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마 기행/김영희) Africa 음식이야기 23

13. 고기 먹는 풍습도 가지가지 1

탄자니아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다레살람은 인구 300만의 꽤 큰 도시이다. 중심가에는 차들이 북적거리고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로 주차에 골머리를 앓는다. 그러나 고위직 공무원이나 부유층들이 사는 한적한 주택가에서는 길에 소떼며 염소떼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택가의 공터에 자라는 풀을 뜯는 것인데 널찍널찍 자리 잡은 집들마다 소와 염소, 닭을 기르는 것이 예사이다. 대사관저들이 몰려있고 외국인들도 사는 이 부자동네에 아침이면 닭 우는 소리는 물론이고 염소와 소우는 소리까지 들려 분위기가 사뭇 목가적이다. (그러나 바람이 잘 못 불면 외양간 냄새가 날아와서 외국인들은 곤욕스러워하기 일쑤이다.) 반면 서민동네에서는 오히려 가축을 볼 수가 없는데 이는 집이 좁고 밀집해 있어서 소나 염..

12. 다레살람의 생선시장 스케치

“조기, 까치(갈치), 오징거, 새-우, 무너...” 나를 뺑 둘러싼 흑인 아이들이 저마다 외쳐대서 정신이 멍멍할 지경이다. “마담, 마담, 오징거 프렛쉬 오징거” 손에 오징어 한 마리를 쳐든 녀석이 내 눈앞에 바짝 들이대며 슬쩍 손가락으로 오징어 몸통을 건든다. 오징어의 색깔이 무지개 빛으로 금새 금새 변한다. “마담, 마담, 새우” 오징어를 밀치고 다른 녀석이 코 앞에 불쑥 왕새우 한 마리를 내민다. 나를 보자 마자 양손에 새우 한 마리씩을 쥐고 뛰어오던 녀석이다. 손바닥만큼 크고 탐스러운 새우의 껍질이 다 비칠 것같이 싱싱하다. “마담 마담” 또 다른 녀석이 아예 내 옷자락을 잡아 다니며 게 바구니를 들여다보라고 야단이다. 솥뚜껑만한 게딱지를 둘러쓴 왕게들이 펄펄 살아서 움직인다. 다레살람의 바닷가..

11. 새우가 무섭다?

탄자니아는 동쪽이 인도양에 면해있고 서쪽은 빅토리아 호수, 탕가니카 호수, 냐사 호수 등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바다와 호수에서 다양한 생선이 풍부하게 나는 편이다. 정어리, 멸치, 나일 퍼치, 틸라피아, 참치, 조기, 갈치, 병어, 우럭, 가자미, 바닷가재, 새우, 오징어, 문어, 조개 등이 난다. 그러나 워낙 나라가 넓다보니 생선을 한번도 못보고 자란 사람도 많다. 또 내륙지방 사람들은 민물고기는 봤을지라도 바닷 생선과 해물 특히 새우 바닷가재 게 오징어 문어 등은 일찍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고 못먹을 것으로 치부한다. 이처럼 지리적인 조건에 따라 기호도 형성되어 탄자니아에는 생선을 전연 안 먹는 부족도 있고, 먹어도 겨우 민물고기 몇 가지만 먹을 줄 아는 부족이 많다. 요리법도 발달하..

10. 나의 음식 이야기 1 - 부깅고

현재 탄자니아의 주식은 우갈리와 밥이다. 도시나 시골이나 어느 부족을 막론하고 우갈리와 밥을 먹는다. 그러나 결혼식이나 어떤 행사때는 우갈리는 안나온다. 즉 우갈리가 배를 채우는 음식이라면 밥은 보다 요리에 가까운 개념이다. 우갈리 만드는 방법은 끓는 물에 옥수수나 카사바 가루를 넣고 젓는 방법 뿐이지만 밥은 고기를 넣기도 하고 생선을 넣기도 하고 야채를 넣기도 하는 등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나는 바나나를 주식으로 하는 부코바 출신이어서 내가 우갈리를 처음 본 것은 11살 때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의 어머니는 생전에 어떻게 우갈리를 만드는지를 몰랐다. 바나나를 먹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것을 많이 먹어도 식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대로 수쿠마 족은 다른 것을 아무리 대접해도 우갈리를 내놓지..

9. 탄자니아 식 밥짓기 2

2) 탄자니아 식 밥 짓기 우리처럼 흰 쌀밥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향신료와 고기를 넣고 지은 향신료 밥이 있고 죽도 있다. 가.흰밥 왈리와 왈리와 나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왈리(쌀이라는 뜻): 보통 때 먹는 흰밥이다. 왈리는 쌀에 물을 붓고 식용유를 넣고 소금을 약간 넣어 끓인다. 따라서 긴 쌀이라도 밥은 기름기가 흐르고 맛이 있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어디에나 식용유 넣기를 좋아하여 밥에도 넣는다. 또 소금으로 약간 간을 맞추는데 우리처럼 그냥 물만 부어 밥을 짓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이 밥에 음치차(비듬나물)나 키삼부(카사바 잎)등을 푹 삶은 채소 혹은 멸치 고기 등을 곁들여 먹는다. 왈리와 나지 : 나지는 코코넛이라는 뜻이다. 코코넛이 많이 나는 해안 지방과 잔지바르 섬에서는 식용유와 물대..

8. 탄자니아 식 밥짓기 1

1)옥수수보다 비싼 쌀 ‘나 어제 쌀밥 먹었다.’ 어린이가 동무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 하는 모습은 한국의 60년대 이전 풍경을 연상시키지만 이것은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탄자니아의 농촌에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쌀이 많이 나는 몇몇 지방을 제외하고는 탄자니아에서 쌀은 상당히 귀한 곡식이었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쌀밥을 먹을 수 있어서 쌀밥을 먹으면 다음날 동무들에게 자랑을 하는 것이 예사라고 했다. 쌀은 얌, 코코넛 등과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말라가시를 통해 아프리카에 전래되었다. 그러나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아랍상인들의 영향으로 인도에서 쌀이 재도입되었다. 1930년대 초만해도 그리 중요시 되지 않았으나 점차 주곡으로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탄자니아에서도 많은 가정에서..

7. 바나나 이야기 3

3)대표적인 바나나 요리 : 1. 음토리 : 킬리만자로 지방의 음식으로 일종의 바나나 죽이다. 노약자나 산모를 위한 음식인데 특히 산모가 먹으면 젖이 잘 난다고 한다. 요즈음은 식당에서 아침에 주문하면 음토리가 나오는 곳도 있다. 만드는 법은 바나나를 삶아서 으깨어 고기를 푹 삶은 것과 섞는다. 붉은 색의 바나나를 많이 쓴다. 2. 음샤레(혹은 음챠레) : 역시 킬리만자로 지방의 음식으로 바나나 찜이라고 볼 수 있다. 바나나를 삶아서 나중에 익힌 고기 및 국물과 섞는다. 더울때 먹어야 한다. 이 음샤레 바나나는 몹시 단단하다. 만드는 법 1. mshale 바나나(모시 지방에서 나는 바나나로 비교적 가늘고 익어도 초록색이며 딱딱한 식용바나나이다)의 껍질을 칼로 벗겨 물에 담근다. 바나나에 세로로 칼집을 넣..

6. 바나나 이야기 2

2) 바나나의 종류 탄자니아에만 해도 약 300여종의 바나나가 있다. 과일로 먹는 바나나도 종류가 많고 요리용 바나나도 산지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가령 킬리만자로 지방에서 나는 바나나는 단단한 편이고 빅토리아 호수쪽에서 나는 바나나는 부드럽다. 그래서 킬리만자로에서 나는 바나나를 빅토리아 호수 쪽 사람들은 너무 딱딱해서 못 먹겠다고 흉을 보고 빅토리아 호수 쪽에서 나는 바나나를 킬리만자로 지역 사람들은 너무 부드러워서 싫다고 흉을 본다. 그렇듯 바나나마다 생김새, 크기,당도, 단단한 정도 등이 다 다르다. 요리용 바나나 중 대표적인 종류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음코노 - 삶거나 튀기거나 굽는다 음코노와 템보 - 코끼리처럼 큰 음코노라는 뜻. 역시 요리용으로 아주 크다. 음트위케 - 요리용 음수수 - ..

5. 바나나를 삶는다고? - 바나나 이야기 1

바나나를 삶는다고? 그렇다. 아프리카에서는 바나나를 삶는다. 삶아서 끼니로 먹는다. 혹은 찌거나 굽거나 튀기기도 한다. 바나나는 우리에게 열대 과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수입량이 많아서 값도 싸고 흔하지만 예전에는 바나나가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 고급 백화점의 선물용 과일 바구니에 셀로판종이로 잘 포장되어 제일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나나였다. 잘 익은 송이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닌 바나나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수입산 열대 과일일 뿐이다. 그러니 아프리카 사람들이 바나나를 삶아먹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이것은 바나나의 종류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여 종의 바나나가 있는데 우리가 과일로 먹는 바나나는 그 ..

4. 우갈리 이야기 4

4) 그밖의 우갈리 우갈리의 대표격인 옥수수 우갈리 외에 도나라는 것이 있다. 가령 옥수수 우갈 리가 우리의 흰쌀밥에 해당된다면 도나는 현미밥 정도 된다 하겠다. 도나는 옥수수의 겉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빻은 것으로 영양면으로는 더 우수하나 먹기가 껄끄러워서 예전에는 죄수들에게 주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궁핍한 시골에서는 이 거친 가루로 우갈리를 만든 도나를 흔히 먹는다. 옥수수 우갈리 외에 만드는 재료에 따라서 예를 들면 카사바 우갈리, 수수 우갈리, 바나나 우갈리, 감자 우갈리 등이 있다. 카사바란 고구마 보다 크고 억세게 생긴 뿌리 식물로 일종의 구황 작물인데 가뭄에 잘 견디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까닭에 카사바를 먹지 못하는 킬리만자로 지역만 빼놓고는 어디서나 널리 이용된다. 킬리만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