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손영민) 케냐 리포트

케냐는 지금 변화중2 - 거리의 사람들이 사라지다(?)

africa club 2003. 1. 29. 17:36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거리가 깨끗해 지고 있다.
그동안 시내에서 늘 배회하며 운전자와 행인에게 구걸을 하며 귀찮게 했던
거리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다.
나이로비 시청이 정부, UNICEF와 연계해 모두 사회복지시설로 이주시켰기 때문이다.

나이로비의 거리 부랑자들은 약 500명이 넘는것으로 추산되는데,
소년소녀, 청년, 어린아이를 업은 엄마, 정신병자 등.....
그들에겐 거리가 일터이자 잠자리 였다. 추운 밤에 불을 피우고 건물입구에서
자다가 건물이 타버린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은 대개 부모가 이혼하거나 죽어서 생계능력이 없어 집을
뛰쳐나온 경우가 대부분 이고, 여자들은 미혼모가 되어 생계가 막막해 거리로 나온 경우이다.
하루하루가 그들에겐 생존전쟁이기 때문에 구걸한 돈으로 일시적으로 배를 때우기도 하지만
주로 거리의 엄마들로 부터 산 글루(본드)로 수치심을 없애고, 추운밤을 견디기도 한다.

글루를 맡으며 환각으로 인해 풀린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고 있자면 그 어디에서도
동심은 찾아볼 수 없고, 처음엔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나중엔 단지 귀찮다는 생각이 들고
케냐의 미래가 염려되기도 했었다.  

일부 외국인들은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된다.
더운 날씨에 주로 창문을 열고 다니게 되는데, 차가 막혀 잠시 정차를 하다보면
거리의 아이들이 다가온다. 그럴경우 대부분 차창문을 올리는 것이 좋은데, 앞만 보고
있다보면 아이들이 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차옆에 붙어서는
손을 뻗어 무엇인가를 운전자 코 앞에 대고 손바닥을 펼쳐보인다.
다름아닌 오물(똥)이다. 돈을 주지 않으면 차안으로 던지겠다는 것이다.
이럴땐 차창을 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냄새나는 오물이 자신과 차안을 더럽히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탁비와 차안 청소를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안나고, 당장 그 냄새로 인해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손을 들고 순순히 돈을 내줄수 밖에 없다.
애교로 보기에는 요구금액이 상당하다. 보통은 10실링 가량 주면 되는데, 이때는 1백실링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네고 하면 깍을 수 있는 여지도 있기는 하다, ^0^)
그래서 시내에서는 다소 덥더라도 손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틈만 남기고 차문을
올리고 다니는 것이 좋다.

이제 안심하고 운전하고 시내를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광객에게 붙어서 줄기차게 구걸을 하는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번 이주정책으로 거리의 모습이 깨끗해진 것은 물론
일부 거리의 엄마들은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은 숙식이 해결되고 미래도 꿈꿀 수 있는
새 보금자리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국가인 케냐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무엇보다 다행인 것이다.


* allafrica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1-30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