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삶는다고?
그렇다. 아프리카에서는 바나나를 삶는다. 삶아서 끼니로 먹는다. 혹은 찌거나 굽거나 튀기기도 한다.
바나나는 우리에게 열대 과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수입량이 많아서 값도 싸고 흔하지만 예전에는 바나나가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 고급 백화점의 선물용 과일 바구니에 셀로판종이로 잘 포장되어 제일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나나였다. 잘 익은 송이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닌 바나나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수입산 열대 과일일 뿐이다.
그러니 아프리카 사람들이 바나나를 삶아먹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이것은 바나나의 종류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여 종의 바나나가 있는데 우리가 과일로 먹는 바나나는 그 일부에 불과하고, 삶아먹고 튀겨먹고 구워먹고 술을 담가 먹는 바나나의 종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따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4백만 이상의 인구가 바나나를 주식으로 삼고 있어서 바나나는 인류에게 밀, 쌀, 옥수수 다음으로 주요한 식량이라는 것도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바나나는 우리가 과일로 먹는 바나나와는 다른 종류의 바나나라는 것을 알면 바나나를 삶는다고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1) 바나나의 전래
바나나의 원산지는 인도차이나와 남동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아프리카에 전래되었다고 하는데, 기원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말라가시를 통해 모잠비크와 탄자니아까지 왔을 때 전래된 것이 그 하나이고, 인도 중동을 거쳐 북아프리카로 왔다가 반투족의 남하에 따라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 소개 된 것이 또다른 경로이다. 바나나의 도입과 확산은 이 지역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구전되는 이야기로는 동부아프리카 고지대에 킨투라는 사람이 부간다 왕조를 세우며 술 만드는 바나나를 도입하였고 그의 배우자 남비는 요리용 바나나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이 부간다 왕국의 영향은 빅토리아 호수의 북쪽과 나일강 서안에서 현재의 루간다 언어를 쓰는 지역으로 확대되어 바나나 재배 역시 확대되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바나나를 주식으로 삼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고원지대인 탄자니아 북부, 우간다, 부룬디, 루완다 등지는 세계에서 바나나 소비량이 가장 높다. 그곳에서 주식으로 삼는 바나나 요리인 ‘마토케’라는 이름은 경우에 따라 식사나 음식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쓰일 정도이다. 또 이 지역에서는 담가먹는 바나나로 술은 비타민 B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중요한 음료이다. 서부 및 중앙 아프리카의 고온다습한 열대우림 지역에서도 바나나는 주요 식량으로 플랑땡이라고 하는 또 다른 종류의 바나나를 식용으로 쓴다. 바나나는 콜레스테롤이 없는 훌륭한 에너지원일뿐더러 비타민A, C B6 이 포함되어있고 칼슘, 칼륨, 인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들어있다. 소화가 잘 되어서 아프리카에서는 특히 유아식으로 많이 쓰인다.
바나나는 ‘늙은 여자 혼자 열 남자를 먹여살릴 수 있다’는 표현이 있듯 재배에 노동력이 덜 든다고 하는데 심어서 과일을 수확하기 까지 2년 정도 걸린다. 일년 내내 수확할 수 있는데 바나나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지 2달 만에 딸 수 있다. 항상 세 가지씩을 남겨서 차례로 수확을 거두는 것이 바람직 하며(가령 할머니 어머니 딸 하는 식으로) 2개월 간격으로 수확할 수 있어 바나나 나무를 여러 그루 심는다면 번갈아 가며 수시로 딸 수 있다. 바나나 송이 숫자와 송이 무게는 탄자니아의 경우 6월에서 9월에는 늘어나고 8월에서 10월이 가장 많이 생산된다. 바나나를 다 수확한 나무는 베게 되는데 이때 작은 잎사귀들은 가축 먹이로 넓은 잎사귀는 지붕이엉, 멀칭, 바구니 짜기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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