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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ANC 총재선거와 의미

africa club 2008. 1. 21. 17:21
우리나라가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였듯이 남아공 역시 남아공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 등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African National Congress) 총재 선거가 지난해 12월 20일 실시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전 부통령이자 현 ANC 부총재인 제이콥 주마(Zuma)가 현 남아공 대통령인 타보 음베키(Mbeki) 대통령을 물리치고 집권 여당인ANC 총재로 선출됐다. 민주화 투사 출신으로 좌파 성향인 주마 신임 총재는 림포포(Limmpopo) 주 폴로콰네에서 열린 제52회 ANC 전당대회의 총재 선거에서 전체 3834표 중 2329표를 획득, 1505표를 얻는 데 그친 음베키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했다.

이에 따라 주마는 2009년 퇴임하는 음베키 대통령의 뒤를 이어 차기 대통령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 남아공 대통령 선출이 의회에서 이루어지는 간접선거이며 현재 여당인 ANC는 의석 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히 주마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향후 5년간 남아공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선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남아공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ANC 전당대회는 1994년 이후 실시된 다른 전당대회와는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전의 당 총재 선거를 위한 전당대회에서는 이미 ANC 의장 후보를 내정하여 전당대회에서 형식으로 추대하는 형식으로 의장을 선출하였다. 넬슨 만델라도 마찬가지였으며 또한 음베키 역시 부총재에서 자연스럽게 의장으로 지명되어 만델라를 계승하여 대통령이 되었다. 즉 이번 선거는 ANC 역사상 58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을 통해 당 총재를 선출하게 되었다.

ANC 총재 후보로는 현대통령인 타보 음베키(Mbeki)와 전 부통령이었던 제이콥 주마(Zuma)가 경쟁하였다. 주마 전 부통령은 음베키 정부 초기에는 부통령과 ANC 부총재를 맡으면서 남아공 국정을 이끌어 왔으나 성폭행스캔들과 뇌물 사건 등으로 잇따라 기소되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부통령직을 물러났다. 그러나 성폭행에 대해서는 이미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뇌물사건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타보 음베키의 당 총재 선거 출마이다. 남아공은 헌법은 대통령의 연임만 허용하며 3선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이번 총재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정치적 논쟁에 휩싸였다. 음베키 측은 대통령의 3선은 가능하지 않지만 당 총재 출마는 제한한다는 ANC 규정이 없기 때문에 출마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로 인해 음베키는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 큰 남아공 정치문제를 살펴보면 음베키의 당 총재 출마에는 많은 정치적 고려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음베키가 당 총재에 당선됨으로써 주마의 대통령 당선을 막으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 음베키가 당 총재이 되면 자신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지만 자신이 신뢰하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추천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대통령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남아공의 복잡한 종족문제이다. 남아공은 현재 11개 언어를 공식으로 사용하며 종족에 있어서도 20여 주요 종족이 있다. 이 중 줄루(Zulu)족이 약 23%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은 코사(Khosa)족으로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공의 현 대통령인 타보 음베키는 만델라 전대통령에 이어 남아공의 두 번째 큰 종족인 코사족 출신이다. 그러나 최근 ANC 부총재이자 전 부통령이었던 제이콥 주마를 비롯하여 시릴 라마포사, 토쿄 섹스웰르 등 유력 대통령 후보들은 남아공 최대종족인 줄루족 출신들이다. 이는 ANC 내 권력구도에서 현정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코사족 출신의 관료나 ANC 당 고위 간부들이 의도적으로 줄루족 출신들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종족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5년에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던 전 제이콥 주마부통령 사건이다. 주마 전부통령은 2005년 사티크(Shaik)가 유죄판결을 받은 후 부패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동안 주마는 그의 지지자에게 음베키 후계자로 오르려는 것을 막으려는 세력들의 공모에 의해 정치적으로 희생을 당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특히 주마를 지지하고 있는 남아프리카 노동조합연맹(COSATU)의 공식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사실 ANC 내부적으로는 코사족과 줄루족 간의 종족간 파워게임 혹은 현재 남아공 집권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삼자동맹의 두 축인 급진좌파격인 남아공 최대 노동조합단체인 남아공노동조합(COSATU)과 남아공 공산당(SACP) 연합과 온건 개혁노선을 걷고 있는 현 ANC 구성원들 간의 파워게임이 시작되었다고들 말한다. 이들 게임에서 승리하는 측에 따라 남아공의 향후 정치향방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 남아공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즉 COSATU와 SACP가 내세우는 인물이 총재나 대통령으로 선출될 시 남아공내에서는 급격한 정치, 경제적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짐바브웨식 토지개혁이나 혹은 지금까지 계속 추진되고 있는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중단되는 등 급진적인 경제개혁 등으로 남아공 경제의 불안정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급격한 경제개혁이 짐바브웨에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잘 알고 있는 남아공 정치인들이 이것을 실시할 지는 의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백인들의 탈 남아공 현상이나 외부에서의 직접투자 감소 등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두려움으로 인해 타보 음베키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들은 음베키 이후의 대안인물을 고심하였다.  

이처럼 남아공 내의 종족문제나 혹은 정치성향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이번 선거는 ANC 전당대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전이 가열되어 만델라 전대통령 등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였다. 데스몬드 투투 주교의 경우 음베키와 주마 모두 당 총재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비난하였다. 이번 당 총재 선거의 후유증으로 ANC가 분열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오고 있다. 물론 당 분열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ANC 이외의 대안이 현재까지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마의 승리로 이번 당 총재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2009년 차기 대통령 선출 때까지 남아공 정국 불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ANC 총재 3선 연임을 시도한 음베키 대통령과 주마는 경선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ANC의 주요 보직까지 장악한 주마 측은 당의 실질적 최고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음베키 대통령의 권력누수에 따른 조기 사퇴설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주마의 부패 혐의도 현재 진행 중에 있어 재판 결과에 따라 그의 당 총재지위도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주마는 2005년 부패 혐의로 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2006년 9월 법원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 정치적으로 복권했다. 그러나 검찰은 금품 수수 등 주마의 부패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내년에는 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검찰이 그의 혐의를 입증하여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면 주마의 대통령 도전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며 이는 남아공에서 종족간의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정치적 잠재 불안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