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김영희) 킬리만자로를 마시는 사람들

21. 아하야 키오비야 4

africa club 2004. 3. 12. 18:50
나는 현재 부구루니에서 살고 있는데 우리 관습에 의하면 반드시 이웃과 알고 지내야 한다. 이웃이란 형제와 같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처음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이웃이기 때문이다.

나의 바로 이웃은 인도인이고 다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인데 아마 아이가 열다섯인가 가족이 아주 많다. 두 집다 잘산다. 인도인은 좋은 회사를 다니고 그의 아내도 일을 하고 또 한 집은 차 고치는 큰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친밀하게 모이는 기회는 별로 없고 그저 만나면 인사를 한다.

한번 우리 집에서 파티를 열 때 이웃들도 왔었다. 우리의 친한 친구가 미대사관에서 일했는데 미국으로 떠나게 되어서 파티를 연 것이었다. 인도인은 매우 사람이 좋다. 보통 인도인은 자기들끼리 모여 살고 우리들 틈에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이 사람은 아주 예외적이다.

나의 집에는 현재 아홉식구가 살고 있다. 나와 아내, 아들, 처제 아이들 둘, 처남 아이들 셋 그리고 일하는 여자아이가 둘이다. 아내의 오빠는 공부하러 어디를 갔는데 그동안 우리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돌봐주고 있다. 큰애가 열 세 살이다.

이런 식의 대가족 형태는 보통이다. 우리는 가족들간에 서로 돕기 때문에 내가 나은 형편에 있으면 다른 형제들의 자녀를 돕는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와서 학교에 보내기도 하는 등. 이렇게 해서 우리 풍습은 계속 이어진다. 아마 내가 학교 다닐 당시는 우리 친척 누군가가 도왔을 것이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점차 이런 서로 돕는 풍습이 사라지고 있다.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돈이다. 음식 집 교통 전기 수도 모든 것이. 그래서 서로 돕고 싶어도 감당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아직도 그렇다. 시골에서는 먹는 것은 밭에서 나고 아직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으니까 식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내 역시 수입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우리는 서로 어느 편에서 친척을 데려오건 별로 문제 삼지 않는다.    

나의 아내는 아버지 쪽에서는 남자형제가 하나이다. 그런데 아내의 어머니가 남편이 둘이었기 때문에 형제가 더 있다. 또 그녀의 아버지도 아내가 셋이었기 때문에 역시 그쪽 형제가 더 있다.

현재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닌다. 부구루니는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나와 나의 아내는 수입을 서로 합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집을 지을 때도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에도.

집을 짓는 것은 우리가 아루샤에서 수입을 많이 올려 가지고 왔을 때 짓고 돈이 없어지면 두었다가 또 아루샤를 갔다와서 짓고 하는 식이었다. 우리는 아루샤에 3개월 가 있을 동안 아들과 아들 돌보는 애를 데리고 간다.
집에는 현재 텔레비젼, 비디오, 스테레오, 가구,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사는 편이다.

나는 하루는 밥 콩 야채 다음날은 우갈리 콩 생선 야채 그 다음날은 칸데 등등 매일 바꾸어 먹는다. 어렸을 때는 늘 바나나를 먹었다. 우리는 부코바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 부모는 바나나야말로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다레살람에도 부코바 바나나가 있지만 비싸다. 나의 집에서도 가끔 바나나 음식을 먹는다. 나의 샴바에 부코바 바나나를 기른다. 진짜 부코바 바나나는 아니고 비슷한 종류이다. 진짜 부코바 바나나는 물을 아주 많이 주어야 한다.

아침에는 만다지나 빵 그리고 우리 밭에서 캐온 카사바 고구마 등을 먹는다. 점심에는 이 학원이 있는 장소에 식당 시설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사먹는다. 저녁에는 집에서 먹는다.

우갈리 자체는 맛이 없다. 반찬과 같이 먹어야 한다. 사람들이 우갈리를 먹는 이유는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밥과 튀긴 생선과 코코넛 밀크로 만든 콩이다.

담배는 거의 피우지 않고 어쩌다 맥주를 마실 때 피운다. 맥주는 킬리만자로를 좋아한다. 주말이나 웨딩같은 때.

나는 건강한 편이어서 말라리아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픈 일이 없다. 아플때는 병원에 간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안아픈 사람이 한번 아프면 죽는다는 말이 있어서 내 경우가 거기에 해당되는지 모르겠다.

나의 아내는 위궤양이 있다. 작년에야 알았다. 그래서 지금 특별한 음식을 먹고 있다. 양념이 센 음식은 못 먹는다.
우리는 아프면 병원으로 간다. 우리 전통약초는 파는 데가 없다. 마사이 족한테 가면 모를까. 아니면 전통 힐러가 있는데 이는 즉 위치독터 즉 엉터리를 의미한다.

우리가 어릴 때는 부코바에서 나는 전통 약초를 썼었다. 아주 잘들었다. 말라리아에 잘듣는 풀이 있었다. 아주 썼다. 그러나 지금은 구하기도 어렵고 해서 쓰지 않는다. 그래서 전통 약초에 대한 지식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