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재미있는 Africa 이야기 II

에이즈에 대한 치료책은? - 남아공의 사례를 중심으로

africa club 2012. 7. 17. 20:59

 

 

에이즈에 대한 치료책은? - 남아공의 사례를 중심으로 -

 

 

 

우리는 흔히 “AIDS에 걸려 죽는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사실과는 일정 거리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AIDS는 질병이나 병원균이 아니라 하나의 ‘증후군’(Syndrome)일 뿐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AIDS를 불러일으키는 병원균은 지금까지는 HIV라고 부르는 병원균이다. 다시 말해, AIDS는 HIV 병원균에 감염 된 사람이 체내 저항력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생기는 면역 결핍증을 일컫는다. 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AIDS의 직접적인 원인은 HIV라는 병원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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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는 병원균이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직접적인 치명타를 가하는 병원균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HIV에 감염된 사람을 HIV 양성 반응자(hiv+)라고 부른다. HIV는 종양 바이러스(retrovirus)로 체내에서 병원균의 침임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해 내는 T4라는 세포를 공격해 이를 파괴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단 T4 세포가 파괴되면 이는 외부의 병원균에 대항할 항체를 생산해 낼 능력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단 HIV 병원균이 체내에 들어오게 되면 체내의 저항능력이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에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에도 인체가 저항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신체가 약한 사람,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 그리고 주변 환경이 청결하지 못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HIV 병원균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짐은 자명한 일이다. 이렇게 체내 면역성이 떨어지게 되면 지역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질병이 HIV 양성자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남아공의 경우 AIDS 환자의 60%가 결핵(TB)으로 인한 사망자이며, 이밖에 위장염과 다양한 피부염과 구강염과 결합된 대상 포진(帶狀疱疹) 등은 HIV/AIDS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병이다.

 

일단 HIV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은 치료 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미국 Glaxo-wellcome사의 AZT (Azidothymidine)라는 약은 AIDS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할 뿐 완치를 할 효력은 없다. 더군다나 AZT는 사회적으로 선택된 사람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약이다. HIV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약을 섞어 먹는 칵테일이 가장 효과적인데, 문제는 약값이 빈곤층에게는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사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 중 칵테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800-900랜드(약 12-4만원)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것은 남아공의 경우 일반적인 흑인 가정의 월수입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군다나 HIV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치료법을 사용하려면 월 수 천 랜드(수 십 만원이상)을 투자해야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대다수의 흑인들에게는 불가능한 금액이다. 남아공에서 이런 치료법을 받고 있는 사람은 만 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4백만 명이 넘어선 HIV 보균자 중 1%도 안 되는 사람만이 HIV 억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HIV 보균자가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대다수의 HIV 환자는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나이에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중에서 에이즈에 관한 사업은 남아공이 최 일선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1992년 10월, 남아공 정부는 흑백간의 정권이양을 앞두고 범 국가 차원의 회의를 통해  HIV/AIDS에 관련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남아공 AIDS 조정 위원회”(NACOSA)를 결성했다. 이 정책의 골자는 각 정당과 노동조합 그리고 산업 분야, 시민 사회, 교회, 학계, 정부 등 각종 기관과 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NACOSA는 집중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초안은 1993년에 나왔다. 내용은 HIV 감염과 사회적 충격 완화, AIDS에 대항하기 위한 지방, 국가, 국제적 자원의 활용 등을 골자로 하는 야심만만한 것이었다.

 

1994년 흑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NACOSA의 전략은 박차를 가해 NACOSA의 초안은 국가 AIDS 계획으로 이전되었고 예산과 기부금이 전년 대비 두 배 많이 할당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NACOSA는 AIDS를 단순히 개인적인 질병의 차원에서 접근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 정부가 안고 있는 현안 문제들, 예를 들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불균형을 재조정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형편에서 관료주의자들의 나태함은 NACOSA의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작용했다. 중앙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지역 정부간에 예산 할당을 놓고 벌이는 관료주의적 행태는 AIDS 개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NACOSA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WHO의 “지구촌 AIDS 계획”(GPA)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NACOSA의 정책과는 또 다른 노선을 취하는 등 남아공의 AIDS 정책은 혼선을 거듭하게 된다. 정부차원에서의 야심에 찬 AIDS 계획이 2년째 벽에 부딪치면서 HIV 감염률은 1994년의 7.6%에서 1996년에는 무려 두 배에 가까운 14.2%로 뛰어 오르게 된다.

 

여기에 더해 각종 스캔들과 부정부패는 정부의 AIDS 계획의 신뢰성에 결정적으로 금이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중에게 AIDS에 대한 홍보를 하기 위해 만든 사라피나 II(Sarafina II)라는 오페라였다. 사라피나 II는 1천 4백 2십만 랜드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오페라였지만 예산 집행의 방만함과 부패로 인해 국가적인 실패로 돌아갔다.

 

 

HIV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AZT의 대체 의약으로 알려진 비로딘(Virodene PO58)에 대한 남아공 정부의 대응도 관료주의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잇권 다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로딘은 AZT와 마찬가지로 항암제로 개발되었으나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되어 오던 중 HIV와 같은 종양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특허권 문제를 둘러싸고 연구진과 정부 부처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연구 개발은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1999년에 그 동안 HIV에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명된 AZT라는 약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포를 했다. 당연히 이에 따른 찬반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남아공의 보건부 장관 쥬마(Zuma)은 정부에서 AZT를 금하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값이 너무 비싸다. AZT는 미국의 Glaxo-wellcome이라는 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약으로 그 동안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 3세계에서 AZT를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재에 나서 Glaxo-Wellcome사는 남아공 정부에 약값의 70%를 할인해 제공할 의사를 비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정부는 AZT를 사들이는데 예산이 8천만 랜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둘째, AZT가 효과를 보았다는 실질적인 자료가 없다. 이 주장은 곧바로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집중 포화를 맞았다. 미국과 태국에서 행한 조사 결과 AZT는 산모-아이로 이어지는 HIV 전염 경로를 차단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캐나다, 영국과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AZT를 이미 실용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10년간 남아공에서 AZT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AZT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셋째, AZT는 암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지 HIV와는 무관하다. AZT는 사실 1960년대에 암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AZT는 암을 치료하는데 실패해 사용을 거의 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AZT가 HIV를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AZT가 상용화된 것이다. 만일 AZT가 안전하지 않다면 남아공 정부는 왜 지난 10년간 AZT의 사용을 방관했겠는가. 남아공 정부는 지나치게 AZT의 부작용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AZT가 산모-아이의 감염경로를 50-75% 정도 차단해 왔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남아공 정부, 정확히 말해서 남아공 보건부가 이처럼 AZT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배경에는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그 동안 서양 과학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AIDS 과학”에 전반적인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급기야 음베키는 대통령 직속으로 “아프리카의 HIV/AIDS에 관한 국제 과학자 분과”를 설치했다. 이 분과 위원회는 AIDS는 가난과 영양결핍 등과 같은 생활 패턴에서 비롯되는 질병이며 HIV는 AIDS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음베키는 서방 국가의 원수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아프리카의 AIDS는 “아프리카적 재해”이기 때문에 서양의 과학과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덧붙여 남아공의 임무는 “HIV/AIDS에 관한 아프리카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남아공의 대주교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타보 음베키에게 HIV에 감염된 임산부에게 AZT를 투약할 것을 허락해 줄 것을 종용하는 요청에 대해서 음베키는 “남아공의 많은 사람들이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일하기 위해 모든 지식을 희생하고 있는데 놀랐다”라고 응수하고 있다.

 

음베키의 정확한 의도가 그가 주창하는 아프리카 르네상스에서 비롯된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인의 손으로”라는 슬로건을 실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지 AIDS에 관한 서양의 지배력에 저항하기 위해서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남아공 정부가 HIV/AIDS문제를 놓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AIDS로 죽어가고 HIV에 새로 감염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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