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제일반_전망

세계 석유회의와 아프리카

africa club 2005. 10. 17. 11:48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난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세계석유회의 제18차 총회가 열렸다. 최근 세계 각국은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총회에선 아프리카 대륙이 석유와 가스의 보고로 새롭게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세계 석유 회의(World Petroleum Congress)는 석유에 관한 과학,기술,경제,경영을 논의하는 세계 60여개국이 참가하는 포럼(forum)으로 3년 주기로 열리며 1933년 런던에서 개최된 이래, 최근 남아공 제 18차회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석유회의는 석유관련 국제행사로는 가장 큰 이벤트 대회이다.

지난달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턴에서 약 4천여명의 정부, 기업 및 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5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 이 회의는 아프리카에서는 이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는데 이는 아프리카가 최근 중동에 이어 또 다른 석유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에너지 미래를 구체화하자 : 지속가능한 해결들 속에서의 협력들"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즉 석유와 가스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는 경제와 사회발전의 생명줄이며 이들 에너지들은 향후 수십 년간 지구의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도 될 것이다. 또한 청청 에너지 생산을 위한 변화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석유회사들이 이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주목할 만한 것은 아프리카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원유채굴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현재 아프리카 대부분의 석유 채굴이 주로 메이저 석유기업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아프리카는 현재 에너지원인 석유와 가스의 보고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가 나이지리아 등 19개국에 이르고 있으며 전체 원유생산량은 전 세계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까지는 아프리카 석유가 전 세계의 약 25%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중에서도 특히 서부아프리카의 기네아만은 중앙아시아의 카스피해와 더불어 세계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유망 신흥지역으로 많은 석유 전문가들도 세계에서 가장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이 지역을 꼽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 역시 서아프리카의 개발 잠재력이 2030년에는 생산량이 일일 900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는 나이지리아로 전 세계에서 8번째 산유국이며 일일 약 24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리비아 155만배럴, 알제리 121만배럴, 앙골라 약 100만 배럴, 그리고 가봉과 콩고 등이 산유국이며 최근에는 내륙국가인 수단과 차드 그리고 적도기니에서 유정이 새롭게 발견되어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무대가 중동 등 일부지역으로 한정되었지만 이제는 그 무대가 아프리카로까지 옮겨지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해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이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차드, 카메룬 등에서 대규모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고 있으며 특히 앙골라의 경우 원유 생산의 약 60%를 미국이 가져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석유수요의 10%를 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있으나 이를 오는 2016년까지 25%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아프리카 산유국들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미 화교자본과 중국석유공사 주도로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중인 수단남부지역에서 대규모의 탐사 및 원유생산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많은 원유를 가져가고 있다. 이밖에도 수단 인근 차드에서도 이미 대규모 탐사권한을 획득하여 시추작업을 하고 있으며 앙골라에서도 일일 약 5만 배럴을 가져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자국 원유수입의 25%를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의 대규모 원유생산과 고유가에서 불구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빈곤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현재 53개국 중 34개국이 최빈국에 속하고 있으며 하루 1달러 이하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절반에 가깝다. 물론 최근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성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도 산유국들의 고유가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산유국들도 고유가로 외화수입은 많이 늘었지만 이 수입이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오는 것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자 원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1인당 소득이 300달러 내외로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원유수입의 대부분을 다국적 오일 기업들이 가져가며 나머지 일정부분도 부패한 정치지도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고유가로 인한 수입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앙골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국제인권감시의 발표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앙골라 정부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179억달러의 외화 가운데 무려 42억달러 넘는 돈이 국고에서 유출됐다. 해마다 국내총생산의 9% 이상이 용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증발되고 있다는 추산이다.  비정부기구들은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의 권력 핵심부에 포진된 정치 엘리트 100여명이 국고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국외로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실제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의 경우 해마나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밝히는 부패지수에 가장 부패한 국가들로 지목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 산유국들의 원유 판매수입이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석유 수출로 인한 정부재정수익의 투명성 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가난과 기아에 벗어날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세계가 현재 에너지와 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시작하면서 에너지 자원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지닌 아프리카는 경제개발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아프리카는 원유 확보를 위한 열강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중국의 국가원수들이 앞 다투어 아프리카를 방문한다던지 또는 대규모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은 아프리카 경제전망을 한층 밝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개별 국가 정부들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기는 힘들다. 따라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부정부패 감시를 위한 비정부기구들의 활발한 감시와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프리카 연합(AU)는 가장 시급한 회원국들의 문제로 부정부패 타파와 선정(good governance)을 주문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은 지니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개별 국가들의 노력과 의지만이 최근의 국제 경제 흐름에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원유 생산으로 인한 수익 및 영업활동에 있어서의 부패 문제가 척결해야 될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노르웨이의 한 기업인은 석유, 가스업계에서 뇌물 등으로 제공되는 부패 관련 금액이 무려 연간 1조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원유생산으로 인한 수입이 과연 국가발전과 국민복지에 제대로 활용되는지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