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 13

[Togo] Lome_Artisan's Street

기니만을 따라 육로 여행을 하며 가장 눈여겨 본 것은 그들의 공예이다. 마스크, 브론즈 조형, 직물 등의 다양한 공예품에서 서아프리카의 풍성한 문화적 유산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숙련된 장인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이러한 다양한 공예품들은 서아프리카가 가진 여러 매력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객을 겨냥한 미술관에서 시장, 길거리 상인 등 공예품을 팔거나 만드는 곳은 어디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격은 바게인 능력에 좌우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만든 것이라 해서 그렇게 싼 법은 없다. 공예품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만들어져 시내 상인들한테 유통된다. 가봉 등지의 상당히 먼 곳에서 수입되어 팔리기도 한다. 공예품을 만드는 이들에 비해 관광객에게 파는 이들에게 상당히 큰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은 쉽게 생각..

Photographing Women

카메라를 들이대자 많은 여인들이 어쩔줄 몰라 했다. 결코 수줍음이 아닌, 사진을 거부하는 그들의 문화적 습속 때문이다. 이슬람권 여인들이 사진 찍는걸 거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가끔은 의도하지도 않은 이런 사진도 찍게 된다. 바나나를 파는 이 소녀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앞을 지나다 살짝 웃으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정말 흔치않은 경우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찍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한테 양해를 구했다. 카메라에 찍히지 못해 안달이 난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서아프리카인들, 특히 여인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거나 때론 노여워 했다. 전에 여행할 때는 무조건 찍고 보자던 때도 있었다. 뒷수습을 감..

[Nigeria] Textiles Marketing

일요일, 시장이 문을 닫는 날이라 하루 종일 동네를 기웃거릴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마침 숙소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예식장 안은 주변의 낡고 허름한 도시 미관과는 완전히 대비된다. 상당히 성대한 결혼식이다. 사진에서, 결혼식 하객인 여인네들이 머리에 쓰고 입고 한 옷감들은 대부분 한국이나 중국에서 만든 것으로 나의 주된 아이템이다. 나이지리아 시장 조사 및 공략을 위해 가져간 샘플이 모두 사진의 여인들이 착용한 섬유 제품이다. 따라서 나의 관심사는 사람들의 옷차림이었으며, 항상 이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여인들이 머리쓰개는 headtie로 불리며, 주로 Yoruba 여인들이 애용하지만, 수많은 인종집단이 모여 있는 라고스를 비롯한 나이지리아 남부 지방..

[Ghana] Accra_Artisan's Stall

아크라의 Kwame Ncruma Circle 근처에서 노점으로 자신이 만든 woodcarving을 파는 Rasta라는 친구다. 수첩에 있는 낯선 이름이 이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찍고싶어 특별히 부탁까지 했는데 그가 적어준 이름을 잊었었다. 동네에서는 자기를 모르는 사람 없다고 하며, 나중에 사진 꼭 가져다 달라고 옆집 가게 전화번호까지 적어줬다. 자신의 사진을 가질 기회가 많지 않은 이들 서아프리카인들은 사진을 찍을 때 열에 아홉은 포토카피에 대해 묻는다. 그럴 때는 마음이 약해져 대부분 다음에 지나는 길에 주거나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하였고, 그들도 순진하게 그것을 믿었다. 고백하건데, 과거 여행중 찍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화된 사진을 보내준 적..

[Nigeria] Kano (3)

카노는 수 세기동안 사하라 횡단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사하라를 건너온 카라반들의 발길이 1000년 이상 끊이지 않은 서아프리카의 가장 오래된 고도(古都)이며, 가장 활발한 상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라는 역사적 배경이 말해주듯 볼거리도 다채롭고 풍성하여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양고기를 꼬치에 꿰어 매콤한 양념을 얹어 화덕에 굽는 수야라는 음식이다. 케밥이나 샤슬릭 등의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많이 먹는 양고기 꼬치 구이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양념은 무척 독특하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이용되는 '뻬뻬'라는 이 양념은 지역별로 다양한 특색이 있다. 구이 음식을 먹을 때는 어디에 가나 그것부터 찾게 된다. 한국인의 입맛에 정말 잘 맞는 양념이다. 뻬뻬를 발라 수..

[Nigeria] Kano (2)

코끼리, 소, 독수리 등의 뼈를 파는 상인이다. 각종 뼈들과 동물가죽 따위는 토고의 페티쉬(fetish) 시장에 널려 있던 것들과 비슷하다. 부두(Boodoo) 신앙이 널리 퍼져 있는 서아프리카의 기니만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것으로,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아이템 중 하나이다. 상인이 팔고 있는 동물의 잔해는 주술적 힘이 있다고 믿는 일종의 부적과도 같은 전통 약재이다. 칼을 들고 있는 주인과 흥정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왠 외국인 하나가 와서 물건을 산다고 다짜고짜 떠드니 신기한 모양이다. 물건을 사려던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한 흥정이었다. 어렵사리 Naira 200(약 1.5불)에 흥정해서 열 컷 정도를 찍었다. 사진으로 돈 몇 푼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 자존심 때문에 ..

[Nigeria] Lagos_Victoria Island

라고스에서 잠시 지내던 빅토리아 아일랜드(VI)이다. 새로 개발된 지역으로 대사관과 다국적 기업의 사무실이 몰려 있는, 비교적 치안이 확립되고, 깨끗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 이곳에 도착해 입에 달고 산 말이 '개판'이다. 중앙 행정력의 부재와 대다수 국민들의 저급한 의식 수준을 드러내는 모습이 어디서나 보인다. '이건 왜 이럴까, 저건 또...'하는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라고스의 매케한 가솔린 매연은 그냥 이곳의 향기라 생각하시라.'고 했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교민의 말이 인상적이다. 10년 넘도록 나이지리아에 살며 기반을 잡으신 이 분은 어느 정도의 인내 혹은 무감감의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타문화를 조금이라도 ..

[Benin] Cotonou_City in the 3rd World

일요일 오전,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향한다. 베넹의 경제 중심지 코토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지경이다. 로버트 카플란은 세계의 주변부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제3세계를 여행했다. 서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최초 관심은 그의 여행기를 통해서였다. 그의 명저 [The Ends of The Earth]에 인용된 어느 학자의 말이다. "집 없는 거지들이 사는 뉴욕의 구명 패인 길거리를 달려가는 늘씬한 리무진을 생각해 보라. 리무진 안에서는 북아메리카, 유럽, 환태평양, 일부 라틴 아메리카와 그 밖의 일부 지역 등 에어컨이 설치된 후기산업사회 지역들이 무역정상회담을 벌이고 컴퓨터 정보고속도로를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 인류는 그 바깥에서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가 여행하고 싶어한 곳..

[Nigeria] Balogun Market (2)

인구 천만 이상의 라고스에서 자수직물 거래가 가장 많은 시장, 혼돈 그 자체이다. 초행자는 혼자서 절대 길 못찾는다. 수없이 발에 채이고, 흙탕물이며 갖가지 오물이 튄다. 온갖 것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냄새는 그냥 나이지리아의 향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안어울리는 존재였을까? 검은콩 안에 노란 콩 하나 섞어놓은 꼴이 아니었나 싶다. 멀리 모스크의 미나렛이 보인다.

[Nigeria] Balogun Market (1)

서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중심 도시 Lagos에서 자수 및 직물 거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내륙의 많은 상인들이 이곳에서 물건을 가져가고 Cameroon, Benin 등의 주변 ECOWAS 국가들에서도 많은 상인들이 오간다. 아프리카의 여느 시장처럼 이곳도 활기에 넘친다. 미로를 따라 쏟아지는 수많은 사람들에 밀려 가판대를 따라 진열된 다양한 공산품들을 구경한다. Lonely Planet의 West Africa 편에는 Cairo의 Egyptian Bazarr에 견줄만한 미로라고 써있다. 샘플 가방을 좌우로 둘러메고 상인들을 찾아 나선다. 컨테이너 주문을 할만한 능력이 되는 Bigman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일거다. 정신을 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