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아프리카의 민족과 문화

<font color=blue>[ 주술사 / 전통의 ] - 영매 또는 점술사

africa club 2003. 9. 25. 20:09
2. 영매 또는 점술사(mediums or diviners)

이들 전문가들은 그들이 받는 훈련이나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임무의 면에서 보면 주의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수행하고 있는 직업적인 기능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주의가 일반적으로 행하고 있지 않은 살아 있는-사자나 영과의 관계를 전담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양자의 구별은 학술적인 입장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대체로 동일한 전문가가 주의와 점술사의 역할을 함께 행하고 있다. 그래서 흔히 아프리카인들은 주의나 영매나 점술사를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영매의 중요한 의무는 인간을 살아 있는-사자나 영들과 연결시키는 일이다. 인간은 영매를 통하여 피안의 세계로부터 메시지를 받기도 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어렵거나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사물에 대한 지식을 얻게도 된다. 예를 들면 영계와 접촉을 하고 있는 영매를 통하여 사람들은 잃어버린 물건의 행방을 지시받기도 하고 그 물건을 훔친 사람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영매의 기능은 그가 영에 의하여 "사로잡힐" 때에만 가능하다. 그렇게 사로잡히지 않은 때에는 그들도 정상적인 사람일 뿐 그러한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다른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것은 "사로잡혀지는" 능력, 혹은 영계와 접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죽은 사람이나 다른 영들이 그들 "안에 들어가" 그들을 통하여 어떤 소통을 이루려는 "자발적인 의도" 여하에 달려 있다.

이상은 영매가 어떻게 점술사나 주의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영매는 질병(혹은 다른 형태의 재난)의 원인과 본성, 그리고 어떻게 치료하면 되는가 하는 것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재물의 도난이나 망실에 대한 정보도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영매의 지시를 따르고 해석하는 임무는 점술사가 맡고 있다. 어느 때에는 점술사나 주의가 직접 영에게 "사로잡힌 바" 되어 일시적으로 영매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영매가 되어 있는 동안에는 자기 자신의 존재나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단순히 자기 안에 들어와 있는 영의 도구가 된다. 그렇게 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고 영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고 발언할 수 있게 된다.

영매가 조금도 화상을 입지 않고 손으로 빨갛게 불에 단 칼이나 쇠붙이를 잡고 그것이 식을 때까지 혀로 핥는 것을 직접 보았다는 목격자들도 있다. 앞서 묘사한 그 영매의 경우에도 그가 그처럼 심하게 머리로 마루바닥을 받고 자기 가슴을 두손으로 두드렸는데도 눈에 뜨이는 어떤 상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눈에 뜨이는 것은 그가 영매로 있는 동안 호흡이 몹시 거칠었다고 하는 것, 그의 팔의 근육이 상당히 경직화되어 있었다고 하는 것 등이었다. 영매 안에 들어오는 영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그럴 뿐만 아니라 정이 있고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그리고 영매 안에서 잠깐 동안 혹은 일시적으로 머무를 뿐이다. 또한 대부분의 영매는 여자들이다.          

이와는 또 다른 형태의 영매들이 있다. 이들은 주로 사제와 사원 혹은 신전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영매들은 아샨티, 바간다, 에웨, 폰, 요루바 등의 종족을 비롯한 서부 아프리카에 산재해 있는 종족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영매를 사로잡고 있는 영이나 신적인 존재들은 모두 쟈마니(Zamani ; 과거) 기간의 시간에 속해 있다. 영이나 신적인 존재가 어떤 개인들에게 스며듦으로써 그들은 우리들과 동시대인이게 된다. 따라서 영매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속성은 본래 사사(sasa ; 현재) 기간의 지평 너머에 있는 존재의 "인격"을 인간의 역사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과거를 현재와 동시대적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일시적이다. 신들림의 상태가 끝나면 그 두 기간은 즉각 둘로 다시 갈라진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영매는 일상적인 정황 속에서는 지극히 어렵거나 위험한 육체적인 혹은 정신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이같은 신들림의 현상은 대체로 볼 때 어떤 해로움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사회에서 백안시하지도 않는다. 또한 영매 자신들도 신들림의 상태가 끝나면 극히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자기의 정상적인 생활을 다시 계속한다.

영계로부터 획득, 전달되는 지식은 유용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판단하며, 따라서 그 정보가 순수한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내용을 사람들은 믿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영매는 점술사나 주의나 사제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은 모두가 영매를 통하여 받아들여진 메시지를 다시 받아들이고 전달하며, 그것을 해석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영매는 마치 라디오와 같은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영매는 방송을 보내는 전파를 받아들이고(영이나 신적 존재들로부터), 그것을 다시 청취자가 들을 수 있도록 전해주는(점술사, 주의, 사제 등에게)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매들은 자기들의 정신이나 육체적 감각을 다 버림으로써, 혹은 그렇게 짐짓 행동함으로써 영계가 자기들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어떤 두려움이나 지장, 혹은 모욕감을 주지 않고 인간계에 "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영매는 두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그리고 헌신적으로 그 스스로가 "어릿광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종교적 입장에서, 영매를 통하여 영이나 신에게 전해야 할 어떤 지식이나 지시 내용은 거의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계에서 전해져오는 사실을 복종하거나 따를 뿐이며 그곳에서 내릴 축복을 기다릴 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신적인 존재들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영매들이 훈련을 받거나 실제로 영매 노릇을 할 때 드러나는 "죽음과 부활"에 대한 관념이다. 폰족과 요루바족의 경우가 가장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 대한 관념은 영매 후보생들이 훈련을 받는 동안 자기들의 이전의 인격을 제의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간에 일단 떨어버리고, 자기들의 신적인 존재나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하여 헌신한 새로운 인격을 획득하는데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정한 장소에서 격리 기간이 끝나고 수련생들이 그곳에서 나오면 그들은 "새로 태어난다." 그래서 그들은 재생, 갱신, 새로움, 부활 등의 징표로 새 이름을 갖게 된다.

그들은 두 세계에서의 인격, 곧 정상적인 환경 아래 있는 인간의 세계와 신들림의 상태에 있을 때의 영계에서의 인격을 아울러 소유한다.

점술사들은 그 명칭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점을 치는 것이 그들의 우선적인 임무이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점술은 보다 광범위한 기능, 특별히 치유적인 혹은 사제적 기능의 일부로 수행되고 있다. 점술사는 인간의 삶이 지니고 있는 신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그같은 일을 영매, 신탁, 신들림, 점술 기구, 상식, 직관적인 지식, 통찰, 최면술, 그리고 기타 비밀한 지식 등을 이용하여 행한다. 그들은 또한 자기들의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늘 유념함으로써 점을 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지식을 쌓아놓는다.

그들의 직업, 곧 점술은 그것 자체로 어떤 비밀을 잔뜩 지닌 것 같은 후광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공적인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자유롭게 그들에게 찾아와 조력을 구한다. 주의와 마찬가지로 점술사들도 그들이 하는 일들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공동체 안에 있는 친구로 여긴다. 그들은 상담자, 재판관, "위로해주는 사람", 사람들이 위기에 처할 때 확신과 자신을 갖게 해주는 사람, 조언자, 목회자, 사제, 예견자, 행운을 점치는 사람, 문제 해결자, 도둑을 당할 거라든가 어떤 위험이 있다든가, 어떤 일이 닥칠 거라든가 하는 비밀들을 보여주는 사람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이파(Ifa) 체계라고 알려진 요루바족의 점들을 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발전된 점술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파 체계라고 하는 이 점술은 점을 주관하는 오룬밀라(Orunmila)라고 하는 신과 연관을 맺고 있다. 그래서 점술사는 (폰족도 마찬가지인데) "신비의 아버지"라고 불려진다. 그리고 점술사는 닷새마다 맞는 날을 "신비의 날"로 정하고 그날 신탁을 행한다. 이파 체계란 256종의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한 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하나 하나의 상은 제각기 자기 이름을 가지고 있고, 16개의 야자열매나 8개의 반으로 쪼갠 열매나 조개껍질을 염주처럼 꿰어, 그것을 판자 위에 던져 점을 친다." 이 판자 앞에 앉아 점술사는 열매꾸리를 재빠르게 흔들다가 점판 위에 던져서 판 위에 그려진 두 개의 난 위에 어떻게 열매들이 떨어져 있는가를 판독한다.

이를 판독하는 데는 많은 수자와 이름들과 여러 상이한 해석들을 조합하고, 그 결과를 찾아온 질문자에게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포함된다. 요루바족과 폰족은 "이 이파 체계라고 하는 점술은 삶의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용한다." 점술사 자신들도 자기의 경우에 이파 체계가 보여주는 결과를 심사숙고한다. 점술사는 대체로 남자이지만 여자인 경우도 없지 않다.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는 위에서 든 방법과는 다른 점술들이 행해지고 있다. 점치는 돌 호리병, 숫자 등을 사용하는 방법, 손금을 보는 방법, 물독 안에 비친 상을 흔들어 "만들거나" 그 상을 보는 방법, 짐승의 얼룩점을 해석하는 방법,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해석하는 방법, 영계와 접촉을 갖고 있는 점술사(혹은 다른 영매)의 강신술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그 예이다.

점술사와 비인간적인 어떤 힘(살아 있든 그렇지 않든, 혹은 그 양자이든간에) 과의 상당량의 소통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것은 점술사의 초감각적 능력일 수도 있을 것이고, 영적인 존재일 수도 있을 것이며, 정신 감응술일 수도 있을 것이고, 예민한 인간의 지각, 혹은 이 모든 것의 종합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점술이 아프리카인들이 갖고 있는 우주에 대한 관념과 경험의 복합적인 체계에 덧붙어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이라고 하는 사실이다. 즉 점술은 그 나름의 독특한 방법으로 육체적인 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연결시킴으로써 그 점술 자체를 종교적인 행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점술사는 육신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인간적인 것과 영적인 것 사이에서 그가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하여 중간적인 기능을 완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