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어른을 공경한다.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동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마타투(matatu)라는 버스를 타고 시골지역으로 연구차 들어가면서 겪었던 일은 나에게 지금까지도 ‘경험 많은 어른들’이 아프리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곤 한다. 마타투라는 버스는 우리나라의 봉고와 같은 승합차이며 아프리카인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마타투라는 말은 3을 의미하는데 차비가 과거에 우리 돈으로 3전하던 차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요즈음에는 “빨리 타”, “빨리 가”, 그리고 “빨리 죽어”라는 3가지의 별명을 가질 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운송수단이다. 마타투는 외국의 관광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차에 탔을 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신기한 듯이, 그리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였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나는 ‘썰렁한’ 분위기를 애써 무마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는 달리 수다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 많던 현지인들은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다가 문이 열리고 노인이 한 분 올라왔다. 그 노인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머리에는 코피아를 쓰고 있었으며 곳곳이 헤진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기품이 있어 보이는 어른이셨다. 마침 빈자리가 보이지 않아 나는 얼른 일어나 내 자리를 양보하며 “어르신 이쪽으로 앉으시지요(Mzee ukae hapa!)"라고 말했다. 그 노인은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나를 살펴보시며 ”자네는 어디에서 왔나?(Umetoka wapi?)"라고 물으셨고 나는 공손하게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Nimetoka Korea.)"라고 대답했다. 그 노인은 온화한 미소와 함께 ”여행 잘하시게(Safari njema!)"라고 하시고 내가 양보한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그 후 그 마타투 안에서 나는 많은 사람을 친구로 만들 수 있었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며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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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인간관계는 연령과 신분상의 위치에 따라 위계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신은 창조자이고, 모든 인류의 어버이이며, 가장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호소와 청탁의 마지막 극점이 되고 있다. 그 신 밑에 여러 신적인 존재와 영(靈)이 있다. 이들은 인간보다 더 강한 자들이며, 여러 사회의 창시자나 선조이기도 하다.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돌아가신 조상인 살아 있는-사자(living-dead)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년식, 결혼, 자녀의 양육 등을 통하여 완성된 완전한 인간이다. 인간들의 계층은 위로부터 왕, 통치자, 우사(rain-maker), 사제, 점술사, 주술사, 각 가정의 가장, 연로한 어른, 부모, 손위 형과 누나, 그리고 끝으로 공동체의 가장 어린 구성원으로 위계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이러한 위계 개념은 신으로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사다리를 이루듯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연장자에 대한 존경은 아프리카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한 덕목이며 의무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드신 분이 분별없이 언행을 하지도 않는다.
아프리카 사회는 신과 인간의 세계가 촘촘한 하나의 그물처럼 서열화․계층화되어 있고 인간의 세계도 연장자와 아이에 이르기까지 위계가 있다.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다분히 종교적 사고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열화․계층화’는 그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고 갈등이 아니라 화합과 조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아프리카 사회에서 연장자는 ‘살아있는 경험의 보고(寶庫)’로서 존중 되어진다. 그들의 ‘말’은 언제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연장자 중심의 사회는 사회의 순기능적인 입장에서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거나 여행을 하려 한다면 반드시 오래사신 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고 또 존경하는 마음 갖기를 바란다. 바라는 결과를 가장 빨리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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