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이 직면한 당면과제가 '경제 성장과 발전'이라는 것은 남아공의 재계와 정부 모두 동의하고 있다. 전 발로우스(Barlows)사 사장이며 잘 나가는 벤처 기업, 국가경제주도(National Business Initiative)의 사장인 한 경제인은 "인종차별정책에서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남아공은 이제 두 번째 과도기에 진입했다. 그것은 바로 사회 경제 문제의 해결과 빈곤 문제 해결의 착수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남아공의 미래는 유권자들이 참정권과 선거권을 얻어 자유롭고 공정하게 선거하는 것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정치적 권리의 확대는 보다 성숙하고 안정된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그와 함께 경제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남아공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사실 빈부격차가 극심한 남아공과 같은 국가에서의 민주주의는 결국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sustainable economic growth)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 권리는 투표로 부여될 수 있다. 남아공은 선거권자와 예전에 선거권이 박탈되었던 비선거권자 사이의 깊은 갈등으로 사회가 분리되는 긴 터널을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정권을 이양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권리의 부여는 활발히 발전하는 경제 상황속에서 지속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곳에서만 진행될 수 있다. 남아공의 정치 경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경제면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경제 정책과 실행은 남아공이 그간 지나온 역사 이후 국내외적인 자신감을 얻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 남아공의 경제수준은 연간 예산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현재 ANC 당원중에서도 유능한 경제통인 재정 장관 트레버 마누엘(Trevor Manuel)은 최근에 예산을 발표하였는데 재계에서도 이를 수락하였다.
개발도상국들은 세계화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미 구축한 세계 경제 규칙하에 불평등한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하는데 있어서 약간 특별한 경우이긴 하다. 남아공의 경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볼 때 남아공은 많은 빈국에서 볼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가진 개발도상국이다.
경제정책에 관해서 남아공 정부는 남아공이 이미 세계 경제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과, 따라서 자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세계 경제 체제와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연계하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남아공은 세계 경제와의 협력 관계를 추구하는데 노력해 왔으며, 특히 선진국들과 이들로 구성된 다자기구와의 관계증진에 신경을 써왔다. 마누엘은 이러한 협력 관계는 상호 신뢰와 존중, 그리고 무엇보다도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들의 이례적인 부의 축적은 타국에 경제 성장과 여러 무역 기회들을 창출하였지만 선진국간에만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그러한 이익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미국의 1인당 해외 직접 투자액(Foreign direct investment)은 미화 3200불에 이르지만 아프리카는 124불 밖에 되지 않는다.
마누엘은 "오늘날의 세계가 가난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고, 따라서 인류의 연대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의 아이들이 소중한 것처럼 모잠비크의 아이들 역시 소중하다는 사실은 소홀히 하고 있다며 세계가 보다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길 호소한다". 또한 그는 남아공의 개발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정부가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함과 동시에 보다 광범위한 사회 정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교육, 보건, 개발, 안전, 토지 개혁, 주택문제 등에서의 공공 조치는 빈곤 퇴치와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한 개발 정책에 아주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남아공의 2002/3년 예산은 세출이 2879억 랜드(미화 289억달러)였는데, 2004/5년 예산에서는 3346억 랜드(336억달러)로 증가하였다. 세입은 같은 시기에 2652억 랜드(266억달러)이던 것이 3132억 랜드 (314억달러)로 증가하였다.
이 예산은 국제 경제의 성장이 불확실하게 된 상태에서 수립된 것이다. 1990년대 후반을 장식하던 빠른 성장은 2001년도에 와서는 정지상태에 이르렀다. 1970년 중반 이후로 국제 경제가 이렇게 총체적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기는 처음이다.
마누엘은 남아공 경제가 이러한 국제 경제침체 속에서도 곧 활기를 되찾는 탄력성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2000년에 3.4%이던 경제성장률은 2001년에 2.2%로 떨어졌는데, 마누엘은 적당한 투자 회복과 지난해 상반기 수출호조 덕분에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2002년 경제성장률은 2.2%로 예상되며 2003년은 3.3%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 수준에서도 이러한 성장률은 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률은 0.6%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남아공의 실업과 빈곤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해 볼 때 그러한 성장률은 현재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을 이끌어가고 있는 GEAR 정책(Growth, Employment, and Redistrubution; 성장 고용 재분배)에서 책정된 목표보다는 낮은 것이다. GEAR 정책에서는 연평균 6%의 경제 성장률과 매년 40만여개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수립되었다.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올해 예산에 대해 평론하면서 좌우익에 이념적으로 대치된다고 일컫는 그의 정부의 경제 정책과 그 수행능력을 변호한다. 그의 주장은 특별히 ANC당과 함께 삼자 동맹 체제를 이루는 좌익 노동 조합 연합인 Cosatu와 남아공 공산당(South African Communist Party;SACP)의 비판에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음베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GEAR 정책의 채택 이후 여러 민주 운동 세력내에서 많은 찬반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좌익 세력은 우선 살고, 나중에 지불하자는 원칙을 주장하며 우리가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에서 물려받은 부채 부담을 더욱 증가시키려 했다. 또한 그들은 우리가 짐바브웨의 모델을 따르기를 바랬는데 짐바브웨는 1980년 독립한 이후 막대한 예산 적자와 국내외 차관에 의존하여 사회 경제적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대었다. 우리는 그러기 보다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반대의 길을 택했다.
음베키 주장의 요지는 남아공이 경제 성장과 발전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시장 경제와 신중한 회계의 운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음베키의 주장이 내포하는 것은 남아공이 세계 경제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와 국제적 무역 기회를 얻는 등의 혜택을 보려면 그와 함께 정책 법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남아공이 빈곤에서 탈피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건전한 거시경제를 이룩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는 남아공의 현재 예산과 짐바브웨에 대한 견해를 보면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음베키는 경제 운영에 관한한 남아공이 아프리카의 또 다른 무능력한 국가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안정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음베키는 지난해 말 주요 화폐에 대해 랜드가 40% 평가절하된 것에 대해 법관인 존 미버그(John Myburgh)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조직하여 철저하게 조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남아공의 재계에서도 변동폭이 심한 랜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많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남아공의 거시 경제 기반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남아공 정부는 가치가 떨어진 랜드를 기존의 경제 기반과 보다 동일한 수준으로 고정시키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겠는가?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그에 대한 해답은 세계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의 정치적 리더쉽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아직 완전히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당분간은 계속 부담을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정치적 리더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랜드의 가치는 그 약속의 진실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남아공의 당면과제는 정치와 경제의 일관적이고,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이를 극복하는 데 달려 있다.
(황규득, 아프리카 해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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