, 라디오, 카메라 기능을 갖춘 핸드폰을 선호하게 되었다.


킨샤사에서 요즘 핸드폰을 빼앗는 기막힌 사기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킨샤사국립대학교(Université de Kinshasa: UNIKIN)에 다니는 클라우델(Claudel)이라는 학생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클라우델은 저녁 6시에 교회를 가는 길이었는데 한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클라우델을 보고 까이 와서 그는 반둔두(Bandundu) 주에서 살고 있는데 엄마가 아파 킨샤사에 왔고 엄마가 지금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엄마에게 드릴 약을 살 돈이 필요해서 고향에서 가지고 온 금을 팔려고 한다고 하며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그는 시골에서 와서 금값을 잘 모르니 클라우델이 좀 팔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는 클라우델을 믿으니 금을 가지고 약국에서 팔아 약을 좀 사다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약을 사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만약 우리가 당신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대신 핸드폰을 두고 가도 좋다고 말했다. 클라우델은 핸드폰을 놓고 금이 든 가방을 열어보고 확인하지 않고 약국을 향했다. 몇 발자국을 떼어놓지도 않았는데 그는 도망했다고 한다. 소리를 지르면서 그를 쫒았지만 그를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사진 3> 마타디 시내의 핸드폰 판매대 진열장. 2014725일 필자 촬영



스마트폰을 통한 페이스북, 홧츠앱(Whatsapp), 이모(imo)같은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의 발전으로 통신은 더욱 다양하게 발전했다.


보다콤, 오렌지(Orange), 아프리셀(Africell), 에어텔(Airtel) 같은 통신회사들은 다른 회사의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회사 네트워크를 사용하도록 강요한다. 따라서 만약 위의 회사들의 심카드를 사면 같은 회사끼리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저렴하지만 다른 회사 심카드를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비용을 비싸게 청구한다. 그래서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은 핸드폰을 2-3개씩 가지고 다니거나 이중 심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중국 및 노키아 핸드폰을 사용한다.




<사진 4> 콩고민주공화국 마타디(Matadi) 시내의 핸드폰 판매대에 있는 가짜 핸드폰 2014725일 필자 촬영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통신회사는 오렌지다 어떤 사람들은 아프리셀을 이용하는데 같은 회사 통신망을 이용하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에어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시골지역에 연고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에어텔은 시골 지역까지 촘촘하게 통신망을 깔아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킨샤사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시골에서 올라와 사는 사람들로 아직도 가족들이 시골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메시지를 보낼 때 사람들은 정확하게 문법에 맞게 문장을 만들어서 보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나는 집에 있어(je suis à la maison)’라는 문장을 ‘g s8 a la mzon’라고 쓰기 때문에 일종의 은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물론 발음도 다르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또는 윈도우 스마트폰을 좋아한다. 삼성, 노키아, 모토롤라 등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다. 오렌지 통신회사가 가장 잘 나가는 회사로 기지국의 네트워크가 잘 만들어져 통화품질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