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아프리카의 민족과 문화

<font color=magenta>[ 아프리카의 사회조직과 통과의례 ] - 할례(circumcision)

africa club 2003. 9. 27. 10:18
3. 할례(circumcision)

할례는 아프리카인들의 통과의례중 중요한 의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음경의 표피 전부 또는 일부를 자르는 행위. 이 의식이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할례가 하나의 의식으로 여러 민족에 분포된 점과 금속 칼보다는 돌칼을 널리 사용한 점은 이것이 매우 오래 전부터 있었음을 암시한다.
할례를 전통의식으로 행하는 곳에서는 사춘기 전이나 사춘기 때 행하며, 이슬람교도들 중 어떤 이들은 결혼 직전에 행하고,

어떤 이들은 종교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나 출생 뒤 곧바로 행한다. 유대인들이 남자아이를 낳은 지 8일 만에 할례를 행하는 것은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맺은 계약의 일부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유대교로 개종하는 모든 남자는 의무적으로 할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는 교회에 들어온 자에게 이러한 '모세의 법'을 의무조항으로 하지 말 것을 정했다(사도 15). 나이에 상관 없이 행해졌으며, 일반적인 경우 할례를 받는 사람이 그가 속한 단체에 정식으로 가입함을 뜻하거나 그가 어떤 지위를 얻었음을 가리켰다. 따라서 할례를 통해 사회적 지위·권리·신분 등이 확정되었다. 세계 도처에 있는 여러 전통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유대인, 이슬람교도, 일부 그리스도교도들 가운데서도 이 행위는 심오한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의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리학적인 면에서 볼 때 음경의 표피를 제거하여 음경귀두를 드러내는 이 행위는 피지라고 불리는 치즈 모양의 악취를 풍기는 분비물이 쌓이는 것을 방지한다. 피지는 불쾌감을 주며,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소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영어권 국가들, 특히 미국에서는 신생아들에게 의료상의 할례를 행하는 것(포경수술)이 관례로 되어 있다.

점점 많은 수의 외과의사들이 몇 가지 위생상의 이유로 포경수술을 관례적으로 행하는 일을 거절하고 있지만, 몇몇 부모들은 그 아이의 아버지가 할례를 받았다는 이유와 또는 이 의식이 그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아이들이 할례를 받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음경암의 발생률이 할례를 받은 남자들에게서는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위생의식이 높은 할례를 받지 않은 자들에게서도 그 발생률은 적게 나타난다.

☞ 동부 아프리카의 키쿠유족의 경우 할례를 받지 않은 남자는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었다 할지라도 결코 성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루오족의 경우에는 할례를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키쿠유족의 세계관과 의식에 의하면 루오족 부족민들은 한낱 아이들의 세계 속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남자들에게 행해지는 할례는 현대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포경수술에 해당되기 때문에 방법상의 문제 - 예를 들어 무자격 의료인에 의한 시술이나 소독되지 않은 도구의 사용 같은- 만 종종 거론될 뿐 인권유린의 차원에서 부각된 적은 없다.

☞ 남부아프리카의 코사(Xhosa)족 : 현대에 들어와서 할레시술(ukoluka)로 인해 성기가 부패되고 절단되는 상황도 발생되고 있으며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동부 케이프(Eastern Cape)의 한 전통의사(ikankatha;할레 시술자)는 한 건의 시술당 약 R50와 한병의 브랜디를 받지만 이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전통의 일부로서 생각한다. 또한 할레에 대한 기술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도제제도에 의해 전수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숙련된 전통의가 사라져감에 따라 경험이 부족한 소위 "야메 의사(bush doctors)"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음핵절제술이라고도 불리는 여성의 할례는 피를 뽑는 것에서부터 음부봉쇄(음핵, 소음순과 대음순의 2/3를 제거하고 대음순의 나머지 부분은 뒤의 작은 구멍과 연결되도록 함)에 이르는 의식적 수술과정이다. 이 의식은 뉴기니, 오스트레일리아, 말레이 군도, 에티오피아, 이집트,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 브라질, 멕시코, 페루와 중동·아프리카·서아시아·인도의 이슬람교도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진다. 이 수술은 보통 중년의 부인이 행한다. 이 의식은 종교적·윤리적 전통의 일부로 생각되며, 책임 있는 성인이 되는 필수적인 단계로 간주된다.

부족에 따라 음핵을 부분적으로 잘라 내거나 외음부 전체를 절단하는 등 조금씩 상이하며 할례를 행하는 시기도 생후 7일 만에 행하는 부족이 있는가 하면 사춘기 시기에 행하는 부족도 있다. 할례를 행하는 도구도 소독되지 않은 면도날이나 칼이 주로 쓰이고 봉합시에는 바늘이나 가시가 이용된다. 사춘기에 이르러 할례를 행하는 부족 사회는 할례를 받은 소녀를 소녀에서 여인으로, 미성숙한 개체에서 성숙한 인격체로, 불완전한 자에서 완전한 자로 변화시키는 것이기에 부족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했다.

여성에 대한 할례 행위로 야기되는 부작용을 열거해 보면 골반염, 소독되지 않은 기구 사용으로 야기되는 파상풍, 각종 감염, 분만 합병증, 궤양, 불임증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충격, 원만한 성생활 장애등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는 이러한 관습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고통의 무게는 형언하기 힘들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 할례를 받는다는 것이 성인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할례 의식을 받고 나서는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의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여성 할례의 주요 목적은 여성의 성적 욕구를 억누르고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인 것을 고려하면 남성에 의해서 강요된 순결의 신화임을 알 수 있다. 여자의 성기를 성적인 즐거움과 쾌락이 아닌 생산의 도구로서만 여기는 남성중심의 가치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종교적인 측면과 결부 지어 설명하려는 시도도 결국은 강요된 순결로, 육체적 정결함과 종교적 청정함과의 상관관계를 억지 결부시켜 생각하려는 발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케냐에서는 1982년 다니엘 아람 모이 대통령이 여성 할례를 금지시켰으나 여성 할례 금지령을 위반하여 법적 제재를 받은 예가 거의 없다. 케냐에서는 모든 부족 사회에서 할례가 실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마사이, 삼부루, 키시, 메루족 등의 부족 공동체 사회 속에서 뿌리깊게 남아 있다. 케냐 여성의 약 50%, 즉 절반 정도의 여성들이 아직도 할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할례가 이들의 의식 속에 얼마나 깊이 각인 되어 있는지 절감할 수 있다. 아프리카 전체적으로는 주로 중북부 아프리카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고 약 26여개 나라에서 1억에 이르는 여성들이 소녀에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의식을 아직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할례 시술 방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거의 드물어 현재 할례를 행하고 있는 노년층이 물러나면 할례를 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할례 전통 역시 수그러들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부족의 고유한 문화 및 가치가 희미해져 가고 있는 도시 지역보다는 인습과 전통을 고수하는 농촌 지역에서 할례가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 서구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여성 할례 자체를 미개하고 버려야 할 관습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여성 할례라는 오랜 전통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