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축제와 의식

보로로 족의 짝짓기 축제 (니제르)

africa club 2001. 10. 19. 13:32

보로로 족은 플라니 족 흑인과 아랍계 백인들의 혼혈 인종이다. 어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사막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보로로 족은 정해진 거주지 없이 주로 물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사는 유목인이기 때문에 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밤이 깊어 가면 보로로 족은 모여들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노래를 부르며 낙타를 타고 오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걷거나 당나귀를 타고 모여든다. 이리저리 둘러보면 화장하는 남자들이 보인다. 식물에서 뽑아낸 천연 염료에 곱게 빻은 흙을 개서 나름대로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신중하고 진지한 모습들이다.

준비가 거의 끝나가면 춤판이 벌어진다. 신나는 춤판에 이상하게 악기가 없다. 단지 노래와 박수를 치며 신나게 논다. 오로지 목소리와 박수로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점점 밤이 깊어 가면서 보로로 족은 추운 사막의 밤을 보낸다. 항상 노숙을 하는 보로로 족은 담요 한 장으로 얼음이 얼듯한 밤의 추위를 이겨낸다. 해가 떠오르자 간밤의 추위에서 금세 더위로 바뀌고 총각들은 터번과 가운을벗어 던지고 짝짓기 축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행사를 위해 남자들은 다시 화장을 한다. 수염을 깎고 흰색, 노란색, 검은색, 물감으로 눈썹도 그리고 입술도 칠하고, 점들을 찍거나 무늬를 그려넣고 그들은 온 정성을 다하여 얼굴을 꾸미고 특별한 옷을 입고 머리 모양을 멋있게 꾸민다.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곱게 차린 남자를 여자가 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화장품이 없는 그들은 흰색은 우유 가루에서, 검은색은 건전지 속의 탄소 가루에서 얻어 물에 개어 쓴다. 조그만 거울을 보면서 마무리 치장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마치 파티에 가기 전 여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춤이 시작되고 한껏 멋을 낸 남자들이 일렬로 서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악기도 없이 흥을 돋우는 나이든 할아버지의 고함소리와 그들의 노래, 박수가 고작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흥은 점점 고조되어 간다. 상대적으로 이 춤을 구경하려는 여자들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검은 옷에 검은 보자기, 얼굴의 문신과 커다란 귀걸이가 여자들의 치장한 모습이다. 춤이 끝나자 남자들은 눈동자를 입을 벌려 여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한다. 보로로 족은 이렇게 눈을 크게 뜨면 뜰수록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믿고 있다. 남자들이 한껏 폼을 잡으면 여자들 다가간다. 마음에 드는 남자의 손을 잡는 것으로 짝짓기는 끝난다. 짝을 짓지 못한 이들은 다음 축제를 기다리게 되고 마지막 행사로 남자들의 낙타 경주가 시작된다. 힘차게 달리는 낙타와 늠름한 보로로 족 남자들의 모습에서 여자를 찾기 위해 공들여 화장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차라리 사막을 유랑하는 유목민의 힘찬 기상으로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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