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남아공, 남부아프리카 이야기

남아공의 로이보스 차와 문화

africa club 2012. 7. 16. 23:22

 


남아공의 로이보스 차와 문화

 

남아공의 하루 일과는 로이보스 차로 시작하기 때문에 국민차(茶)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은 로이보스 차를 즐긴다.   

 

남아공의 차 문화도 다른 사회처럼 사회화의 중요한 장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업무시간에 하던 일을 모두 미루어 두고 필사적으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 상황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로서는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화도 난다. 하지만 남아공의 자연과 기후를 이해한다면 왜 남아공 사람들이 그토록 차 마시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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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사람들이 하루에 보통 4-5잔의 차와 커피를 음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는 자연환경이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남아공의 지형은 북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내륙지방은 대체적으로 1700-2000m 정도로 고산지대에 속하며 기후는 사바나 또는 반사막 기후다. 아주 더운 여름에도 습기는 없지만 공기는 아주 건조하여 피부는 언제나 말라있다. 한 예로 고지대 초원(highveld)이라는 말은 영어사전에도 올라 있을 정도로 남아공의 독특한 지형을 설명하고 있다. 또 남아공은 긴 여름과 짧은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다. 한 겨울에는 내륙지방은 영하로 떨어지고 케이프 타운의 테이블 마운틴에는 하얀 눈이 내릴 때도 있다. 중앙 난방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남아공의 기후는 계절에 따라 변화가 많으며 특히 일교차가 아주 심하다. 이런 기후 조건에서 차를 마시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남아공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나는데 8시-8시 30분, 10시-10 30분, 그리고 3시-30분 이렇게 3번의 티 타임(Tea time)이 있다. 시설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직장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티룸(Tea room)이 따로 만들어져 있고 냉장고와 캐틀 그리고 우유, 차,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너무 바쁜 경우에는 차를 빨리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차를 타가지고 돌아가서 업무를 보면서 마신다. 티룸은 주로 회사에서 제공하고 운영비는 개인적으로 일정액씩 내서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티룸에 들어가면 차는 보통 2 잔을 마신다. 첫 번째 잔은 로이보스 차를 마시는데 뜨거운 티백을 찻잔에 넣고 물을 2/3정도 부은 다음 우유를 가득 차게 붓고 설탕을 달다 싶을 만큼 2스푼 정도 넣어서 티백을 잠궜다 뺐다 하면서 우려낸다. 그리고 기호에 따라 적당히 우려낸 후 티백은 버린다. 두 번째 잔은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인스탄트인데 치커리가 들어가서 우리 일회용 커피보다는 약한 편이다. 남아공 사람들이 비록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경우는 있어도 로이보스 차를 건너뛰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티룸에 초대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티룸의 멤버가 될 수 있다면 모든 일을 아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공식적인 대화보다 비공식적 대화를 중심으로 인간적으로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로이보스 차는 남아공 서부 케이프(Western Cape) 주의 시더베르그(Cederberg) 산맥의 산사면에서 주로 재배되며 주 산지는 클랜윌리암(Clanwilliam)이라는 고장에서 만들어진다. 로이보스(rooibos, rooibosch)라는 말은 아프리칸스(Afrikaans)어로 붉은 색(rooi)의 관목(bush)으로 만들어지는 차라는 뜻으로 부쉬 차(bush tea)라고 불리기도 하며, 잎이 생긴 모양을 따서 바늘 차(Needle tea, Speld tea)라고 불린다. 따라서 로이보스라는 말은 차가 엷은 진홍색 색을 띄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스파라사스 리네아리스(Aspalathus Linearis)라는 학명을 가진 로이보스는 콩과식물에 속하는 침엽수로 약 3년 후 1.5∼2m 정도 자라고 그 뿌리는 약 4m 이상 자란다. 매년 1월-3월 사이에 수확하며 수확된 로이보스 잎을 잘게 자른 후 물을 뿌려준 후 12시간의 발효과정을 거쳐서 건조되면 녹색에서 적갈색의 차 잎으로 변한다.

 

로이보스 차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원래는 남아공의 원주민인 단음절의 흡기음(吸氣音, staccato click sound)을 사용하는 ‘사람 중의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코이코이(Khoikhoi)’족이 야생상태의 로이보스를 채취하여 복용하고 있었다. 백인들에 의해  차로 개발하게 된 것은 20세기 초에 들어와서 이루어졌고 본격적인 상용화는 50년이 채 안된 세계에서 가장 젊은 차라고 할 수 있다.

 

백인들이 남긴 로이보스에 관한 최초의 공식적 기록은 1772년이며 로이보스 차가 유럽에 처음 소개된 시기는 1904년경으로 러시아계 이주민으로 홍차 상인이었던 벤자민 긴스베르그(Benjamin Ginsberg)에 의해서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상품화 및 대량생산은 1930년경 의사였던 로이보스 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노티에 박사(Dr. P. le Fras Nortier)의 공헌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티에 박사는 코이코이족이  가지고 있던 종자를 채취하여 발아시키는 법을 연구하였고 알카리성 성분을 가진 좋은 차라는 것을 밝혔다. 

 

차의 색깔이 옅은 붉은 색을 띄는데 각종 미네랄을 균일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카페인이 없고 녹차나 홍차와 달리 떫은맛이 없어 남녀노소 심지어 유아들까지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또한 냉․온수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토피와 알레르기에 아주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가 로이보스티에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니크 테론(Annique Theron)의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1968년 테론은 14개월 동안 심한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는 그녀의 아기분유에 넣을 물로 무심코 로이보스 차를 넣게 된다. 평소 복통과 구토로 잠을 편히 잘 날이 없었던 그녀의 아기가 차를 마신 뒤로 그런 증상 없이 편안히 자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결국 그녀는 로이보스의 효능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어 회사를 운영했다. 

 

로이보스 차는 남아공과 나미비아 그리고 남부 아프리카에서 아주 사랑받는 차이지만 생산지역은 남아공의 서부 케이프 주로 한정되어 있고 생산량도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에 들어와 유럽, 미국, 그리고 일본 등 약 20여개국에 건강차로 보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나 보리차처럼 마시는 이외에 목욕할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남아공 사람들이 로이보스를 차로 음용하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로이보스 차는 그 향만큼이나 은은하여 장기간 마셔야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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