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재미있는 Africa 이야기 II

아프리카인의 장로정치(Gerontocracy)와 경험의 중요성

africa club 2012. 7. 17. 21:17

 

 

 

아프리카인의 장로정치(Gerontocracy)와 경험의 중요성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동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마타투(matatu)라는 버스를 타고 시골지역으로 연구차 들어가면서 겪었던 일은 나에게 지금까지도 ‘경험 많은 어른들’이 아프리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곤 한다. 마타투라는 버스는 우리나라의 봉고와 같은 승합차이며 아프리카인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마타투라는 말은 3을 의미하는데 차비가 과거에 우리 돈으로 3전하던 차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요즈음에는 “빨리 타”, “빨리 가”, 그리고 “빨리 죽어”라는 3가지의 별명을 가질 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운송수단이다. 마타투는 외국의 관광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차에 탔을 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신기한 듯이, 그리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였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나는 ‘썰렁한’ 분위기를 애써 무마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는 달리 수다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 많던 현지인들은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다가 문이 열리고 노인이 한 분 올라왔다. 그 노인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머리에는 코피아를 쓰고 있었으며 곳곳이 헤진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기품이 있어 보이는 어른이셨다. 마침 빈자리가 보이지 않아 나는 얼른 일어나 내 자리를 양보하며 “어르신 이쪽으로 앉으시지요(Mzee ukae hapa!)"라고 말했다. 그 노인은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나를 살펴보시며 ”자네는 어디에서 왔나?(Umetoka wapi?)"라고 물으셨고 나는 공손하게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Nimetoka Korea.)"라고 대답했다. 그 노인은 온화한 미소와 함께 ”여행 잘하시게(Safari njema!)"라고 하시고 내가 양보한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그 후 그 마타투 안에서 나는 많은 사람을 친구로 만들 수 있었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며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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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인간관계는 연령과 신분상의 위치에 따라 위계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신은 창조자이고, 모든 인류의 어버이이며, 가장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호소와 청탁의 마지막 극점이 되고 있다. 그 신 밑에 여러 신적인 존재와 영(靈)이 있다. 이들은 인간보다 더 강한 자들이며, 여러 사회의 창시자나 선조이기도 하다.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돌아가신 조상인 살아 있는-사자(living-dead)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년식, 결혼, 자녀의 양육 등을 통하여 완성된 완전한 인간이다. 인간들의 계층은 위로부터 왕, 통치자, 우사(rain-maker), 사제, 점술사, 주술사, 각 가정의 가장, 연로한 어른, 부모, 손위 형과 누나, 그리고 끝으로 공동체의 가장 어린 구성원으로 위계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이러한 위계 개념은 신으로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사다리를 이루듯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연장자에 대한 존경은 아프리카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한 덕목이며 의무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드신 분이 분별없이 언행을 하지도 않는다.

 

 

 


만약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거나 여행을 하려 한다면 반드시 오래사신 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고 또 존경하는 마음 갖기를 바란다. 바라는 결과를 가장 빨리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1. 아프리카는 연장자 중심의 씨족중심사회

 

 

씨족과 가계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집단들이다. 씨족과 가계는 개인보다는 결국 이러한 조직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 법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법인집단(corporate groups)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개인들이 토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씨족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에게 땅을 처분할 권리는 제한된다.

 

씨족의 전설과 신화는 역사의 중요한 자료이다. 그리고 씨족 조상들은 현재 살아있는 구성원들의 일상의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영혼의 신, 살아있는 사자(living dead)로서 존재할 것이다. 씨족 조상들은 현존하는 사람들에게 사후에도 중요한 존재로서 실존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씨족 구성원들은 위기나 필요한 의식에서 서로 돕는다. 결국 씨족은 궁극적인 관련 집단으로 개인의 정체성, 명성, 그리고 자부심이다. 한 아프리카인은 “만약 내가 매우 오랜 길을 걸어서 지쳐 더 걸을 수 없다면 나는 지쳐 쓰러질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씨족의 이름을 말한다면 나는 일어나 걸을 것이다”라고 개인에 대한 씨족의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는 그의 씨족이 그의 피곤함보다 더 중요하고 그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며 그의 씨족에 대한 기억이 그를 지탱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즉 씨족은 개인에게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지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깊은 친족감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아프리카 생활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친족관계는 혈연관계와 결혼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친족관계는 한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를 통어하며 결혼관습과 규례도 이 친족관계가 다스린다. 또한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태도로 대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이 친족관계가 결정한다. 사실 이 친족감은 ‘부족’의 전체 삶을 한데 묶어 놓는 것일 뿐만 아니라 ‘토템(totem)'의 체계를 통하여 동물, 식물, 생명 없는 물건들에게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씨족은 대체로 토템을 통하여 구별한다. 즉 각 씨족은 동물이나 식물, 돌이나 광물 등의 어떤 것을 그 씨족의 토템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씨족의 구성원들은 자기들의 토템은 절대로 살해하거나 먹지 않는다. 토템은 일체성, 친족, 소속감, 연대감, 공동의 친화감을 가시적으로 나타낸 상징이다. 그러므로 인간관계와 관련된 거의 모든 개념들은 친족관계의 체계를 통해서 이해될 수도 있고 해석될 수도 있다. 친족관계는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의 행동과 사유 및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족체계는 죽은 사람과 장차 태어날 사람들을 포함하여 수직적으로 확대된다. 많은 아프리카 사회에서는 그들 가계의 족보(the genealogies of descent)를 공부하는 것이 전통적인 교육의 일부가 되고 있다. 족보는 심원한 역사적인 소속감, 깊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이 족보를 계승 확대해야 하겠다는 거룩한 의무감을 가지도록 한다. 족보를 통하여 현재에 살고 있는 개인들은 과거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과 굳은 연계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족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그 존재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근거인 과거를 향하도록 하는 거룩한 수단이다. 족보를 통하여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과 현재에 있는 사람은 인간의 삶이 지니고 있는 무시간적인 리듬 속에서 ‘동시대적(同時代的)’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는 족보를 통하여 신화적인 ‘최초’의 인간, 혹은 국가적인 영웅에까지 소급해 올라감으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긍지와 만족감을 지니게 하기도 한다.

 

연장자들이 죽으면 그들은 명예스러운 조상들로서 후손들에게 기억된다. 또 후손들은 그들의 살아있는 집합적인 기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의 학자들은 아프리카의 조상숭배를 ‘ancestor worship'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worship'이라는 말은 아프리카인들과 조상들의 관계를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조상숭배는 존경, 경외, 숭배 등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조상숭배는 현실의 일시적인 순간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서 사회조직은 마을의 사회적 영역뿐 아니라 전임자들의 사회적 시간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조상들은 초연장자(super-elders)다. 그들은 가장 최고의 위치에 있다. 왜냐하면 축적된 모든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어떤 종류의 불사, 불멸을 얻었기 때문이다.

 

 

 

2. 연장자는 사회구조의 최 상층부

 

 

아프리카 사회에서 나이서열(age ranking)은 아주 중요하며 연령질서(age order)는 사회조직의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아프리카 언어들은 영어에서 발견될 수 없는 장자(eldest son), 차자(second son) 또는 장녀(eldest daughter)같은 단어들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가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아이들은 나이어린 아이들보다 더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쿠랑코(Kuranko)족은 연장자가 나이어린 사람들을 ‘소유(owns)' 또는 ’통제(rule)'한다고 말한다. 나이지리아의 이보(Igbo)족은 가족 구성원들이 고기를 배분하는데 나이순으로 한다. 나이든 남자는 머리부분을, 다음의 연장자는 목 부분을 먹게 된다. 즉 동물의 몸이 상징적으로 나이계급에 따라서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회의하는 방(meeting house)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을 때도 나이순으로 하며 음식이나 음료수도 언제나 연장자가 우선이다.

 

이러한 노인정치, 장로정치 구조(gerontocratic structure)는 유사 이래로 인간의 계속성과 함께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은 유아, 아이, 배우자, 부모,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로 이동해 간다. 사회적으로는 통과의례나 연령등급(age set), 그리고 비의결사(secret society)같은 단계를 거쳐 옮겨가게 된다. 질병으로 일찍 죽지 않고 많은 아이들을 생산하고 길러낸 사람들은 연장자로서 사회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노인정치 사회에서는 연장자들의 회의에 상당한 권위가 있으나 그들의 통치는 서투르거나 압제적인 것이 아니다.

 

 


특히 아프리카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연령등급은 사회조직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연령등급의 최고 단계에 연장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적절한 의식을 거행하면서 동아리 내의 일반적으로 연령차이와 동등한 간격으로 다음 나이 등급으로 옮겨간다. 이런 식으로 그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통과를 통하여 수많은 연령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몇몇 연령 등급은 그것과 연관된 분명한 책임감이나 특권을 갖는다. 따라서 개인에게 대개 그들의 동료들로 구성된 준거집단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 연령등급체계는 사회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조직체를 구성한다.

 

관습을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또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서부터 고유한 명칭을 갖는 일련의 단계들로 이루어진 연령집단의 일원이 된다. 단계마다 독자적인 지위나 사회적․정치적 역할이 주어지며, 이때 각 단계는 주로 나이로 등급이 매겨진다.

 

연령집단은 일반적으로 동․남부 아프리카의 목축사회에서 나타나며 서부아프리카에서 널리 퍼져있었고 전통적으로 사회구조의 가장 중요한 구조였다. 이것은 동시대성에 기초한 남자들의 단체이다. 청소년기로부터 통과의례를 거치는 것을 시작으로 남자들은 나이에 따라 연령집단에 들어가며 평생동안 연령집단을 옮겨 다닌다. 구성원들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며 의무와 특권이 있다. 전형적으로 연령집단은 4가지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훈련기간에 새로 가입된 남자들, 둘째로 방어를 전담하는 전사집단, 셋째로 통치에 관여하는 어른들, 넷째로 사회의 연장자들이 속한 등급이다.

 

 

3. 연장자는 분쟁해결에서 주도적인 역할

 

 

재판에서 연장자의 저주를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입장의 기본적인 원리는 어떤 사람이 유죄라고 하는 것이 판명되면 그를 저주함으로써 그 저주의 말에 의하여 악이 그에게 떨어질 거라고 하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주로 가족내에서 이루어지며 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효과적으로 낮은 위계의 사람들을 저주할 수 있지, 그 역은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가장 두려워하는 저주는 연장자에 해당하는 부모나 아저씨, 아주머니 혹은 가까운 친척들이 집안의 “젊은이”들에게 하는 것이다. 또 가장 고약한 저주는 임종시에 하는 저주이다. 일단 그 저주자가 죽으면 이를 취소할 방도가 실제적으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죄를 범한 사람이 참회를 하고 저주를 거두어주기를 원하면, 그 저주를 한 사람은 그 저주를 스스로 취소할 수도 있고, 또 그 저주가 심각한 것이었으면 제의를 통하여 취소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 사회에서는 죄를 범한 사람에게 주어진 저주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만약 그 저주를 받은 사람이 죄가 없으면 저주는 기능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사회는 공식적인 저주를 매우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은 마치 마법에 대한 두려움과 같이 특별히 가족권 안에 있는 좋지 않은 관계를 저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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