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아프리카의 민족과 문화

아프리카의 시간개념과 약속-들어가는 글

africa club 2004. 6. 28. 21:59
1. 들어가는 글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은 어떨까?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한 가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케냐의 나이로비에 갔을 때 친분이 있는 나이로비 대학 교수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저녁 6시였는데 그는 7시 30분쯤에 나타났고 전혀 미안한 표정도, 왜 늦었는지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저녁은 우갈리과 차파티 그리고 수쿠마위키등 비교적 간단한 식사였는데 저녁 10시 30분에야 먹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화가 너무 났었지만 나중에는 아주 지쳐서 화내는 것도 포기하였다. 결국 숙소에는 11시 30분에야 돌아왔다.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과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약속을 하면 제시간에 일이 시작되기보다는 언제나 늦게 시작되곤 한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부분 아프리카인들은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시골지역으로 가면 정말 답답할 정도로 무슨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보다는 해시계와 달 시계가, 그리고 하루라는 시간이 더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사람들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정말 시간개념이 없는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 늦었느냐?’, ‘약속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다’, ‘빨리 빨리 하자’등등 따지고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천천히 해도 간다(Pole Pole ndio mwendo)'라는 말을 하면서 오히려 한 수 가르치거나 핀잔을 준다. ‘좀 늦기는 했지만 결국 할 일은 하지 않는냐.’는 식이다. ‘만약 일을 그 날에 다 못 끝냈으면 내일 또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아프리카의 시간개념은 서구사회와 전통사회의 시계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정확한 시간개념을 추구하기 보다는 상황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늦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가기는 간다.’라는 말은 이들의 시간개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미리 충고하지만 ‘늦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결코 아니라는 아프리카인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 마음 상하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서구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든가 공공기관 그리고 비즈니스분야에서는 비교적 시간을 잘 지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인관계 속에서는 시간과 약속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훌륭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한다면 공식적관계도 중요하지만 비공식적 관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공동체의식과 개인이 맺는 ‘관계’를 중시하는 아프리카 사회에서는 비공식적 관계가 일을 아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될 때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글에서는 아프리카인들이 시간에 대해 어떤 사고방식과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만약 아프리카인들의 시간에 관한 행동양식을 이해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를 위한 약속을 하면서 시간적으로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안을 마련하여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