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사회인류학

인류의 고향은 아프리카?

africa club 2001. 10. 29. 20:03
얼마 전 60억 번째의 인류가 태어났다는 뉴스가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태양계 중의 한 혹성인 자그만한 지구에서 60억명의 인류가 거주한다는 자체가 신비롭기도 하지만 과연 인류는 어디에서, 어떻게 탄생했는가라는 의문 역시 우리들의 큰 관심사일 것이다.
그 답을 얻기 위해 수많은 인류학자들이 탐구하였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프리카가 인류의 최초 탄생지였다는데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인류는 인류 진화라는 커다란 줄기의 어디쯤에서 갈라져 나왔는가? 아프리카 기원설 처럼 아프리카의 한 여인으로부터 비롯되어 전세계로 퍼져 나갔는가? 아니면 다지역 기원설처럼 전지역에서 개별 진화했는가? 최근 인류학 연구에 있어 가장 뜨거운 이슈는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700만-500만년 전 원숭이류(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시작으로, 18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 4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13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거쳐 현생인류로 발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같은 진화론은 새로운 화석이 발굴될 때마다 새로 쓰여지고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류진화에 대한 주요쟁점을 살펴보며 다음과 같다.
인류 조상은 여러 종이다. 인류 진화의 계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하빌리스-호모 에렉투스-호모 사피엔스-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 계보는 진화상 무수히 많은 종이 출현하고 절멸한 복잡한 과정을 단순 도식화한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화석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인류진화가 결코 단선적 과정을 거쳐 이뤄지지 않았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만 하더라도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부스투스 등 다양한 종이 있고 최근 미·일 연구팀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르히라는 새 종을 추가했다. 이밖에 네안데르탈인으로 대표되는 호모 사피엔스와 크로마뇽인으로 대표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10만-20만년쯤 함께 존재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 아시아 등으로 퍼져 살기 시작한 호모 에렉투스부터는 현재 인종의 차이처럼 한 종이라도 지역환경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보여준다. 결국 인류의 진화는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종이 현생인류로 자리를 잡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 등 현생인류가 언제 어디에서 발원했는지 하는 점은 학계의 큰 쟁점 중 하나다.
중국학자들은 아시아 등 다른 대륙에서도 나름대로의 진화과정을 거쳐 현재의 인류가 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발원한 네안데르탈인은 근동과 아시아로 이주해 폭넓은 지역에서 살았는데 이들이 현생인류로 진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인류는 다른 동물 종에 비해 한 종 안에서조차 변이가 적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진화과정을 겪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가능성이 낮다고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현생인류의 조상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각 지역의 종을 모두 대체했다는 주장이 아프리카 기원설이다. 현재로는 가장 정설로 인정받고 있는 이론이다. 이 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오늘날 세계각국 인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 조상의 계보를 추적한 결과 아프리카로 집약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기원설에 따르면 현대 인류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진화했고 신속하게 확산되어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을 대체시켰다는 것이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라 티 슈코프 박사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60여 개 지역의 DNA 분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아프리카 기원설을 입증한 바 있으며 그 동안 다지역 기원설을 주장하던 중국 과학자들도 아프리카 기원설을 인정하고 있다.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그 동안의 탐구 결과물들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올두바이(Olduvai)계곡에서 30년 이상 발굴작업에 몰두하던 리키박사부부(Louis &Mary Leakey)는 1959년 7월 17일 175만년전의 확실한 두발 동물의 두개골을 발견했고 그것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보이세이(Boisei)라고 명명했으며 일명 '진잔트로푸스'라고도 불렀다. 또한 이들은 다음해 열두살 쯤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뼈를 발견했는데 원인이 아니라 인류 직계 조상의 뼈라고 확인하고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라 이름 붙였으며 이들이 전 세계대륙으로 확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최근 5백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고인류 화석이 발견되어 고인류학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팀 화이트는 지난 1월 에티오피아에서 이 고인류 화석을 발굴했다(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화석은 4백2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이고, 4백40만 년 전 화석이 있으나 일부분에 불과하다). 13개국 고생물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화이트 팀장은 앞으로 세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아프리카가 현대 인류의 진정한 기원지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2백만 년을 중심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화석이 급격히 빈약해지고 4백20만 년 이전의 화석 기록은 거의 비어 있는 실정이었다.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의해 고인류와 유인원이 그 공통조상으로부터 각기 분리된 시점이 5백만 년에서 7백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해 주는 화석이 없어 진화론의 가장 취약한 미싱링크로 지적되어 왔다. 이 화석은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리라 기대되고 있다.
또한 비트바트랜드 대학교의 론 클라크 박사는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스터크폰테인 동굴에서 3백60만 년 전의 가장 완전한 고인류 화석을 발굴하였다. 지금까지 발굴된 가장 완전한 화석은 1974년에 발견된 3백2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일명 루시)였다. 루시는 전체 골격의 약 40% 정도가 발굴됐다.
이 고인류 화석은 인간과 유인원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어, 직립보행 뿐만 아니라 나무에서 어느 정도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좀 더 연구가 진행되면 지금까지 고인류 조상이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분리되면서 과연 나무에 살았는가의 논쟁에 대한 해답을 얻으리라 예상된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대륙, 특히 동아프리카지역과 남아프리카지역에서 인류화석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따라서 인류 조상이 최초로 삶의 터전을 삼았던 인류의 발상지이며 고향이 아프리카 대륙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