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에이즈 아프리카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성인의 5분의 1이나 4분의 1이 면역 결핍 바이러스 양성 반응자이다. 획기적인 조치들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이들 국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성인 인구의 5분의 1 이상을 잃게 될 것이다. 짐바브웨의 경우 에이즈 때문에 인구 성장이 2002년에 멈출 것으로 예상되며 보츠와나의 평균 수명은 1990년 61세에서 2005년에는 40세로 감소될 전망이다.
인류 역사상 질병 때문에 이러한 규모의 인구가 사라지는 것은 의약이 발전하지 못한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 공동체에 천연두가 번져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 사례나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 3분의 1이 몰살한 경우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남부 아프리카의 에이즈 위기는 세계 인구 통계에도 아주 비극적인 영향을 미쳤다. 2년마다 한번씩 발표되는 유엔 인구 통계가 나왔을 때 지속적인 인구증가를 보였던 아프리카대륙에서 인구 증가율이 급격한 감소를 보인 것이다. 이는 에이즈 때문으로 출생률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에이즈로 인한 사망률이 올라간 것이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정치적으로 에이즈는 심각한 국가 분열을 야기시키고 있다. 일부 국가들의 경우 정치 지도자들의 에이즈에 대한 무지로 국가적 재앙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보츠와나의 경우 일부 장관들과 국회의원들이 에이즈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남아공의 경우 에이즈를 다루는 정부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국민들을 절망에 몰아 넣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해에 그 동안 HIV에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명된 AZT라는 약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포를 했다. 당연히 이에 따른 찬반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남아공의 보건부 장관은 정부에서 AZT를 금하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값이 비싸다는 것과 약효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것 그리고 에이즈와는 무관한 약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둘째, 에이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만델라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에이즈는 남부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에이즈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사적, 공적 비용이 경제 성장률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 남아공의 전체 노동자들은 월급 봉투에서 19% 정도를 에이즈 관련 비용으로 공제해야 할 판국이다. 1995년의 공제 규모가 7%였던 것에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를 보인 것이다. 또한 에이즈는 젊은 직업군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들은 국가의 경제 개발을 이끄는 연령층이다. 따라서 경제 성장 지표와도 같은 평균 수명 하락과 젊은 층의 에이즈 감염은 수 십년간 이룩한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에이즈가 아프리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있었으나, 성과는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대다수 지역·국가 경제단위는 유동상태에 있으며, 하나같이 AIDS와 무관하면서도 동시에 상호 의존적인 수많은 변수들의 조합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경제적 생산력이 있는 성인의 사망률이 무려 3배 이상 급증하고 있는 실태가 경제적 복리에 여러 면으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 영향을 가장 측정하기 쉬운 것은 아마도 회사 차원일 것이다. 케냐에서는 많은 회사들이 지난 10년간 의료 지출비가 10배로 증가했다고 보고했고, 한편 퇴사 사유 가운데 질병과 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하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가족 차원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1가지 영향은 부모의 재정 지원 또는 정서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생계를 해결하면서 자라야 하는 어린이의 수가 급증하는 데서 나타난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20세기말까지 아프리카 어린이 1,070만 명이 15세가 되기 전에 AIDS로 인해 어머니나 부모 모두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UNAIDS("Investing in our future: psychosocial support for children affected by HIV/AIDS: a case study of Zimbabwe and Tanzania" Geneva: UNAIDS, 2001).
마지막으로, 에이즈가 사회 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사회 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아프리카 전통사회의 붕괴까지 가져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감염의 가장 심각한 상황은 모자(母子) 감염이다. 남부 아프리카에서 새로 태어나는 어린이의 30%가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태어난다. 현재 전세계에서 모자 감염으로 감염된 어린이 가운데 85% 이상이 남부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2년 정도이다.
남부 아프리카의 비극은 ‘에이즈 고아’라는 새로운 인구 유형까지 만들어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고아가 7백 80만명이나 된다. 이 고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가정이 붕괴됨으로써 발생되는 사회 문화적 파괴는 그 복구가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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