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갈리 먹는 법
탄자니아에는 물론 젓가락이 없다. 포크 같은 서양식 집기도 보편화 된 것이 아니다. 그럼 무엇으로 음식을 먹을까.
이미 짐작을 했겠지만 하느님이 주신 자연 그대로인 손이다. 손으로 먹는다고 불결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밥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데 이는 흡사 의식과도 같다. 잘 사는 집에서는 아예 식당에 손 씻는 세면대가 붙어있기도 하고, 음식점에 가면 웨이터가 더운 물이 담긴 주전자와 비누와 대야를 들고 온다.
이 이동식 대야는 세트처럼 간편하게 되어 있어 들고 다니기에 편리한데 손님이 손을 내밀면 웨이터가 물을 한차레 부어주고 비누질하기를 기다려 다시 물을 부어준다. 때로는 물이 너무 뜨거워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 결혼식 피로연처럼 손님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식사 때가 되면 우선 손 씻는 줄이 먼저 길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 손 씻는 줄을 거쳐야만 음식으로 가게 되어 있다.
이처럼 일단 손을 씻고 나서 음식을 먹는 것이 관습화했기 때문에 손으로 먹는다고 해서 불결할 염려는 없다. 탄자니아도 지금은 많이 서구의 영향을 받아서 결혼식장에서 혹은 손님이 올때는 서양식 포크를 쓰기도 하지만, 포크가 있더라도 우갈리만은 반드시 손으로 먹어야 한다.
접시에 우갈리, 즉 더운 옥수수 익반죽 덩어리가 듬뿍 담기고 그 옆에 콩이나 음치차 혹은 삶은 고기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오른손 손가락 전체를 써서 우갈리 덩어리를 한입에 먹을 만큼 조금 떼어낸다. 이것을 역시 오른손으로 꼭꼭 쥐어 뭉쳐 손바닥 안에서 다진다. 이 과정에서 푸석푸석한 우갈리가 찰기를 얻고 마치 떡같이 된다. 이 떡처럼 된 것을 일단 삶은 콩이나 음치차(우리의 비듬나물 비슷한 채소)의 국물에 적시고는 이 적신 떡으로 콩 이나 음치차를 둥글게 말아서 입으로 가져간다. 따라서 우갈리의 맛은 옥수수 반죽을 손안에서 얼마나 재빨리 잘 다지느냐에 따라 좌우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니 포크나 젓가락으로는 먹을 수 없는 것이 우갈리이다.
그런데 탄자니아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이 우갈리를 의외로 외국사람이 맛보기란 쉽지가 않다. 저녁초대를 받아가도,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을 해도 우갈리는 나오지 않는다. 이는 손으로 먹어야 하는 우갈리를 외국인에게 내놓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 장례식 등에서도 꼭 손으로 다져먹어야 하는 우갈리를 점점 내놓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옥수수 우갈리는 이웃나라인 케냐나 짐바브웨 말라위 등에서도 비록 이름은 다르지만 주식으로 널리 애용되기 때문에 동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식사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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