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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 아프리카를 달린다] 한국 광통신 깔리고 자동차 누벼

africa club 2003. 9. 17. 09:42
"아프리카는 이제 더 이상 말라리아와 에이즈, 내전의 대륙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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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한 가운데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 단층건물이 대부분인 중심가 곰베 지역에 태극 문양도 선명한 3층 빌딩이 우뚝 서있다. 태극기가 콩고 국기와 함께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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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정면에 적힌 회사 이름은 '콩고코리아텔레콤(CKT)'. 한국 무역회사인 고명통상과 콩고 정부가 4백만달러(47억원 상당)의 자본금을 6대 4로 부담해 지난해 4월 세운 통신회사로 콩고의 기간통신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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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T는 킨샤사 중심부터 광통신망을 설치하며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그리고 기업의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콩고 미국대사관.콩고연합은행, 내전이 막 끝난 콩고의 재건을 돕기 위해 들어온 세계은행 등이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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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중심으로 이동통신회사가 7개 들어왔지만 유선통신 사업자는 CKT가 유일하다. 아직은 통신망을 설치한 지역이 좁아 인터넷서비스 이용자가 기업.기관 50여곳, 개인 7백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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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CKT는 킨샤사에서 서비스지역을 넓히는 한편 연내 콩고의 유일한 항구로 제2의 도시인 마타디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킨샤사~마타디 광통신망을 가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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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48) 사장은 "통신망이 개설돼 있지 않은 지역의 외국 기업들이 빨리 인터넷 회선을 깔아달라고 요청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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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종족 간 분쟁 휴전→7월 과도정부 수립→8월 의회 구성' 등 오랜 내전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경제 재건에 나선 콩고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고명통상만이 아니다. 킨샤사 중심가 한복판에는 미소짓는 얼굴 형태의 붉은 색 LG 광고판이 시선을 끈다. 기획부장관 접견실의 에어컨은 LG전자의 휘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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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들은 우리의 자원만 이용하고 기술이전을 하지 않았다. 1960년만 해도 한국의 국민소득이 콩고와 비슷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1백년은 앞선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이 도로와 지하철 등 콩고의 인프라 구축사업에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 "(알렉시스 탐브웨 음왐바 기획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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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휴대전화는 아프리카에서도 '명품'으로 통한다. 미국산 모토로라가 2백50달러인데 비해 삼성전자 애니콜은 4백달러를 넘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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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의 유엔평화유지군은 현대자동차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대우 굴착기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매출 2위 자리를 굳혔다. 대한전선 현지 공장은 남아공 최대 통신업체에 광케이블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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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의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노예제도와 유럽 국가의 식민 지배 경험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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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도전이 만만찮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킨샤사에 8만명이 관람할 수 있는 종합경기장과 국회의사당을 지으면서 국제시세가 t당 1천8백달러인 구리를 9백달러에 5만t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킨샤사~마타디 3백80㎞ 도로 포장권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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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값싼 생필품을 수출하며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남아공에만 40만명의 중국인이 이민 온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 요하네스버그에만 두 곳의 차이나타운이 있다. 킨샤사에도 수천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에게 음식 재료를 대기 위한 중국인 농장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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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상품을 파는 데 치중하고 공장을 지으려 하지 않는다. 한국이 생산기지를 세우면 아프리카와 미국 간 무역협정에 따라 여기서 만든 제품을 면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콩고 투자유치청 음웨마 무룽기 음부유 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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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대륙 아프리카, 그 시장은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땀흘리고 노력하는 나라와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9.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