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김영희) Africa 음식이야기

14. 고기 먹는 풍습도 가지가지 2

africa club 2003. 11. 29. 11:28


2)닭과 염소
염소와 닭은 대체로 어느 지방을 막론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짐승이다.
닭은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대가족제인 탄자니아 가족이 다같이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닭고기는 귀한 손님이 오거나 가장이 멀리 나들이 갔다 돌아올 때 잡는 일종의 별식으로 인식된다. 닭고기 중에서도 필리기시(filigisi)라고 하는모래주머니를 제일 귀하게 여겨 이것은 반드시 남편이나 손님이 먹게 되어있다. 여자는 먹으면 안된다.  
그러나 부코바에서는 원래 닭을 먹지 않았다. 상대방이 모르게 닭을 제공하면 그로 인해 의절할 수도 있다. 앞에서 나의 음식 이야기를 한 부깅고 씨의 아버지는 그 친구가 읍내의 호텔에서 일하는 관계로 닭을 먹게 되어 부깅고 아버지에게 우연히 닭을 대접했는데 이를 나중에 알고 몇 달동안 인사를 안하고 지냈다 한다. 외부의 영향으로 점차 남자들은 닭고기를 먹게 되었지만 여자들에게는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특히 달걀을 산모가 먹으면 안된다.
많은 부족이 산모에게 달걀을 금지하고 만일 달걀을 먹으면 아이가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달걀의 매끈한 겉모양이 대머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우간다나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닭고기를 가장 선호하여 중요한 식사에는 반드시 닭고기 요리를 낸다.
  
염소는 닭보다는 크고 소보다는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동물이다. 예전에 부코바 지방에서는 손님이 오면 염소를 잡았다 한다. 마사이족은 지금도 그런 풍습을 지키고 있다.
2001년 4월 마사이 마을을 방문해서 하룻밤 묵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저녁이 되자 마을 대표들이 우리 일행이 묵는 쪽으로 염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우리를환영하는 뜻으로 그 염소를 잡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염소를 안 먹어도 된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염소를 한번 살펴보게 하고는, 이내 바로 옆에서 염소를 도살해 가죽을 벗기고 한 편에서는 숯불을 피워 고기 구울 준비를 했다. 순식간에 고기를 구워 우리에게 내는데 맨 처음 간부터 내왔다. 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우리 일행은 아무도 고기에 손을 못 댄 채 그대로 물리고, 결국 마사이들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또 한 번은 낮에 잠간 마사이 마을을 방문했는데 환영의 표시로 살아있는 어린 염소를 떠안기는 것이었다. 같이 먹을 시간이 없으니 가져가서라도 먹으라는 것이었다.
염소는 또 아픈 사람이 있을 때 희생의 뜻으로 잡아서 그 고기를 먹이기도 한다. 다음은 수쿠마족 출신의 냘랼리 부인의 이야기이다.
“우리 음식 중에 기운을 나게 할 때 먹는 것은 염소를 잡아서 오줌과 피와 내장을 함께 요리한 것이 있다. 남자들이 먹는다. 사실 어제 우리 집에서 염소를 잡았다. 큰 아들이 얼마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남아공에 가서 수술을 하고 와서 지금은 다 나았는데 그 애를 보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한달 전부터 염소를 사와서 집 밖에 묶어놓고 풀을 뜯어먹게 해서 살을 찌운 다음 어제 잡았다.
염소를 잡으면 우선 피를 다 빼서 조상에게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고 특히 머리를 푹고아 국물을 먹으면 아픈 사람께 좋다. 내장 또한 맛있다.”
킬리만자로 기슭에 사는 챠가족은 염소고기를 더 좋아하고 중요시하여 결혼식에는 반드시 통 염소(Ndafu)를 내놓는다. 이를 농담으로 결혼 케이크라고 부르는데 염소를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훈제한 것을 쟁반에 들고 나온다.  

*은다푸 만드는 법
구덩이를 파고 밑에서 불을 피우고 흙을 다시 살짝 덮는다. 구덩이 네 귀퉁이에 막대기를 세우고 양쪽으로 가지를 걸친 다음 염소를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막대기로 꿰어 겉에 소금과 레몬 즙을 바른다음 그 가지에 걸쳐서 밑에서 김이 올라오게 해서 오랜시간 굽는다

탄자니아에서는 인구의 40%가 이슬람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그리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돼지고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돼지를 기르는 농막에 가면 즉시 도살해서 파는데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도살한 돼지 한마리를 다 사야하는 부담이 있다.


3)식당의 메뉴
다레살람 거리를 걷다보면 그들 나름대로의 음식점과 맥주를 마시는 바가 수없이 많은데 고기 메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냐마쵸마와 미시카키이다. 이 둘은 안주로 먹을 수도 있고 밥이나 바나나 요리에 곁들여 먹을 수도 있고 우갈리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냐마쵸마(Nyama choma)
숯불에 구운 고기를 뜻한다. 쇠고기, 염소고기, 닭고기 어느 것이나 다 될 수 있다. 쇠고기의 경우는 고기 덩어리를 숯불에 천천히 약 45분 쯤 완전히 익힌 다음 썰어서 소금과 함께 나온다.

미시카키(Mishkaki)
일종의 가늘고 작은 꼬치구이다. 양념한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구운 것이다. 역시 쇠고기, 닭고기 혹은 양고기가 쓰인다.


4)그 밖의 고기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탄자니아의 해안지방 특히 음투와라를 중심으로 한 남쪽은 소를 기르는 관습이 없다. 따라서 고기가 귀한 이 지역에서는 쥐를 먹는 다. 집에 드나드는 작은 생쥐가 아니라 등치가 큰 들쥐이다. 또 개구리도 먹는데 이를 ‘어린 생선’이라고 부른다.
‘대통령이 과연 쥐고기를 먹을까’ 다레살람의 일간지에 실렸던 기사의 제목이다.  
다레살람에 있는 민속박물관에서는 매년 특정지역과 그곳에 사는 부족을 선정하여 집짓기, 춤, 노래, 의식, 음식 등을 재현하고 전시하는 일종의 문화 페스티벌을 연다. 각 부족의 문화를 채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행사인 것이다. 2001년에는 마침 대통령의 고향인 남쪽 해안의 음투와라 지역과 그 부족이 선정이 되어 문화행사를 하게 되었다. 자연 그곳 출신인 대통령도 참가하여 개막행사를 한 후 음식을 먹을 예정이었다. 그러자 신문에서는 단다족이 쥐고기를 먹는 다는 사실을 풍자하여 그런 기사를 실은 것이었다. 사실 요즈음에 와서는 쥐를 먹는 풍습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지역에서는 여전히 소를 치지 않기 때문에 쇠고기 값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비싸다.

마사이족은 임산부에게 양 꼬리를 끓여서 마시게 하면 다음 날 아기를 낳는다고 하고. 아기를 낳고도 이것을 또 마시면 속이 깨끗해진다고 한다.

가나에서는 고양이 달팽이 등을 먹는다. 다레살람에 거주하던 가나인이 비가 온후 달팽이를 잡아 나주에 먹으려고 부엌에 두었는데 탄자니아 메이드가 이를 보고 질겁하여 도망 가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잠비아는 서쪽은 작은 악어(water moniter)를 먹고 북쪽은 원숭이 고기를 먹는다. 코끼리가 마을을 헤치러 오면 잡는데 이때 몇 개의 마을 사람들이 다 고기를 나누어 갖는다. 이밖에 버팔로 등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