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펠라헨(Fellaheen)족

이집트는 현저한 대조를 나타내는 국가이다. 비옥한 나일강 계곡을 둘러싼 지역과 그 양쪽으로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사막의 뚜렷한 차이는 시골과 도시를 갈라놓는 커다란 만(gulf)만큼이나 인상적이다.
20세기의 현대적인 산업화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촉진시켰다. 이집트는 1937년에 25%였던 도시 거주 인구가 1978년에는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증가는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더욱더 크게 만들었다.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직업들과 서구로부터의 지식 보급은 도시 중심에 거주하는 엘리트들과 교외에 거주하는 부류인 펠라헨(Fellaheen)으로 나뉘어 진다.
이집트에서 가장 큰 도시인 카이로(Cairo)와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들 중의 한 곳이다. 이 두 도시에는 이집트 도시 인구의 거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8백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카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도시권 중의 하나이다. 이 대도시권에는 산업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골과 비교하여 직장인들의 수입이 높고 사회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의 4천만 인구 중 3/5는 여전히 교외에 거주한다. 이는 농업이 이집트의 주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며 주로 면화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집트의 전대통령 가말 압델 낫세르(Gamal Abdel Nasser)에 의하면 이집트의 농부들은 '진정한' 이집트에 남아있는 존재들이다.
펠라헨 족이 세계의 가장 이른 시기에 문명을 이룩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기원 전 4,000년에서 3,500년 까지 관개 농업에 기반을 둔 나일강 계곡에는 일찍이 사람들이 정착을 하였다. 수세기 동안 펠라헨 족은 그들의 지도자, 종교, 언어, 수확물 등을 바꾸어 왔으나, 삶의 방식만은 그대로 유지해 왔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고대 이집트의 국왕인 파라오의 무덤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랍의 역사가들, 영국의 탐험가들, 오늘날의 여행가들까지 하나의 연속된 모습을 형성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세기마다 분리된 듯 하나 같은 양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랍인들이나 니그로와 같은 다른 민족들과의 동화(assimilation)가 이루어지긴 하나, 이집트인들의 안면 유형이 주류를 이루었다.
펠라헨 족은 보통의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갖추었고 안면이 넓고 이마는 좁으며 검은 눈동자와 검은색의 곱슬머리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펠라헨 족은 회교도인들이나,  소수는 곱팁교에 속한 기독교인이다. 곱틱인이나 회교도인들은 각자의 교리를 따르며 함께 살고 있다.
1952년에 발생하여 이집트에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질서를 세운 혁명 이전, 대다수의 펠라헨 족은 이집트의 부유층을 지배한 몇 백 명의 토지 소유주들의 통치 하에서 무지, 고립, 굶주림과 노예 상태의 삶을 살았다.
오늘날 이집트의 도시와 시골간의 차이는 크지만, 1952년 정부의 노력으로 최소한 펠라헨 족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정신적인 면은 변화의 속도가 느렸다. 놀랄만한 생활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발전의 양상은 펠라헨 족의 자발적인 노력보다는 그들을 대신하여 일어났다. 시골에 존재하는 불균형을 줄이고 도시와 시골간의 차이를 좁히려는 정부의 개입은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긴장감을 감돌게 했다.
이집트는 나일강이 선사한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일강 계곡과 삼각주에 이집트 인구의 99%가 모여 살고 있다. 많은 마을이 비옥한 농경지를 황폐하게 만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곡물 생산이 가장 적고, 암석이 많으며 사막과 접하는 지역에 모여 있다. 그곳의 거주자들의 수는 1,000명에서 5,000명이다.    
마을에 다다르면 적은 수의 주거지들이 좁고 구불구불하며 포장되지 않은 길들을 경계로 무리를 지어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의 전통적인 주거 유형은 나일강의 진흙과 짚으로 만든 굽지 않은 벽돌로 지어진 2-3 피트 두께의 벽이 있다. 현재는 시멘트 블록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옥의 유일한 출입문은 목재로 되어 있는데,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항상 닫혀져 있다. 여름 동안 안마당의 한 구석은 부엌으로 사용된다.
대부분의 가옥은 가구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단층 건물이다. 많은 가옥이 짚으로 만든 매트나 바닥에 깔린 담요를 제외하고는 가구가 없다. 지붕은 진흙이 위에 발라진 막대기와 짚으로 덮인 거친 목재로 되어 있어 세탁물이나 농산물을 말리는 데 자주 사용된다. 많은 가옥에는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 사람들은 야외, 특히 관개 운하 시설 근처를 화장실로 대신한다.  
도시적인 구조와 디자인을 갖춘 새로운 주거형태가 이집트의 저지대인 대형 도시 근처 마을에 들어서기 시작하여 그 수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곳에서나 낙타, 당나귀, 염소, 양, 소, 물소와 같은 가축들을 볼 수 있다. 좁은 거리, 뒷골목, 주로 가정에도 닭, 오리, 칠면조, 비둘기와 같은 가축들이 있다.
마을에서 남자들이 착용하는 복장은 잘라비야(jalabiya) 라고 하는 발목까지 오는 잠옷용 셔츠이다. 이 복장은 대부분의 다른 회교국가에서 펠라헨 족과 농부들을 구별해 준다. 이 옷은 면으로 된 속셔츠와 무릎 길이의 바지 위에 입는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들은 면이나 모직의 벨벳으로 만든 테두리 없는 실내 모자를 쓴다. 머리를 감싸는 숄과 함께 입는 검은 색의 잘라비야는 여성들이 입을 수 있는 유일한 드레스이다. 그들은 또한 콜(kohl : 눈화장)이라 불리는 화장품을 사용하며, 헤나(henna)로 머리를 물들이고, 결혼이나 축제 때에는 손, 발, 손톱을 가린다. 많은 남성과 여성들이 맨발로 다니지만, 신발과 샌들을 점점 신는 추세이다.
최근까지도 펠라헨 족은 식수를 나일강이나 그 근처의 관개 용수로에서 얻었다. 오늘날, 정부가 파이프를 연결하여 식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공공 저수지에서 물을 얻으러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저수지에서는 여성들이 빨래와 설거지를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또한 시골 지역을 위해 정부가 세운 전력 공급 계획으로 4,000개의 마을 중 3,500개 이상이 전력을 공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에, 펠라헨 족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관계 용수로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주혈 흡충병이나 말라리아와 같은 수인성 질병으로 인해 많은 시골에 거주하는 인구가 영향을 받았다. 1952년 몇몇 의료기관이 시골 지역에 세워진 이래로 가장 중요한 발전들이 이루어졌다. 1969년의 1,750개 의료 기관에 비해 1952년에는 여러 시골 지역에 걸쳐 289개 밖에는 없었다. 펠라헨 족의 건강 상태는 아주 더디게 향상되고 있다.
건강에 중요한 물리적 조건이 부족한 상태는 계속되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건강하지 못하다. 여름 내내 포장되지 않은 길은 먼지로 덮여 있고, 겨울에는 진흙투성이라 집안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하수구가 없어서 마을 사람들은 오수를 길거리에 버리고 마을에 설치된 용수로는 온갖 오물을 처분하는 데 사용되었다. 최근의 생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주된 식단은 단백질, 지방, 설탕이 거의 없는 녹말이다. 시골 인구의 약 80%가 옥수수와 수수로 만들어진 아이쉬(aish)라고 하는 빵을 주식으로 하며 그 외에 여러 가지 채소, 치즈, 대추야자 열매, 멜론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고기나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회교도의 축제 시 부유한 회교도 인들은 양과 염소를 잡아 그 고기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1933년 까지 시골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의 기회란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종교 지도자는 쿳탑(kuttab)이라고 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회교의 교리를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쳤다. 1933년 이후 7세에서 12세까지의 아이들의 교육이 의무화가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학교 출석률은 낮았고, 특히 수확 철이 되면 들판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1952년 이래로 많은 새로운 초등학교가 시골 지역에 개교를 했으며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문맹인의 수도 현저하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라헨 족의 공교육에 대한 자세는 현저하게 변하여 정식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부모들은 자주 자식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가족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수세기 동안 고립되어 있던 펠라헨 족은 매스 미디어, 특히 라디오의 영향으로 시야가 넓어졌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마을 어디에나 보급되어, 농부들은 벨트에 그것을 매고 들판에서 일했다. 라디오는 사람들 사이에 문맹이라는 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다. 라디오는 또한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 뿐만 아니라, 가족계획과 같은 사회 개혁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지난 20년간의 이러한 생활수준의 향상은 시골 지역의 토지 소유권 구조와 농경 방법을 변화시켰다. 1952년, 1961년, 1969년의 토지 개혁법은 부유한 토지 소유자들의 땅을 몰수했다. 국가가 사들인 사유지는 작게 나뉘어져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분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분배 가능한 토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수백만의 농부들은 토지를 소유하지 못했다. 그리고 소지 소유자의 95%가 5 에이커가 못 되는 토지를 소유했다.
전통적인 체계 하에서, 농지는 3개나 그 이상의 큰 블록으로 흩어진 여러 길쭉한 조각 모양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농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곡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바둑판 모양의 작은 농지는 오늘날 70 에이커 이상의 거대한 들판으로 변모하였다.
새로운 체계 하에서 마을의 농지는 3개의 거대한 블록으로 나뉘어져 각각 특정 곡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정하였다.
수세기가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펠라헨 족은 농작물의 관개를 위해서는 전적으로 나일강을 이용한다. 1969년 이래 아스완(Aswan)의 하이댐(High Dam)은 나일강의 물을 모두 막아 댐의 북쪽에서 매년 넘쳐흘렀던 홍수의 발생을 막았다. 현재 나일강은 일년 내내 양이 조절되어 방출된다.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긴 했지만, 이 새로운 방법으로 영구적인 관개가 가능해졌다. 또한 이 방법으로 인해 일년 중 겨울(shitwi), 여름(seifi), 가을(nili)에 관개 곡물을 수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펠라헨 족은 집약 농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에이커 당 가장 높은 수확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펠라헨 족의 생활은 눈에 띄게 변했지만, 가족, 혈연 집단, 종교 의식에 있어서는 과거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남편과 아내, 결혼한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아들, 결혼하지 않은 딸과 함께 사는 확대 가족은 씨족 구조 내에서 여전히 사회적, 경제적 단위를 이루고 있다. 아버지와 손위 형제, 씨족의 우두머리, 친척에게 순종하고 그들을 존경하는 것은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다른 씨족 간의 결혼은 매우 드물다. 대신 가까운 친척, 특히 부계쪽의 첫 사촌과 결혼하는 것은 권장된다. 남자건 여자건 결혼은 일찍 하고 경제적인 목적으로 대가족을 형성한다. 결혼한 여자는 주로 남편 가족과 함께 살면서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복종한다. 다 자란 아들이 있는 부인은, 여전히 남편에게 복종을 해야 하지만, 자식을 양육하거나 며느리의 가사 일을 감독하는 데 대단한 권위를 행사한다.
비록 토지 소유주들의 펠라헨 족에 대한 권력은 토지 개혁법에 의해 중단되었지만, 다른 형태의 사회적 긴장감이 시골 지역에 나타났다. 정부의 토지 분할 정책의 결과로 1952년 이래 소규모 토지 소유자들의 수입이 증가되었다. 토지를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 소작농들도 또한 토지 개혁법으로 인한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불행한 계층은 토지 개혁법으로 인해 실질적인 소득을 얻지 못하고 가난에 허덕였다. 이 계층은 시골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향후 황무지 개간 사업과 곡물 생산 증가를 통한 경작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골 지역의 끊임없는 인구 증가는 펠라헨 족의 생활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에 전입하는 인구가 증가하여 시골 지역의 인구수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인구는 증가할 것이며 이미 초만원인 시골 지역도 최소한 천5백만 명을 더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집트 정부는 가족계획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시골 지역에서도 상담을 할 수 있는 센터가 설립되고 있다. 불행히도 캠페인의 효과는 크지 않으며 시골 지역의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많은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새로운 집약 산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펠라헨 족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과 함께 인구 증가를 막지 못해 파생되는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