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제일반_전망

보츠와나 경제가 아프리카에 주는 교훈

africa club 2003. 1. 28. 10:15
보츠와나 경제, 아프리카에 주는 교훈

어떤 기준을 통해서 보든지 보츠와나의 경제가 아프리카에서 혜성같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보츠와나는 1966년 독립당시 세계 극빈국의 하나였으나 지난 20년간 건전한 개발 정책과 놀라운 경제 발전 성과로 현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츠와나는 동아시아국가의 경제 성공 스토리와 비슷한 경제 신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신기하게도 정치상황과 개발 정책도 아시아의 호랑이들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따라서 보츠와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아주 독특한 경우에 속한다. 신중한 경제 관리, 포용력 있는 민주주의와 함께, 지나치게 정치 중심적이 아니면서 전반적으로 효율적인 관료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투자와 시장지향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에 유리한 경제환경을 자랑하며, 무엇보다도 외환보유고의 효율적 관리와 잠재적 외환 산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로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보츠와나는 2000년도에 1인당 3,300불의 국민소득을 올려 3800불이었던 모리셔스 다음으로 현재 남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 부국에 속하며, 한편 월드 뱅크는 보츠와나를 중상 소득 국가로 분류하였다. 독립이후 보츠와나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중에 하나이고 다이아몬드 세계 최대 생산을 자랑하여,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처한 경제침체 와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보츠와나는 독립 이전에 목축업과 자급 농업에 의존하는 가난한 국가였으나 지금은 수출과 국가세입의 빠른 증대로 경제 부흥을 이루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이아몬드가 발견되기 전에 보츠와나에서 이루어지던 목축업과 농업이 대부분 민간 소유였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이는 주로 정부 주도의 발전정책을 기용하고 있는 다른 아프리카국들과는 달리 자본주의적 경제발전 형태를 띄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보츠와나는 경제성장이 둔화되었던 1993년을 제외하고는 독립이후로 계속 잘 성장해오고 있다. 1975-76년과 1994-98년 사이의 실질 GDP역시 매년 평균 9%이상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동안 1인당 GDP도 거의 연평균 6%씩 성장하였다. 독립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게 된 이러한 성장의 근원은 역시 GDP의 삼분의 일을 창출하는 금광업이다. 반면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 중 3% 밖에는 되지 않는다.

보츠와나는 고도의 개방경제를 자랑한다. 탁월한 수출실적으로 1960년대의 무역적자를 1980년대 중반에 무역흑자로 바꾸어 놓았다. 국제 원조금 유입과 결합된 무역흑자와 국제수지 규모는 보츠와나의 실질 외환보유고를 살펴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2000년에만 20억불을 기록했고 34개월간 상품과 서비스의 수입을 가능케 했다. 중단기적 시각에서 볼 때  보츠와나는 앞으로 외환 제재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도 계속하여 자유로운 외환 관리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에 모든 외환규제들이 철폐된 것이 그 좋은 예가 된다.  또한 상업 은행들도 국내 거주인이나 비거주인 모두에게 외환 구좌를 열어줄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연금 기금들과 관계 기관들도 해외 자산 투자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국내 거주자들의 재외 차용(offshore borrowing) 한도도 27,000불에서 54,000불로 두 배 증가되었고, 회사와 기업체들은 270,000불에서 540,000불로 증가되었다.

보츠와나의 수출 형태는 남아공과 그리고 SACU (Southern African Customs Union , 남부아프리카 관세조합)회원국들과 아주 비슷하다. SACU는 보다 산업화된 남아공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SACU는 1910년에 창설되어 보츠와나, 레소토, 나미비아, 남아공, 스와질랜드의 회원국들로 구성되어 있고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관세 조합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보츠와나는 약 77%의 수입이 SACU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반면에 짐바브웨와 같은 기타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수입은 7%에 불과하다. 한편 유럽에서는 8%를 수입한다. 1990년대에 주요 수입종목은 식품, 음료, 담배(총수입의 거의 15%에 해당), 기계류와 전기설비(15%), 각종 운송설비(15%) 였다. 한편 유럽은 보츠와나 수출의 6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며(그중 영국에만 35%를 수출한다), SACU 지역에는 13% 수출한다. 1990년대 주요 수출품목은 다이아몬드로 총수출의 73%를 차지했으며 자동차와 부품이 9%, 기타 광업이 6%였다.

다이아몬드의 생산과 수출 증대는 국가세입 증대에 엄청난 기여를 하였다. 보츠와나 정부는 75%에서 80%에 이르는 다이아몬드업 수익을 로열티와 소득세, 송금된 배당금에 대한 원천 과세, 국가가 뎁스와나(Debswana) 다이아몬드 회사에 투자한 50% 지분에서 받는 배당금이 결합된 형식으로 수령한다.
우수한 경제 실적으로 인해 보츠와나 정부는 그간 서비스 부문과 사회 간접자본의 모든 분야의 지출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정부 총지출은 1984-5년의 3억 4천 4백만 불에서 1999-2000년에는 25억불로 증가되었다. 1983년 이후로 보츠와나 정부는 개발 우선순위에 일치하는 지출과 신중한 회계 정책으로 예산 흑자를 창출하고 있다.

보츠와나는 부패 방지의 면에서도 아주 우수한 실적을 보인다. 보츠와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만연한 부패문제에 대해 부정부패에 가담했을 경우 고도의 위험부담을 부여하여 부패를 방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1994년에 정부는 부패 및 경제범죄법 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부패의 만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사실 보츠와나는 그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 효율적 행정과 건전한 경제 관리 속에서 관료 부패에 조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츠와나는 부패 및 경제범죄 위원회(Directorate on Corruption and Economic Crime)라는 독립된 반(反)부패 기관을 창설하여 공무원의 신뢰성 고양과 공무 윤리 수립, 국가 세입 및 지출 보호의 기능을 담당케 하고 있다.

보츠와나에는 1989년 이후로 금융자유화가 실행되어 새로운 금융기관들과 기구들이 생겨났다. 또한 성장 지향적인 증권시장과 시장 메커니즘의 강화, 은행의 혁신, 광범위한 외환 조절 자유화를 실행해 왔다. 한편 보츠와나가 남부 아프리카에서 앞서가는 경제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재까지도 스스로 자초한 경제 억압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들은 독립 직후 통화위원회를 중앙은행으로 대체하고 식민지 상업은행을 국유화하면서 국가가 금융 체계를 담당하도록 해왔다. 이는 시장지향적 경제 체계에 대한 불신에 근거한 것이다.

금융 자유화와 발전된 금융시장의 존재는 시장 지향적 경제로 이행하는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발전된 금융시장은 경쟁력 있는 민간 기업이 공급하는 부의 증대를 민간인들이 그 수단에 장애를 받지 않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시장의 존재로 개인들이 현재 저축을 통해 장래 소득을 증가시키게 된다면 저축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또한 해외 투자가들사이에서도 신용을 얻게 되며 국내외 충격에 대한 경제 및 금융체계의 탄력성도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발전에 있어서 금융 부문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 국가의 금융체계의 깊이와 규모, 그리고 민간 금융의 정도가 향후 경제 성장의 좋은 지표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치구조가 불안하고 인력자원과 기반시설이 부족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우수한 금융정책가들을 갖춘 효율적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을 단기간에 창출하기는 어렵다.

보츠와나에서는 정부 경제 발전 목표의 핵심으로 수출실적 제고와 경제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과거 몇 십년간 다이아몬드에 주로 의존하던 경제 형태에서 변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결실로 오웬스 코닝(Owens-Corning)과 같은 회사에서는 제조상품의 수출이 증가하였고 이는 비광업 상품의 수출을 부추기게 되었다.

1950년대 중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수출은 세계 수출의 3.1%를 차지하였으나 1990년대 말에는 약 2% 정도로 감소하였는데 이는 아프리카의 국제 경쟁력 상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1960년대의 시장점유율을 계속 유지했다면 그 수출실적도 1990년대 중반까지 75%(110억 불), 그리고 오늘날까지 700억불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무역 제한과 국내 정책 간섭은 편향적인 무역을 야기시켰다. 1980년대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수입 장벽은 당시 높은 수출 성장을 보였던 개발도상국들보다 훨씬 높았으며 잠재적 수출상품에 대해서도 지극히 편향적이었다. 따라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그러한 편향된 수출실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업자들에게 해외 시장의 무역기회를 허용하는 광범위한 무역 자유화를 실행하여야 한다. 그동안 무역에 비개방적인 입장을 취하여 훨씬 더딘 성장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시장지향적 경제의 중요 흐름중의 하나는 지역 경제 블록의 형성이다. 유럽 연합이 계속하여 확대되고 있고 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가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경제 블록을 창설하려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움직임 또한 일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러한 국제적 환경가운데 그들이 세계 경제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쌓을 수 있을지 고심해야 한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역 협력과 통합에 있어 그 어느 대륙에서보다  많은 협정들이 맺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제블록에서 볼 수 있는 헌신적인 태도와 열심이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츠와나를 포함하는 SACU는 그 중 예외적인 경우이지만 이 협정 또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양산해냈다. SACU는 CFA 프랑 지역의 금융조합을 제외하고는 지역 내 또는 지역간 무역 그리고 국제무역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했다. 사실상 회원국간의 경제를 통합 하는데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대신에 중복된 회원국간에 지역 통합 및 협력을 도모하는데 그쳤고 때로는 규정의 충돌, 또는 기구의 중복을 야기시켰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정부들은 그들의 지역 통합과 협력 조항을 재검토하며 능률화할 필요가 있으며 협정의 완결성에 흠을 내는 구조 및 실행상 허점을 제거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직면한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성장 및 발전 전망은 1980년대 경제 위기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도 밝다. 많은 정부가 여전히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가통제주의(statism)에서 시장 지향적 발전으로의 이행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규득, 아프리카해외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