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일반

남부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정치 형태와 지형

africa club 2001. 10. 22. 17:31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류학자 데이빗 삼손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기후와 지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Sansom, 1974). 첫째, 드라켄스버그 단층을 따라 동쪽에 위치한 사바나/열대 저지대 기후로 이 지역에는 주로 응구니(줄루와 코사)와 쫑가 문화권이 여기에 형성되어 있다.
둘째, 드라켄스버그를 넘어서 서북부에 펼쳐져 있는 열린 목초지로 주로 수투와 벤다 문화권이 여기에 속한다. 코이-산은 남부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 살고 있던 수렵-채집을 주로 하던 사회인데 철기 문명을 가지고 들어 온 응구니와 수투 사회에 밀려나면서 지금의 칼라하리 사막 주변에 고립되어 살고 있는 소규모 사회이다.
동부 지형은 강우량이 많고 수많은 크고 작은 강과 언덕으로 인해 땅의 기복이 심한 곳으로 토질과 식물군 또한 다양해 변화무쌍한 자연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언덕의 위쪽은 목초지로서 적합하고 언덕의 아래쪽, 주로 강의 하구,는 충적지로서 농사짓기에 적합한 지질을 갖추고 있다. 이스턴 케이프에서 시작해서 모잠비크까지 이어지는 동부 지형은 강과 언덕으로 인해 지형이 군데군데 분절이 되는 특색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굴곡이 심하고 하천이 흐르는 지형은 폐쇄적일 뿐 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적적히 방어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은 무리의 사람들이 사회 집단을 형성해서 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이에 비해 서부 지형은 고원지대로 끝없는 목초지가 펼쳐져 있는 열린 평원이었다. 따라서 외부의 침입에 항상 노출이 되어 있고 효율적인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한 지역에 모여서 공동 방어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18-19세기에 이런 중앙 집중적인 공동체 형성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것은 바로 케이프 타운에서 대 원정을 떠난 아프리카너들이 트란스바알로 들어서면서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되면서 공동체를 형성했고, 19세기에 줄루인 들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해 또 다른 침입 위기를 느낀 사람들이 중앙 집중적인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잘 찾아 볼 수 있다.    
이렇게 동부와 서부의 지형은 19세기 이전 남아프리카인 들의 거주 형태나 친족제도, 정치제도, 경제활동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모두 농경과 목축을 기본적인 경제 활동으로 영위하던 문화 집단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자연 환경에 따라 그 적응 양식이 달랐다. 남.북부 응구니 들은 목축과 농사에 아주 적합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형태의 경제 활동을 균형 있게 유지했다. 쫑가 문화권의 경우 사정이 약간 달랐는데, 이들이 정착한 지역은 사바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열대성 기후를 보이는 지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고대시대에는 바다 속에 있던 대륙이 융기해서 생긴 저지대 습지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이 지역에는 예로부터 말라리아와 수면병을 몰고 오는 체체파리가 주기적으로 가축과 사람을 괴롭혔다. 방목에 불리한 자연환경을 가졌던 쫑가인 들은 대안적인 경제 활동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냥과 풍부한 야생 과일 채집 생활을 병행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낚시에 주력해 남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생선을 먹는 흑인들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세공 기술이 뛰어나고 포르투갈이 모잠비크에 무역 기지를 세운 후에는 포르투갈 사람들과 내륙의 아프리카 사람들 간에 무역을 중개하는 일을 했다. 드라켄스버그 고원 지대에 정착을 한 수투와 벤다는 방목에 유리한 광활한 목초지를 갖고 있어서 가축을 많이 길렀는데 이 지역은 또한 많은 자연 광물을 갖고 있는 지역이었던 관계로 수투와 벤다 문화권에서는 광물을 가공하는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었다.
앞서 동부 지형에서는 주거 형태가 분산적이고 고립적인 형태를 띄고 있고 서부 지형에서는 중앙 집중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 거주 형태는 곧바로 친족 관계나 결혼 관습과도 이어진다. 아프리카 사회뿐만이 아니라 인류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외부로부터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응구니 문화권에서는 이웃 마을과의 동맹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이웃 마을과 밀접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혼인을 통한 동맹'이었다. 따라서 응구니 문화권에서는 같은 집안의 식구끼리 결혼을 하는 족내혼보다는 이웃 마을과 결혼 동맹을 맺는 족외혼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와 반대로, 이미 거대한 정치 조직을 완성해 놓고 있던 서부 지형의 수투나 벤다 문화권에서는 정치 조직의 분열이 방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겠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결혼을 외부인 들과 하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해결하는 족내혼을 선호함으로써 방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동부 - 응구니/쫑가                                서부 - 수투/벤다

        사바나/열대기후                                  고지대 목초지
        생태적 다양성                                생태적 통일성
        분산 정착                                        중앙 집중적 정착
        탈 중심적 정치 조직                             중앙집권적 정치 조직
        지역 중심 성년식                                중앙 성년식
        족외혼(族外婚)                                족내혼(族內婚)(사촌혼)
        부계(父系)사회                                           양계(兩系) 사회
        부계 조상                                        양계 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